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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ia | 태평양의 섬들/Mariana Islands | 사이판, 로타, 티니안
북 마리아나 제도 리마인드 허니문 2주 여행스케치 : 사이판, 로타, 티니안
2017. 2. 23. 00:31

결혼 10주년 기념, 북 마리아나 제도 여행
리마인드 허니문에서 익스트림 스포츠, 정글의 법칙까지!

 

 

2월 2일은 감자와 오이가 공식적으로 야채커플이 된지 10년이 된 날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참, 신기하다. 어릴 적엔 상상도 못해본 (어디어 붙어 있는지도 잘 몰랐던) 스위스산 금발머리 외국인이 한집에 살고 있고, 그게 벌써 10년이나 되었다니. 뭐 물론 해외여행하다 느끼하다며 김치찌개 찾고, 열받을 때 유창한 발음으로 열여덟을 섞어 궁시렁 거리는 오이군이 외국인이라는 것을 못느낀지는 한참 되었지만 말이다 ^^;

 

 

 

 

  10년 전 탱글탱글하던 시절 감자 오이

 

결혼기념일 아침 자고있는 오이군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다. 탱글탱글 뽀얗던 얼굴은 살이 쪼옥 빠지고, 반짝반짝 빛나던 카키색 눈 주변엔 주름살이 하나 둘 생겨났다. 금발이라 잘 표는 안나지만 금발 머리 사이에 은발도 심심치 않게 섞여 있다. 

아~10년 묵은 오이군은 이렇게 생겼구나. 

나이들어가는 남편 얼굴. 객관적인 미의 기준으로는 예전만 못한 것이 당연하겠지만 나에게는 지금 이 모습이 훨씬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아니 사랑이라는 표현은 너무 단순하고, 감사하고, 미안하고, 믿음직하고, 얄밉고, 귀엽고, 편안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마음이 뒤섞인 복합적인 느낌. 그 복합적인 감정은 10여년 전 연애할때 느꼈던 심플한 사랑과는 확연히 다른 더욱 안정된 무언가가 있다. 

한편으로 어떤이의 한평생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앞으로 계속 천천히 변해갈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20년 뒤, 30년 뒤 모습이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 세월속에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함께 쌓아갈까.

 

블로그가 잠잠했던 지난 2주동안, 함께한 10년을 자축하며 리마인드 허니문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휴양 명소 북 마리아나 제도!

 

북 마리아나 제도는 어디?

 

목적지를 밝히자 많은 이들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사실 모두 알고 계신 곳이다. 바로 가족여행, 허니문 등으로 잘 알려진 사이판이 이 제도에 속한 섬. 북 마리아나 제도는 16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태평양 위의 미국령으로 크게는 미크로네이시아에 속한다. 이 16개의 섬 중 사이판, 티니안, 로타 세개의 섬에만 사람이 살고 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고, 나머지는 연결 교통편도 없는 무인도라 평범한 관광객으로는 딱히 들어갈 방법이 없다. 늘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감자와 오이는 사실 이 무인도들이 더 궁금했지만 그건 나중에 야생생존기술이 더 쌓이면 찾아갈 방법을 연구해 보기로 하고, 이번엔 허니문 이니까 쉽고, 안전하게 사이판, 티니안, 로타 세섬을 구석구석 탐험하고 왔다 ^^

그럼 일단 요 세 섬을 가볍게 훑어 보도록 하자.

 

 

 

 

로타, 셀프 웨딩 스냅찍기에 딱!
어떤 포즈로 찍어도 눈치 보이지 않는 곳

 

로타섬 알라구안 베이 전망대 Alaguan Bay Look Out

 

로타 섬 Rota island.

북 마리아나 제도의 가장 아래 있는 이곳은 이미 지난번에 낙원과 흡사한 모습에 감탄하며 열심히 침튀어 가며 소개를 드린 적이 있다.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로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데, 이상하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 언제 가도 사람이 차~암 없다. 관광객은 고사하고, 거주 인구도 2천 5백명 가량 밖에 되질 않아 여행하는 내내 사람 마주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말인 즉슨 어떤 아름다운 포인트엘 가도 그날 그곳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는 뜻.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보면 초원에 노란 스쿨 버스가 버려진 곳이 몇군데 있다. 거기서 사진 찍으면 자연 셋트장이 따로 없다

 

고로, 셀프 웨딩 촬영을 하기에 너무나 완벽하다. 한국에서는 예쁜 포인트에 가서 사진 좀 찍을려면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 눈치보이고, 재밌는 또는 애정넘치는 포즈를 잡자니 지나가는 사람 힐끔 거리며, 삼각대 세워 놓고 사진 찍는데 그 앞으로 애들 뛰어다니는 등 여러가지 장애요소가 많은데, 로타에서라면 그런 걱정일랑 할 필요가 없다.

어딜 가도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메모리얼 해변 US memorial beach park

 

게다가 예쁜 포인트는 또 왜 이렇게 많은건지. 메모리가 가득 차서 이제 됐다 싶어 그만 찍고 싶은데, 그림같은 장소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덕분에  많은 촬영 소품도 가져갈 필요가 없다. 하얀 원피스 하나에 부케, 부토니에, 화관 정도만 준비해 가면 나머지 셋팅은 자연이 알아서 해결해 준다. 설정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이 섬의 모든 장소가 셀프 웨딩 사진을 영화의 한장면으로 만들어 준다.

 

옛 일본 대포와 저 멀리 웨딩케이크 산. 셀프 웨딩사진과 숙명같은 산 이름

 

아, 가기 전에 로맨틱한 영화 포스터 좀 검색해서 보고 가면 포즈 잡는데 도움이 좀 된다. 찍을 장소는 넘쳐나는데, 찍을 포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아쉬웠다는. 집에와서 확인해보니 어딜가도 같은 포즈 ^^;

 

이렇게 한적하다보니 로타는 당연히 힐링 여행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거대한 파도를 멍하니 보고 있거나, 여행사 포스터 같은 빛깔의 해변에서 하루를 잉여롭게 보내거나, 산위의 정글에 있는 테이블에 누워 숲속의 엘프 행세를 하는 등 그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구 쉴 수 있다. 아, 그렇다고 스포티브한 사람도 실망해선 안된다. 로타의 송송 빌리지는 음식점이 다섯개 밖에 없는 작은 마을이건만 신기하게도, 다이빙 샵이 두개나 있다. 따라서 로타에서도 다이빙, 스노클링, 배낚시, 트레킹, 캠핑 등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섬에는 리조트 1개, 작은 모텔 수준의 호텔 4개가 있다.

 

 

 

 

 

 

티니안, 무한 힐링에서 정글의 법칙까지
아무것도 안할 자유 또는 자연과 하나 될 자유

 

타총나 해변 Tachongna beach. 물빛이, 물빛이...!

 

티니안은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섬이다. 크기는 사이판과 거의 비슷한데, 개발이 거의 안되어서 로타처럼 야생미가 넘친다. 다만 사이판 본섬과 가까와서인지 마을은 로타보다 정비가 더 잘 되어 있고, 편의시설도 약간 더 있다. 그런데, 의외로 마을 밖을 벗어나면 정 반대의 상황에 놀라게 된다.  

 

거북이 만이 보이지 않는 거북이만 전망포인트에서 탐험 중 ^^;

 

저 멀리 홀로 동떨어진 로타는 나름 도로가 잘 정리되어 있는 반면 티니안은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4개월 동안 급히 만들어 놓은 도로를 정비 없이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도로인지 산길인지 분간이 안되고, 비포장 도로는 풀이 사람 키를 훨씬 웃돌게 자라 있기도 하다. 섬 북부에는 전쟁때 만들어 놓은 구조물 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생각 이상으로 야생 상태에 가까와 진정한 모험가 정신을 발휘해 탐험을 해야 한다. 관광지 포인트를 구경다닐 때 아프리카 사람들이 풀벨때 들고 다니는 커다란 칼 한자루가 있으면 풀을 베며 전진하기 딱 좋다. ^^;

 

블로우 홀 Blow hole. 격동하는 파도를 보며 망중한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티니안 역시 사람이 거의 없어서 셀프 스냅사진을 찍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섬에서의 컨셉은 무한 힐링이었으므로 여기 저기 해변을 찾아 다니며 데굴데굴 물놀이로 시간을 보내려고 했건만...

 

딸 수만 있다면 이 섬의 야자는 모두 당신의 것 (남의 집 마당에 있는 것 빼고 ^^;)

 

결국 오이군이 야자열매 헌팅에 꽂혀 정글의 법칙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지나는 사람도 거의 없고, 딱히 정비도 해 놓지 않은 길 양옆엔 야자수는 물론 야생 바나나 나무나 파파야 나무들이 드문드문 자라고 있어서 원한다면 과일 채집, 낚시를 하며 진정한 정글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이곳에서도 바다 또는 숲속에서의 힐링 이외에 다이빙, 스노클링, 트레킹, 캠핑 등을 즐길 수 있다. 로타보다는 사람 볼 확률이 높지만 마을 주변에서만이고, 북부나 남부에 가면 역시나 나홀로 여행이 된다. 숙소는 섬의 유일한 리조트가 잠정적인 리노베이션 겸 휴식에 들어가서 한동안은 작은 모텔사이즈의 호텔 3개밖에 없다. 그러나 덕분에 북적이던 섬이 로타 수준으로 한적해 졌으니 조용한 여행지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이 기회인 듯 하다.

 

 

 

 

사이판, 전천후 휴양 여행지
가족여행, 허니문 부터 액티비티 홀릭까지 다모여!

 

올드 맨 바이 더 씨 Old man by the sea. 사람 얼굴을 한 큰 바위가 있는 해변으로 20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어 사람이 거의 없다

 

사이판이야 워낙 우리에게 잘 알려져서 딱히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고급 리조트와 편의시설도 많고, 면세점도 있으며, 아름다운 해변과 울창한 정글에서 즐길 수 있는 여러가지 액티비티를 제공한다. 

 

 

 

 

정글의 오이! 정글 ATV 타다가 야자수 휴식 중. 진흙탕 뒤집어 쓰기는 필수 아님 ㅋ
전설적인 시야를 자랑하는 사이판 바닷속. 너무 맑은 물엔 고기가 없댔는데, 사이판엔 물반 고기 반
금지된 섬 Forbidden island에서 광선검들고 부부싸움은 필수!
오브잔 해변 Obyan beach에서 유유자적 신선놀음

 

사이판은 한, 중, 일 주변 국가에 잘 알려져서 사람이 많은 편이지만 리조트와 숙소,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가라판에서 조금 벗어나면 비교적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 완전히 혼자 즐기는 힐링여행 보다는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활기찬 휴양지 분위기를 즐기면 좋을 곳이다. 따라서 가족여행, 허니문, 쇼핑여행, 친구들과 액티비티 여행 등등 다양한 컨셉이 가능하다. 

 

비슷할 것 같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마리아나의 세 섬. 우리처럼 일주를 해도 좋지만 휴가 한번에 한 섬씩 머물며 천천히 즐겨보면 그 매력을 더 속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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