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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Seoul, Inchon | 서울, 인천
안양천 벚꽃길 금천 벚꽃 축제
2013. 4. 16. 15:48

안양천 벚꽃길, 금천 벚꽃십리길
서울 봄꽃놀이

 

오늘은 드디어 날이 좀 풀리는 듯 하다. 드디어 진짜 봄인가보다. 서울에는 지난 주말 이곳 저곳에서 벚꽃 축제가 열렸는데, 쌀쌀한 날씨 덕에 정작 벚꽃은 만개한 곳이 없었다는 후문. 감자와 오이도 금천 벚꽃 축제에 다녀왔는데, 만개까지는 아니고, 한 70-80 % 정도 피었더라. 날씨를 보아하니 오늘부터 목요일까지가 최고조 일 듯. 주말까지는 흩날리는 벚꽃아래 충분히 이번 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벚꽃이 많이 피는 장소는 늘 인파가 가득하기 마련. 많은 이들이 여의도 윤중로보다 조금 한적한 곳을 찾다보니, '안양천 벚꽃로'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듯 하더라. 사실 안양천 변에는 곳곳에 벚꽃길이 있지만 가장 예쁜곳은 바로 철산대교와 광명대교 사이이다. 길이가 1.4km로 다른 벚꽃로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벚꽃 터널의 아름다움을 즐기기엔 충분한 거리.

가는 방법은 1호선이나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하차, 5번 또는 6번 출구로 나와서 안양천방면으로 700m정도 걸으면 된다.

 

 

그리고 또다른 금천구의 벚꽃길이있는데, 이곳은 금천 벚꽃십리길 이라 불린다. 그리고 바로 이곳이 매년 금천구 벚꽃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이길은 차도변이라 한적한 길은 아니지만 약 4km가량의 긴 벚꽃길로, 지하철 위에서도 보이기 때문에 매일 아침 1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또는 한숨쉬게 하는 구간이다. ^^ 

가는 방법은 지하철 1호선 또는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부터 1호선 독산역을 지나 금천구청역까지이니, 본인의 체력에 맞는 거리를 생각하여 내리면 되겠다. 위 지도의 보라색 구간이다.

 

 

 

 

 

 

 

 

금천 벚꽃 축제 현장 스케치
꽃피고 새울던 날

 

 

 

축제날 날씨가 생각보다 쌀쌀해서 봄 옷보다는 얇은 겨울옷이 맞을 것 같았지만 어쨌든 다행히도 벚꽃이 많이 피어주어서 축제분위기가 물씬 났다. 작년 윤중로 벚꽃 축제때 벚꽃이 하나도 피지 않아서, 오이군이 한국에서 처음 맞는 벚꽃 축제가 매우 황량한 기억으로 남았었는데 조금은 만회를 할 수 있었던 듯...이라고 하기엔, 추워서 오이군이 감기를 달고 왔다. 연약한 우리 남편. T_T

 

메인 축제는 13일 토요일과 14일 일요일 양일간 이었고, 벚꽃 런치축제가 요번주 금요일(19일)까지 이어진다. 가산디지털단지역 부근에 직장이 있으신 분들은 점심 때 샌드위치 하나 들고, 공연을 관람하며 잠시 스트레스를 잊어보셔도 좋을 것같다.

 

 

대부분의 행사는 금천구청주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1호선 금천 구청역에서 하차 하여 일단 주변 벚꽃을 구경하기로 했다. 구청 주변에는 꽂도 많지만 사람도 많아서 잠시 한적한 곳으로 꽂사진을 찍으러 갔다. 금천구청역의 유일한 출구로 나오자마 왼쪽을 바라 보면 안양천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는데, 이렇게 다리를 건너면 역주변보다 한적하고 벚꽃과 개나리의 화사한 꽃길이 펼쳐진다.

 

오이군은 꽃을 보며 운동도 하는 특권을 누리겠다며 몇몇 70대 할머니들과 같이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아마 이래서 감기가 걸리지 않았나 싶다. 

 

 

 

 

직거래 장터
도심 한복판의 시골 장터

 

 

축제장은 윤중로 벚꽃 축제와는 그 분위기가 매우 달랐다. 마치 시골 어딘가의 장터에 와 있는 듯한 기분? 구청역 주변에 공사중인 곳이 많아서 대부분이 황토흙이 드러나는 공사장이었는데, 바로 이곳에서 대형 장터가 열린 것이다. 경기도에 살았던 어린 시절에도 느끼지 못했던 제대로 토속적인 분위기였다. 분위기에 취해서 좋아하지도 않는 뽑기도 하나 샀다. 모양이 하트라 숨어있던 소녀적 감성이 나와서 샀는지도 모르겠다.

 

 

 

먹거리 장터
장터의 꽃

 

 

장터를 지나 금천구청쪽으로 좀더 내려가니 이번엔 먹거리 장터가 크게 열려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빠지지 않는 품바공연이 한창이다. 물론 품바공연에서 외국인은 항상 환대를 받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품바공연을 하시는 분들은 오이군을 멀리서도 귀신같이 발견해 내시고 꼭 가운데로 끌어내서 이것 저것 질문을 하시고, 청중의 박수를 유도하신다. 오늘도 오이는 얼굴이 핑크빛으로 물든채 영문도 모르고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

 

 

먹거리 장터에는 통돼지 바베큐부터 오징어 순대, 커다란 솥에서 끓고 있는 장터국밥, 조금 뜬금없지만 코코넛까지 다양한 음식이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 웬 고래고기? 멸종되가고 있다는데, 식량난 때문도 아니고 그저 재미로 먹는 고래는 이제 좀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곯던 시절도 아니고, 먹을것이 지천인 요즘, 신기한 것 한번 맛보자고, 구태여 생명체 한 종류를 멸종시키는 것은 너무나 이기적인 행동이 아닌가. 솔찍하게 고백하면 나도 오래전에 궁금해서 고래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다. 육질은 쇠고긴데, 냄새는 비린내 심한 바다생선이다. 그다지 맛이 없어서 한번 먹어 보고 잊고 지냈는데, 뉴질랜드에서 힘차게 물을 뿜는 고래를 봤을 때, 예전에 먹은 고래가 생각났다. 저 아름다운 생명체가 나같은 사람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지도 모른다니. 그 이후로 환경 운동가도 아니고, 자연 보호 주의자도 아니지만 목장에서 길러 그 수를 보존할 수 없다면 먹지 말자는 주의로 바뀌었다. 고래는 사람이 기를 수 있는 생명체가 아니다. 새끼를 많이 낳는 동물도 아니다. 먹으면 지구상에서 그만큼 수가 주는 생명체이다.

 

 

 

 

 

장터안으로 들어서니 여러가지 간이 게임장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흔히 보던 공, 활, 다트 던지기 이외에도 감자는 한번도 보도 듣도 못한 즉석 빙고 게임, 동전 던지기 게임 그리고 지인~짜 어렸을 때 보던 오락기까지 거의 개화기 장터 분위기였다. 우리도 그 중 빙고게임에 참여했는데, 처음에는 흙밭 천막에서 진행되는 것이 마치 도박장 같아서 (^^;) 조금 망설였으나 가족단위로 즐겁게 하고 가는 분위기여서 우리도 슬쩍 앉았다. 천원에 3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모두 꽝~ ^^

 

 

포기가 빠른 우리는 천원 모자라면 막걸리도 못마신다며 다시 먹거리 쪽으로 왔다. 아까부터 눈독들이던 통돼지 바베큐에 찹쌀 동동주를 주문했다. 진심으로 보드라왔던 통돼지 바베큐와 뭔가 쬰득한(?)느낌의 동동주. 환상의 궁합이란게 이런건가보다. 길가에 버려진 벚꽃도 주워 우리의 운치를 더했다. 흙이 잔뜩 묻은 꽃을 주워서, 턱 하고 내 머리에 꽂아주는 오이군. 머리에 모래떨어지는 느낌이 나서 순간 울컥 했지만 어정쩡하게 미소지으며 너그럽게 용서했다. 꽃 축제니까...흙을 좀 털고 얹어줬더라면 좋았겠지만...ㅠ_ㅠ

 

오이와 감자는 잠시 추위도 잊고, 막걸리에 돼지고기를 씹으면서 고래보호에 대해 열띈 토론을 벌인 후 오늘의 하이라이트 캠프파이어장으로 향했다. 

 

 

 

캠프 화이어
모두의 소원을 담아

 

 

동동주가 머릿속에도 동동 떠올라 조명 받은 벚꽃 색이 사실은 조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공연장으로 갔다.

 

하늘엔 이렇게 사랑스러운 초승달과 샛별이 축제의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지금 한창 지역문화 공간으로 새 단장중인 부지에 설치된 공연장에서는, 하루종일 오케스트라에서부터 금천구 여러 지역단체의 공연이 이어졌고, 저녁에는 오늘의 초대가수 '바다'양까지 나와서 사람들의 움츠린 어깨를 들썩이게 해 주었다. 대학 1학년 학교축제때 SES로 활동 하던 그녀를 처음 봤는데, 오늘 이렇게 다시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하다. 여전히 맑고, 시원한 그녀의 목소리에도 그저 노래 잘하는 아이돌이 아닌 성숙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캠프파이어. 시원한 불꽃이 보고 싶기도 했지만, 날씨가 워낙 추워서 빨리 불가에서 손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불을 피우는 장면을 일단 비디오로 감상하시라~

 

 

 

흥겨운 사물놀이와 캠프파이어 주변에서 대동제가 이어졌고, 드디어 소원대로 따뜻한 불가에서 떨리는 손발을 녹일 수가 있었다.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과 상기된 사람들의 얼굴. 하늘을 향해 날아 올라가는 불꽃. 벚꽃과는 또다른 설레임을 주는 멋진 꽃이다. 학창시절 캠프파이어 이 후로 이렇게 큰 불을 본 적이 언제던가? 

 

그런데, 한참 흥이 돋아 사람들이 손을 붙잡고 강강술래라도 할려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대동제가 끝났다고 하더니 소방대원 아저씨가 오셔서 반도 안탄 모탁불을 순식간에 소화시키셨다. T_T 불을 좀더 오래 즐기지 못한 것이 요번 축제의 아쉬운 점. 해질 무렵 바로 모닥불을 켜서, 그 주변에 둘러 앉아 콘서트도 보고, 테이블에 앉아 마실 수 있는 음료라도 판매했라면 좀 더 운치있는 축제가 되지 않았을 까 싶다.

 

어쨌든 금천 벚꽃 축제는 그저 단순히 벚꽃만 보는 축제가 아닌, 겨울을 떠나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구수한 느낌의 마을 대축제이다. 

 

※ 여행일자 : 2013.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