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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예천 용궁역에는 토끼간빵이 있다고?!
2016. 2. 20. 19:49

토끼간 빵에 진짜 토끼간이 들어가나요?
새해 첫날 우리는 용궁으로 여행간다

 

기차역, 용궁역에 내리면 늠름하게 반겨주는 청룡. 용이 감싸고 있는 마을 회룡포를 상징한다

 

흐익~ 토끼간 빵에는 정말 토끼 간이 들어가나요? 

토끼간 빵을 파는 용궁역 빵집에서 빵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아가씨가 들어와서 호들갑스럽게 던진 질문이다. 동화속의 한장면이 아니라 새해 첫날 우리는 정말 용궁에서 토끼간 빵을 먹었다. 몸에 좋다는 토끼간이 드음뿍...든게 아니라 고소한 팥앙금이 가득 든 넘으로 ^^

 

새해 첫 여행지로 선택한 회룡포는 행정구역상 경북 예천군 용궁면에 속한다. 동네 이름이 용궁이라니. 이름만 들으면 바닷가에 위치하고, 사방에 해산물이 난무할 것 같지만 의외로 용궁면은 산이 더 가까운 곳이다.

 

 

 

 

 

용궁역은 무배치간이역으로 역장도, 역무원도 없는 역이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려면 일단 기차에 올라타서 승무원에게 차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서 조용하게 사라져 가던 이 곳이 2013년 4월 갑자기 지역 명물로 급부상 하게 되었다. 바로 어떤이의 빛나는 아이디어 덕분.

용궁이라는 독특한 지명을 100분 활용해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름하야 토끼간 빵. 이쯤되면 아무리 유치원 안나온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국민 전래동화 별주부전이 떠오르시리라. 더 쉬운 이름으로 토끼와 자라. 용궁역에서는 꾀많은 토끼를 어렵게 꼬시지 않아도 그 귀하다는 토끼간을 찾을 수 있다. 그 옛날에 자라가 알았다면 그 고생 안하는건데. ^^

 

 

이름이 너무 재밌어서 회룡포에서 다음 목적지로 가기 전에 다른 명소 다 재껴두고 용궁역으로 향했다. 이래서 이름이 중요하다. 누가 어떤 게임 앱을 개발하는데, 이름을 인기어 오덕으로 바꿨더니 한국에서만 대박났다고 하던데, 토끼간빵이 아니라 그냥 건강 오곡빵 뭐 이런거였다면 내가 이 먼곳까지 갔을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역으로 가는 길 벽에는 별주부전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덕분에 별주부전을 모르는 우리 외쿡인 오이군에게 그림 동화책 읽듯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었다. ^^; 마지막은 살짝 달랐지만.

별주부전의 엔딩은 동네마다 다르다. 마지막에 토끼가 도망가고 나서 울고 있는 자라를 불쌍히 여긴 옥황상제가 선녀를 통해 약을 전달했다는 것도 있고(우리동네 버전), 약을 못구해서 좌절한 자라가 바위에 머리박고 죽었다는 것도 있고(뉘 동네 버전인지 이거 듣고 자라면 애들 험하게 클 듯), 토끼가 자신을 골탕먹인 용궁식구들을 괘씸히여겨 바위 뒤에서 똥을 눠서 간이라며 건네 주자 한번도 토끼똥을 본 적이 없는 자라는 믿고 그걸 용왕님께 건네 줬는데, 엄하게 토끼똥 먹고 정말 병이 나았다는 버전도 있다.(플래시보 효과?)

그리고, 이곳 용궁역 버전은 토끼가 마지막에 토끼간빵을 건네 줬다고. 당연히 용왕님의 병은 토끼간빵으로 말끔히 치유되었다. ^^

 

 

토끼간 빵을 파는 곳은 간이역 안에 위지한 작은 상점이다. 원래 아무것도 없는 썰렁한 곳이었는데, 요렇게 토끼간 빵을 파는 작은 상점과 맞은편에 자라카페가 들어서면서 이곳이 새롭게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자라카페는 당연히 패션브렌드 ZARA가 아니라 토끼간 구하는 임무를 맡았던 그 자라다. ^^ (오이군이 ZARA랑은 무슨 관계냐고 물어봐서...)

 

 

귀여운 토끼는 간도 이렇게 예쁘게 생겼을까? ^^

동글동글 노르스름한 빵이 윤기가 반짝 반짝 흘러 참 먹음직 스럽게 생겼다. 전부 동그란데, 일부러 두개 정도만 길죽하니 간스럽게(?) 만들어 놓았다.

예쁜 상자에 12개가 들어있고, 가격은 1만원. 

 

 

우리는 방금 오븐에서 나온 것을 먹고 싶어서 새로 빵이 구워져 나올 때 까지 대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10분뒤, 대기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바삭하고, 고소한 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빵은 역시 따끈해야 제맛. 

다행히도 토끼간빵에 진짜 간은 안들어 간다. 간대신 몸에 좋은 통밀, 팥, 호두, 헛개나무 등이 들어간다고. 붕어빵에 붕어 없듯, 토끼간빵에는 토끼간이 없다. 진짜 간이 있었더라면 뭔가 잔인했을 듯 ^^; 그런데, 이에 반기를 드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수입오이군이다. 스위스에는 토끼고기를 돼지고기처럼 수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따라서 토끼간도 소간, 돼지간처럼 팔기때문에 진짜 토끼간이 들어간 고기만두 같은 것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팥이 들어 있는데 이게 왜 토끼간 빵이냐며 실망 실망. ^^;

 

맛은 경주의 황남빵이나 뭐 그런 류의 통팥이 든 빵과 비슷한데, 살짝 덜 달아서 물리지 않는다. 특히 바로 오븐에서 나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 부분이 정말 맛있었다.

 

 

 

 

 

따뜻한 빵이 든 상자 뚜껑을 바로 닫으면 바삭함이 사라지기 때문에 박스를 연 채로 조심스럽게 받아 나가는데, 어떤 아이가 엄마손을 가게안으로 이끌며 활빵 사줘, 활빵 사줘를 연발한다. 활빵은 또 뭐래? 

언제 또 예천에 올지 모르는데, 다 맛보고 가야한다며 우리도 활빵을 구입하려고 했더니 오늘은 다 팔리고 세개가 남았으니 그냥 가져가라는게 아닌가. 16개들이가 1만원이기 때문에 하나에 6백원이 넘는건데, 죄송해서 돈을 건네드렸더니 극구 사양하신다. 인심도 후한 토끼간 빵집.

예천활빵은 판으로 찍어진 빵에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가는 것으로 토끼간 빵과는 전혀 다른 맛을 낸다. 나는 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속에 든 크림은 이게 더 맛있고, 겉에 빵은 토끼간 빵이 더 맛있더라. 둘을 믹스하면 딱 좋을텐데 ^^

 

 

역사를 개조한 토끼간 빵집은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직원들이 직접 열심히 빵빚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아마 예전에는 이곳에 매표실이, 맞은편 자라카페에는 대합실이 있었던 듯 하다. 지금은 역무원이 없는 역이다보니 쓸모없는 공간을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로 탈바꿈 한 것.

그런데, 가만보니 빵을 만들고 계신 분들이 전부 외국인인 듯하다. 여쭤보니 토끼간 빵은 사회적 기업으로 다문화 가정과 저소득층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아아. 이런. 아이디어만 빛나는게 아니라 마음씨도 고운 가게로구나. ^^

 

용궁에는 사방에 용의 흔적이 있다. 기찻길 옆에 익살스럽게 앉아있던 고목을 이용해 만든 용

 

고소한 빵의 향기와 함께 훈훈한 이야기를 들으며 빵집을 나섰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맞은편 자라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빵을 음미해도 좋을 것 같다.

 

 

 

용궁역 토끼간 빵집


주소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용궁로 80 용궁역
전화  054-652-7737
가격  토끼간 빵 12개 1만, 예천활빵 16개 1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