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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ia | 태평양의 섬들/West Australia | 서호주
몽키마이어, 야생 돌고래들이랑 놀아 봤니?
2016. 1. 20. 21:47

해변으로 피크닉 오는 야생 돌고래들
몽키마이어라고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닙니다

 

덴햄의 아침. 여명이 밝아오자 하늘이 파스텔톤 핑크빛으로 물든다

 

호주의 가장 서쪽에 있는 마을 덴헴. 집들은 많이 보이는데, 그곳에 사람이 정말 사는건지 의아했을만큼 인적이 드물고 고요해서 그날 밤은 정말 꿀잠을 잤다. 드넓은 땅을 가진 서호주에 온뒤로 가장 많이 한 것이 차로 이동하는 동안 멍때리다 자는 건데, 신기하게도 밤이되면 또다시 잠이 온다. 잠 많이 자면 피부가 고와진다는데, 여행 마치고 돌아갈 때 쯤엔 꿀피부가 되어 있는 건가? ^^;

 

 

 

 

 

대신 평소와 다르게 하루의 시작이 엄청 이르다. 우리는 여행자 숙소 다인실에서 머물렀는데, 일행 모두 보통 새벽 5시면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밥을 먹기 때문에 완벽한 저녁형 인간인 오이와 감자도 부산함에 억지로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여행의 출발은 아침 6시. 평소 같으면 아직도 꿈나라 2부를 달리고 있을 시간이건만 호주에 온 뒤로는 이 시간에 이미 차를 타고 현실세계를 달려가고 있다. 사실 차에 올라서도 첫번째 목적지에 도달할 때 까지는 비몽사몽하느라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르는데, 이건 며칠 더 지나면 익숙해 지겠지.

 

호주는 무조건 따뜻할 것 같지만 겨울에는 우리나라의 가을 같은 날씨로 아침저녁에는 쌀쌀하다

 

퍼스에서 출발한지 셋째날, 지난밤 머물렀던 덴햄에서 25km떨어져 있는 몽키마이어 Monkey Mia라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은 내가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던 곳인데, 오래전 배고픈 어학연수생이었던 시절, 어떤 여행사의 포스터 한장이 내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얕은 해변에서 돌고래들과 사람들이 같이 물에 앉아 놀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동물원이 아닌 일반 해변에 야생돌고래들이라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환타지 영화의 한장면 같이 신비롭고, 평화롭던지, 빵집앞에 굳은 성냥팔이 소녀마냥 쇼 윈도우 앞에 서서 한참 사진을 들여다 봤다. 해변에서 돌고래들과 친구처럼 구르고 노는 내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러나 그때 나는 밤 12시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터덜터덜 집에 가고 있는 중이었고, 주머니 속에는 그주의 방세와 식비로 딱 들어맞는 주급이 들어있었다. (호주 파트타임 일자리들은 보통 주급으로 지불하곤 했었다) 해변에 돌고래들이 놀러 나온다는 몽키마이어를 가려면 시드니에서 퍼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다시 북쪽으로 약 900km를 차타고 가야하는데, 그때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어림도 없는 가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8년이란 시간이 흐른 오늘. 드디어 그날의 한을 풀 순간이 찾아 왔다.

몽키 마이어. 이름도 재밌어서 기억속에 콕 박혀 있는 이곳에 발을 딛었을 때의 감동이란...

엄청났어야 하는데, 사실 별 생각 없었다. 푸른 바다와 해변이 아름답긴 했는데,

 

오이군은 바람불어 춥다고 혼자 다리 윗쪽으로 올라갔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던 것이다.

사실 당연하다. 해변에 놀러 나오는 돌고래를 보고 싶은게 어디 나 뿐이겠는가.

 

나는 맨 앞에서 보겠다는 투지를 불태우며 다른 일행들과 해변에 남았다

 

게다가 나는 포스터에서처럼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 돌고래와 수영하며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이러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 높이가 오늘 내가 이곳에 들어 갈 수 있는 깊이의 전부. @_@

이곳에는 호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돌고래 인포메이션 센터와 행동연구소 등이 있는데, 직원들이 돌고래와 너무 가깝게 다가가지 않도록 거리를 규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이 많은 사람들이 돌고래 만지겠다고 덤벼들면 상처입은 돌고래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

이게 옳다는 걸 알면서도 한켠으로는 상상하던 것과 너무 달라서 실망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완전히 새 됐구나? 라는 듯 날아가지도 않고 저기 않아 내내 우리를 관람했던 파랑새 한마리 -_-;

 

게다가 돌고래들은 야생이라 보통 아침 8시에서 12시 사이에 두세번 왔다 갔다 한다는데, 그건 대략적인 시간이고 실제로는 지들 오고 싶을 때 온다고 했다. 조금 일찍 올 수도 있다고 해서 우리는 7시 30분부터 해변에서 대기했는데, 9시가 다 되도록 멸치 한마리 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돌고래랑 개인적으로 약속시간 잡아 놓은 것은 아니니 안와도 원망할 순 없지만 야속하기 그지없구나. 

내가 널 보기 위해 8년이 걸렸다고. 앙? 안올거냐?

 

지루하고, 다리도 아파서 그냥 해변으로 돌아와 주저 앉을까 고민하는데, 그때 사람들의 우와~하는 소리가 들렸다. 팟! +_+ 번개같은 동작으로 해변을 훑었으나 기대하던 돌고래의 등지느러미가 보이질 않네? 뭐지. 자세히 보니 웬 거북이 한마리가 수면으로 올라와 관광객들을 신기한듯 구경하고 내려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들 와글 와글 해변에 모여 있으니 거북이도 궁금한 모양. 

왜 돌고래만 밥을 주나요, 저도 먹을거 주세요!

 

 

 

 

 

거북이가 놀고 간지 한 십분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우와~와 분주함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정말 돌고래인듯.

아니나 다를까 저편에서 상어인지 돌고래인지 알 수 없는 지느러미하나가 천천히 다가 오더니 해변가에 와서 귀여운 얼굴을 쑤욱~하고 내밀었다.

와우. 진짜 이 얕은 해변으로 돌고래들이 거슬러 나오는구나!

돌고래의 귀여운 미소를 보자 쌀쌀한 날씨에 투덜거리던 몸뚱이가 한방에 스르륵 녹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 오는 돌고래들은 큰돌고래(= 병코돌고래 Bottlenose dolphin, 남방돌고래 )들로 온대, 열대 바다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다

 

한마리가 앞서 오며 분위기를 살피는 듯 했는데, 괜찮아 보였던지 잠시 후 3마리가 더 와서 총 4마리의 돌고래들이 우리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재롱을 부린다. 사실 재롱 부리는 것은 우리고, 돌고래가 우리를 관찰하는 느낌이 더 컸지만 말이다. 

 

 

이곳에는 약 50여년 전 부터 돌고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진주 농장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었고, 몇몇 어부들이 살았다고 한다. 그 중 한 어부가 매일 물고기를 잡아 돌아오는 길에 인근에서 놀고 있는 돌고래들에게 먹이를 던져주곤 했는데, 그때부터 돌고래들이 해변으로 매일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 소문이 인근지역으로 퍼져나가자 각지에서 사람들이 구경을 왔고, 정부는 80년대 중반부터 돌고래 연구센터를 세우고, 큰 도로를 건설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침 나절에 3번씩 센터 직원 두명이 나와 먹이를 주는데, 한명은 관광객이 물안쪽으로 들어가 돌고래를 만지지 않도록 막고, 다른 한명은 돌고래 옆으로 가서 해변에 있는 사람들이 돌고래를 두루 볼 수 있도록 천천히 왔다갔다 한다. 그러면 돌고래는 신기하게도 이 직원을 강아지 처럼 졸졸 쫓아다닌다.

 

 

돌고래가 바로 코앞에 있지만, 보호센터직원들이 감시하고 있어 우리는 가까이 갈 수가 없다. 돌고래를 사람들이 만지면 돌고래가 상처입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정작 직원은 막 쓰다듬어주고, 툭툭 쳐주기도 한다. 췟. 부럽다. ㅠ_ㅠ

 

 

먹이는 돌고래들이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아주 소량만 주는데, 관객중 5명을 뽑아 직접 물고기를 줄 기회를 준다. 뽑는 기준은 그냥 직원 맘대로 무작위 선정.

 

 

야생 돌고래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흔치 않은 기회가 틀림 없긴 하지만 나는 아마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내가 갔던 계절이 호주의 겨울이라 조금 쌀쌀해서 물놀이를 할 수 없었다 쳐도 우리는 그들에게 전혀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배 위에서 돌핀워칭이나 고래워칭할 때 보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그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물도 흐린 편이었고, 돌고래가 오래전 봤던 포스터에서처럼 스무마리쯤 나타나는 줄 알았더니 고작 너댓마리가 왔다 갔다 하는 정도 였다. 이걸 보자고 두시간을 추운데서 떨었나 싶어 조금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 진정한 돌고래 쇼는 이로부터 이틀 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펼쳐 졌는데...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기로 하자 ^^

 

몽키 마이어에는 편의 시설로는 작은 리조트와 레스토랑 몇개, 카페 몇개가 있고, 볼거리는 돌고래 이외에도 호주 원주민 문화센터와 아름다운 해변이 있으니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다른 것들도 즐겨 보는 것이 좋겠다. 돌고래 하나만 보자고 이 먼길을 오기에는 많이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

 

 

몽키 마이어 Monkey Mia

홈페이지  www.sharkbay.org/place/monkey-mia

※ 몽키 마이어에 가는 방법은 렌트해서 직접 운전해 가거나 여행사를 통해 투어를 신청해야 합니다. 시드니나 멜번 등 다른 도시에서 신청해도 출발은 보통 퍼스에서 하게 되므로 일단 퍼스로 가야 합니다.

 

 

       

고학생 시절에 무리해서 왔더라면 본전 생각 엄청 날뻔...

201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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