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눈이 왔는데...

이건 좀 너무 춥잖아. 올 겨울은 뭐 이렇게 중간이 없나...


원주 라이프 첫번째 눈왔던 날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던 겨울때문에 눈구경 못한다고 투덜 거렸더니 하늘이 들으셨나보다. 고대하던 눈이 지난 주말 부터 3번이나 내렸는데, 문제는 한파가 같이 따라 왔다는 것. 지난주까지는 산에 들에 눈이 없어서 횡한 모습에 돌아다닐 맛이 안났는데, 드디어 눈이 내렸다 했더니 영하 15늘 넘나드는 추위에 손발이 오그라들어 돌아다닐 맛이 안나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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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라이프 두번째 눈왔던 날


산위나 들판은 바람도 쌩쌩불어 체감온도 영하 20도는 될텐데, 그래. 멀리 갈 것 뭐 있나. 집근처가 산이고 들인데. 산이 꼭 높아야 맛은 아니고, 들판이 엄청 넓어야 더 멋진 것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그냥 집 근처의 풍경이나 담기로 했다.


우리 양파도 소복히 하얀 눈모자를 뒤집어 쓰고 마당 한켠에 얌전히 앉아 눈 구경 하는 중. ^^ 

9월 말에 처음 울가족이 됐는데, 그 뒤로 단 한번도 목욕을 안시켜줘서 민트색이 회색이 되어가고 있지만 또 눈오면 말짱 도루묵일텐데, 봄 올때까지만 기다리렴, 양파. 미안 ^^;



두달간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 집은 지은지 몇년 안된 전원주택인데, 마당의 절반을 커다란 개 두마리가 차지하고 있다. 흑곰같이 생긴 이녀석은 태어난지 1년밖에 안된 큰형. 시커매서 첫인상에 카리스마가 넘쳐흘렀건만, 가까이 가니 순하게 몸을 우리에게 밀착하며 쓰다듬으라고 기다린다. 어딘지 애교쟁이 고양이 스러운 구석이 있는 이녀석은 흰눈 위에 검은 털이 멋지게 빛나는 우리집 얼굴마담.



이녀석은 어딘지 조폭같이 생겼는데, 그렇게 개구장이일 수가 없다. 아직 6개월 밖에 안됐다는데, 벌써 몸무게가 30kg이나 나간다고. 성견이 되면 60kg에 육박하는 대형견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직 어려서 그런지 어찌나 놀자고 달려드는지 풀어주면 시속 60km로 달려와 안아달라고 해서 허리가 휘청할 지경 ^^; 그래도 험한 인상과 달리 개구장이장이라 정이 가는 녀석이다.



우리가 머무는 2층은 방과 거실겸 주방은 아주 작은데, 테라스는 이렇게 커다랗다. 집보다 테라스가 더 넓은 듯. ^^; 날이 따뜻해지면 이곳에 앉아 일을해도 좋을 듯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여기앉아 점심무렵 바베큐를 할만했는데, 일주일만에 이런 풍경이 되어버리다니. 봄이 오면 딱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이곳의 봄을 볼 수 없겠지.

눈구경하려고 테라스로 나갔더니 미끌 미끌 엉덩방아 찧기 딱 좋게 생겼다. 그래서 아침부터 테라스와 계단에 눈을 쓸었다. 내가 내 손으로 집앞에 눈을 쓰는 날이 올 줄이야...



이곳에 앉아 아름답게 주황빛으로 물들며 지는 해를 보고 있으면...무지 춥다. ^^;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었던 전원주택. 모양이 너무 예쁜데, 사실 모양 이쁘게 하느라 비효율적인 공간이 조금 많이 생겨서 아쉽기도 하다. 우리집이었으면 여기 고치고 저기 고친다며 매일 리노베이션 구상중. ^^;



옆집 삽살개.

커다란 삽살개를 본지가 얼마만인지. 어릴적엔 어른들이 삽살개라 하는걸 찹쌀개로 알아 듣고, 재는 특히 맛있어서 찹쌀개라고 부르나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

그런데, 얘는 늘 혼자 집에서 밭에 묶여있어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하루에 한두번 주인이 밥만 주고 가는 모양인데, 하루 종일 얼마나 심심할까. 저 튼튼한 다리로 이곳 저곳 가보고 싶을텐데. 저녀석 있는 곳이 우리 집에서 백미터 조금 못되게 떨어져 있는데도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그새 컹컹거리며 관심을 보인다. 가까이 가서 가끔 놀아주고 싶지만 남의 밭을 가로질러 가야해서 늘 보기만하는 머나먼 그대. 시골 정취는 다 좋은데 집집마다 죄수처럼 쇠줄로 묶여있는 개들을 보는것이 너무 불편하다. 평생 사랑한번 못받아 보고 바깥에 한자리에 쇠줄로 묶여 지나는 사람보며 짖다가 생을 마감하겠지. 그중의 절반은 복날 식탁위의 이슬로 사라지고...-_-;



원주 라이프 세번째 눈왔던 날,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강풍에 눈가루가 흩날렸다


세번째 눈이 오던 날, 우리는 더이상 방구석에 앉아 풍경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전까지 계속해서 눈이 내리길래 드디어 오이군이 고대하던 스키장을 갈 때가 되었다며 다급히 준비를 하고 근처 스키장으로 향했다. 강원도로 오니 스키장이 근처가 되는구나. 

그런데, 이게 웬일. 도착할 무렵 눈이 그치는 듯 싶더니 화창한 햇살과 함께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바람이 어찌나 매섭고 세던지 경사가 조금 낮은 곳으로 오면 몸이 슬로프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기까지 한다. 내 평생 스키타고 뒤로 산을 오르는 이런 진기한 경험을 할 줄이야. 내가 살이 좀 빠져서 바람에 날릴만큼 가벼워 졌나? 라고 믿고 싶었지만 화장실의 거울이 그건 아니라고 야무지게 단정지어 준다. 야속한 것. 자연설에서 스키를 타는가 싶었는데, 강풍에 눈이 다 날아가고 스케이트장을 방불케하는 얼음판에서 칼바람과 싸우며 오후를 보냈다.



거참. 맘먹고 전국일주 시작했는데, 이번 겨울은 뭔가 좀 안받쳐 주는 듯.

그럼 뭐 집에서 일이나 하는거지.

인생은 어차피 여행이니까...

자기야, 코드 열심히 짜. 소중한 손가락 시리면 안돼니까 장갑도 끼고 ^^


2016년 어느 겨울날

방구석에서 귤까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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