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dream of California

스무살, 내가 꾸었던 꿈

로스 앤젤레스의 어떤 오후

로스 앤젤레스

Los Angeles


캘리포니아 드리밍.

수많은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를 꿈꾸나보다. 이런 노래까지 있는 것을 보면. 노래속에서도 그랬고, 영화 캘리포니아에서도 그랬고, 캘리포니아는 낙원의 이미지이며 현실의 겨울같은 상황을 도피할 수 있는 곳으로 그려진다. 


나를 위한 선물

태평양 상공 어딘가, 싱가포르 항공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Somewhere on the Pacific ocean


아마 그때의 나도 그랬던가보다. 

처음으로 내가 살던 동네와 살림살이가 고만 고만했던 동네 친구들을 떠나 대학에 가면서 용돈과 밥값을 벌어야 했고, 처음으로 서울의 동서남북, 아니 전국의 빈부격차가 뒤섞인 공간속에서 내자리를 차지하고 살아가야 하다보니 조금 놀라고, 조금 지쳐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이제 성인이니 내가 쓸 돈정도는 내가 버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어떤 이들은 내가 당연하다 생각하는 그런 현실이 당연하지가 않더라. 더 큰 세상으로 나가니 정말 잘난 사람도 많고, 진짜 잘 사는 사람도 많고.


어느날 저녁, 학교에서 배낭여행계획을 세우는 친구들이야기를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알바 시간에 늦어 허겁지겁 달려나오는 중이었다. 비행기표는 고사하고, 여름내 알바비 모아서 다음학기 학비 보태기도 바쁜데 배낭여행이 웬말인가...

IMF때라 어렵게 얻은 과외자리 짤릴까봐 초조하게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떤 옷가게 쇼윈도의 사진 한장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내 또래정도 되보이는 애들이 구리빛으로 그을린 피부를 뽑내며 서핑 팬츠와 비키니를 입은채 서핑보드에 기대 서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쟤들은 어쩜 이렇게 자유로와 보일까. 저런 곳에 살면 배낭여행 따로 안가도 되고, 알바를 빡쎄게 돌아도 서핑한번 하고 나면 피로가 그냥 싹~다 풀릴 것 같다. 대체 저기는 어딜까?


꿈을 실은 날개

태평양 상공 어딘가

Somewhere on the Pacific ocean


포스터를 찬찬히 살펴 보니 그 아래 캘리포니아 드리밍 California Dreamin' 이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그렇구나. 여기가 캘리포니아구나. 나 여기 간다. 언젠가 꼭 가고 만다!

그로부터 약 18년이 지난 어느날, 

나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비행기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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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아트, 벽화

애벗키니, 로스 앤젤레스

Abbot Kinney, LA


내눈 속에 비친 캘리포니아

LA 공항 근처 도로위

On the road near LA airport


핑크빛이었다.

내눈엔 그냥 다 핑크 빛이었다.

캘리포니아의 공기는 노오란 빛을 띈다. 헐리웃 영화들을 보면 어딘지 노란 빛이 돌아 같은 한국 배우가 출연해도 색감이 달라 보이는데, 그쪽은 정말 공기의 색감이 달랐다. 어딘지 모든 것이 따뜻해 보였다.

그러나 그날 내가 본 캘리포니아는 핑크빛이었다.

행복해서 발그레하게 물든 오렌지 핑크빛.


오래 기다린 소풍날은 비가 내린다

LA 도로 위 어딘가

Somewhere in LA


비가 내렸다.

처음 만난 캘리포니아는 촉촉한 감동의 눈물로 인사를 건냈다.

6개월만의 비라고 했다. 

반가운 비라고 했다.

보기 드문 LA의 풍경을 보고 있는 거라고 했다.

이틀동안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며 사진기를 움츠리게 했지만,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햇살을 볼 수 없었지만, 뭐 그래도 괜찮다. 남들이 여행중에 잘 볼 수 없는 그런 LA를 봤으니.


신기루 도시

그리피스 천문대

Griffith Observatory


저기였을까?

그리피스 천문대에 올랐더니 별대신 드넓은 LA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 멀리 마치 신기루처럼 우뚝 솟아 있는 도시가 보였다.

수많은 이들이 각자 다른 꿈을 품고 몰려온 도시.

그들은 이 도시에서 그들이 원하던 것들을 모두 손에 쥘 수 있었을까?

이렇게 위에서 보니 도시 전체를 한손에 움켜쥘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려라 LA, 내가 간다!


커다란 세상의 절벽 아래서

명예의 거리

Hollywood walk of fame


모두 그렇게 호기롭게 이곳에 왔을테지.

그러나 도심속에 묻힌 나는 길거리에서 푸드덕 거리던 한마리의 비둘기와 다를 바 없었다. 

너무나 작았다.

아니 모든 것이 너무나 커다랬다.

스무살, 처음 세상으로 던져진 나와 여전히 별로 다를 바 없었다.


마음의 창밖은 늘 푸른 하늘

LA 아트 디스트릭트

Art district in LA


대신 지금의 나는 색칠하는 법을 배웠다.

나의 창밖에 푸른 하늘이 없으면 내가 직접 칠하면 된다.


대신 지금의 나는 창 내는 법을 배웠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향해 창을 내고 마음으로 활짝 열면 된다.


캘리포니아의 햇살

LA 아트 디스트릭트

Art district in LA


그러면 언젠가 비는 그치고, 창은 열린다.

나에 의해서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그때 나는 그 화창한 햇살을 가득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생각의 양면성

LA 그랜드 센트럴 마켓 앞

In front of grand central market in LA


나는 늘 위로 올라갈 줄만 알았다.

내가 가는 길 입구에는 찬란하게 꽃이 피어있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인생의 푸니큘러는 올라가기도 하지만 내려오기도 하더라. 

그래도 걱정할 건 없다. 

내가 입구인줄 알았던 그 문은 출구였고,

그 앞에도 꽃은 피어 있었다.


동경

LA 아트 디스트릭트

Art district in LA


사람은 늘 높은 곳의 꽃한송이를 꺾고 싶어 한다.

꺽으러 가는 길이 위험하니까, 위에 우러러 보이니까, 더 매력있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그 꽃은 내 발아래 핀 꽃 한송이와 다를 바 없다. 

꺽고나면 시드는 그냥 꽃일 뿐이다.

차라리 내 발아래 핀 그 꽃이 더 예뻤다.

굳이 힘들게 높은 곳에 기어 올라가 보고 나서만 배우는 교훈이다.

사람이 가끔 이렇게 어리석다.


평범해서 좋은 캘리포니아의 오후

LA 아트 디스트릭트

Art district in LA


모두가 웃고 즐긴다.

그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


소셜미디어속의 다른 모든 사람들은 행복해 보인다.

매일 여행, 매일 맛집, 매일 러브러브, 매일 휴가, 매일 선물, 매일 매일...


군중 속의 나

LA 그랜드 센트럴 마켓

Grand central market in LA


그런데 왜 나는?


미 美

LA 블루 보틀 카페

Blue bottle in LA


낙원같아 보이는 캘리포니아.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힘들여 일하지 않아도 잘 먹고, 맨날 놀고, 늘 즐거울 것 같았다.

그러나 한쪽에서 웃고 떠드는 그 순간에도 다른 한쪽에서는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소셜미디어에 행복을 과시하는 그들에게 1:1로 한번 물어 보라.

그들도 사각 프레임 밖에서는 당신처럼 땀흘리고, 울고, 찡그린다.


아웃 포커스

LA 아트 디스트릭트

Art district in LA


폐허같은 옛 공장지대.

그 길 한 구석에 꽃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 아래에만 바닥에 흐드러지게 꽃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 꽃만을 바라 보았다. 

삭막한 콘크리트 바닥도, 허물어져가는 건물도, 지저분한 낙서들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렇게 그곳은 나에게 꽃길이 되었다.


하루일과 중 어디다가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코메디가 되기도 하고, 로맨스가 되기도 하고, 스릴러가 되기도 한다.

기왕이면 꽃에다 포커스를 맞추고 산다.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은 것만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내 인생은 내가 기억하는 한 늘 꽃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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