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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키타] 초록빛 늪 케타쿠라 누마, 코케 누마
2016. 6. 30. 12:29

아키타의 초록빛 늪에 빠져들다
늪에 빠진 거야!

 

주황빛 노을로 물들어가는 코케 누마

 

아키타 여행의 마지막 날, 

가와라게 지옥을 구경하고 숙소인 모토유 클럽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해가 기울어 가서 다른 유명 여행지를 찾아가기에는 좀 애매한데, 숙소로 바로 가기에는 조금 이른 시각. 잠시 고민하다 길목에 뭔가 눈에 띄면 그냥 가보기로 했다. 역시 여행은 렌트카나 자전거로 떠나는 자유여행이 최고인 것 같다. 패키지 여행이었다면 요런 짜투리 시간을 의미없이 숙소로 가서 무료하게 떼워야 했을텐데 말이다. 

 

그렇게 계획없이 만나게 된 곳은 아름다운 숲속의 호수 케타쿠라 누마코케 누마였다. 누마는 늪으로 번역된다는데, 그 늪이라는 개념이 우리와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우리가 만난 것은 늪지대가 아닌 푸른 하늘이 담긴 호수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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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lucki.kr

 

 

 

발길 닫는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렌트카의 GPS가 영어로 나오기는 했지만 일본어를 소리나는대로 읽을 수 있다고 뜻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여행지는 대략 그림으로 선택했다. ^^;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 무라는 마을이고, 야마가 산이라는 건 알겠는데, 누마는 뭐래? 나중에 알고보니 늪이란 뜻이었지만 이 당시에는 그림만 보고 호수나 연못이라고 짐작했었다. 어쨌든 물주변은 대부분 예쁘니 여기로 가보기로 결심.

 

 

이때는 5월 말로, 6월로 넘어가기 직전이라 산아래는 이미 여름 분위기가 나고 있었는데, 산위는 기온이 훨씬 낮은 모양이다. 이제서야 벚꽃이 하나 둘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게 아닌가. 다 끝난 줄 알았던 벚꽃을 다시보니 시간을 거슬러 가는 느낌이 들었다. 

 

 

 

 

 

대충 숲속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물이 느껴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숲 전체에 우리만 있는 듯 고요했으나 이 인적 없는 호수도 관리를 하는건지 다른 곳 보다 풀이 짧은 산책로가 나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싱그럽게 늦은 봄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는 풀벌레가 있는지 몰랐는데, 집에 와서 큰 화면으로 보고 깜짝 ^^;

 

숲 곳곳에 가득했던 이 식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푸짐한 꽃이 예뻐서 열심히 사진으로 담아왔는데, 이날 저녁 숙소에서 제공되었던 요리에 이녀석이 떡 얹혀 있었다. 데친 것도 있고, 초절임 한 것도 있고. 

우리가 머물렀던 곳은 모토유 클럽이라는 온천료칸인데, 지역 특산물들로 준비된 가이세키 요리를 선보인다고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식물만은 이 지역에서 나는 자연산임이 확실해 보인다. ^^;

 

 

관련글   음식인가 예술인가, 모토유 클럽의 가이세키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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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lucki.kr

 

 

 

아, 고사리들도 팔을 쭈욱 뻗으며 기지개를 피기 시작했는데, 이들 역시 이날 저녁 식탁위에서 발견되었다. ^^

 

내일 모래면 6월인데... 이제서야 잠에서 깬 요정들의 군무

 

 

 

세상을 가득 품은 케타쿠라 늪

 

호수 방향으로 걷다보니 이런 잘 닦인 계단도 나온다. 인적이 드문 이곳까지 이렇게 길을 잘 만들어 놓다니.

 

초록으로 가득한 길. 

쭉쭉 뻗은 나무들은 하늘위로 양팔을 번쩍든 채 어서오라 맞아주는 것 같았고, 햇살에 반짝이는 잎사귀들은 반갑다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 밝고, 맑은 느낌이 드는 아름다운 숲을 지나자 드디어 생각보다 커다랬던 호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이 그대로 담긴 듯 하늘빛으로 빛나던 케타쿠라 누마의 시원한 풍경.

주변으로 등산로가 나 있어 어렵지 않게 다다를 수 있다. 

 

 

이 호수에는 하늘도 담겨 있고, 숲도 담겨 있고, 나무도 담겨 있다.

 

 

세상을 가득 품은 산속의 호수 케타쿠라 누마, 이곳이 바로 숲의 심장이 아니었을까?

 

 

 

육지가 되고 싶었던 늪, 코케 누마

 

  5월 말, 이제서야 봄을 맞이하고 있는 아키타 유자와의 산속

 

케타쿠라 누마 맞은 편에 또하나의 작은 늪이 GPS에 보였다. 코케 누마라고 하는데, 멈춘 김에 이것도 보고 가기로 했다. 

 

 

 

 

 

이곳은 정말 이름 그대로 늪이 맞는 듯 하다. 수면이 온통 이끼로 덮혀 있어 물이 보이는 곳이 거의 없었다. 

 

 

이 누마는 아무도 찾지 않는 숲속의 작은 연못쯤 되는 줄 알았는데, 나름 유명한지 입구에 설명도 있었다. 

이 지역에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절벽들이 무너져서 호수가 많이 생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 호수들이 점점 말라 가고 있으며 이 코케 누마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육지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늪 주변의 평화롭고 고요한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 있는데, 저 쪽에 낡은 집 한채가 보인다.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폐가인 듯 했는데, 그 앞에 우물이 하나 있었다. 무슨 집일까 궁금해서 다가가 보려다가 우물을 보니 갑자기 등줄기가 오싹해져서 발걸음을 반대로 돌렸다. 왜 그 순간 딱 링의 사다코가 생각이 났을까. -_-; 그러자 지금까지 낭만 가득하게 느껴졌던 모든 풍경이 공포영화로 바뀌어 버렸다. ^^;

 

 

노을이 아름답게 지는 늪 풍경을 한번 더 돌아보고 차로 발걸음을 돌렸다. 밤에 산속을 운전하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자꾸만 저 편에 보이는 우물이 거슬렸기 때문에 ^^;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같은 곳을 아름답게 느끼는 것도 공포 영화한장면으로 느끼는 것도 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 그래. 그렇다면 평범한 하루 하루를 아름답게 느끼는 것도 다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 매일 삶의 긍정적인 부분만 바라보자고 다짐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사다코가 뒤쫓아 오나 차 뒷편을 힐끔거려가면서... ^^;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현 한국 코디네이터사무소에서 항공권, 숙박비, 교통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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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날짜 : 201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