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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하동 십리벚꽃 혼례길, 그대 손잡고
2013. 4. 15. 17:01

하동 십리벚꽃길

Romantic Spring

 

 

토요일 이른 아침 6시, 번데기처럼 이불을 혼자 똘똘말고 자는 오이군을 살며시 깨웠다. 

 

오이군, 벚꽃놀이 가야지~버스 놓쳐, 일어나~
어우...부슬 부슬 비도 오는데, 진정 이래야 겠어

 

그의 물음에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

 

왜 우리 마누라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방랑벽이 잠들 줄 모르냐고 투덜거리면서도 주섬 주섬 옷을 입고 별 저항없이 따라오는 오이군, 아침잠도 많은데 내심 기특하다.

 

비오는 아침 지하철 안 풍경

 

사실은 나도 설마설마 했던 비가 주룩주룩 오는 바람에 의욕이 반감됐었지만 이미 예약해 놓은 버스표를 취소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이군에게 그런 눈치를 보일 수는 없는지라  봄비내리는 벚꽃 길, 그 또한 낭만적이지 않겠냐며 달래고, 설득해서 오이군을 지하철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따뜻한 지하철에 앉고 보니 나도 감기는 눈은 어쩔 수가 없다. 

 

 

 

 

 

 

 

 

 

 

 

있을건 있고, 없을 건 없습니다, 화개장터

Whagae Market Place

 

 

 

오늘의 벚꽃놀이 장소는 경상남도 하동 십리 벚꽃 길, 그 시작은 화개장터에서.  있을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는 화개 장터이다.

비가 계속 부슬 부슬 오는데도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다는 듯 웃고 떠들며, 거리 공연도 보고, 빙어튀김에 막걸리를 걸치는 등 온통 축제 분위기이다. 비가와서 우리밖에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다.

 

 

몇십년동안 이어왔다는 진짜 대장간이 있는가 하면, 화사한 봄꽃이 가게를 빼곡하게 매운 꽃집, 각종 약초와 한약재를 파는 약방, 오이군의 눈을 휘둥그랗게 만들었던 벌떡주(가게앞 조각상을 잘 보세요. ^^;), 예쁜 도자기 물품을 파는 가게 등 재미있는 곳이 많이 있어 하나 하나 들여다 보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 갈 것 같다. 

 

 

 

 

장터의 꽃, 먹거리

The Best Things in the Market

 

 

 

사실 장터가 운치있는 이유는 물건파는 가게도 가게이지만 바로 이 구수한 먹거리들이 화기애애하게 우리를 반겨주기 때문이다. 장터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고소하게 구워지고 있던 오감찰바. 쌀로 만든 호떡같은 것인데, 안에는 고구마, 호박 그리고 피자 앙금이 들어 있다. 단맛의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감자의 선택은 피자. 물론 피자 중독인 오이군도 피자. 찰바를 질겅 질겁 씹으며 비오는 장터를 누비고 다녔다.

 

 

오이군이 좋아하는 뻥튀기도 여기는 단호박과 적고구마가 살짝 들어 알록 달록하다. 그렇다면 맛은?

일반 뻥튀기와 똑같다. ^^

 

 

무엇보다 이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바로 빙어 튀김과 참게장 그리고 은어 회. 

츄릅. 빙어와 참게를 글로 써 놓고 보면서 지금 나도모르게 침이 고인다. 고소한 빙어튀김과 복슬 복슬한 털장갑을 낀 참게장, 봄이면 바다에서 강을로 올라오는 신선한 은어회. 이곳에 오면 꼭 먹어보아야할 지역 명물이다. 장터 안에는 많은 음식점이 있는데, 섬진강 쪽 주차장에서 장터로 들어오는 입구 보다, 시장을 화개천쪽으로 가로질러 가다보면 있는 음식점들의 기본 상차림이 더 훌륭하다. 같은 가격에 도토리묵이 추가되고 밑반찬 가지 수도 더 많으니 참고 할 것.

 

 

 

 

 

우리는 배가고파서 급한 대로 장에 들어서자마자 첫번째 눈에 띄는 음식점에 털컥 들어갔는데, 기본 상차림이 조금 조촐하더라. 그래도 양푼에 담겨나오는 보리밥과 비빔밥이 구수한 느낌이 들어 재미있었다. 특히 비오는 날의 따뜻한 재첩국은 그 어떤 고급 음식보다도 훌륭하게 느껴졌다는.

 

 

그리고, 또하나의 명물이 바로 이 섬진강 벚굴이다. 봄에는 알에 독이 차올라 먹지 못하는 일반 굴과 달리, 벚굴은 5월 초까지 독이 없고, 벚꽃이 필 무렵 가장 통통하게 살이 올라 벚굴이라 부른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하구에서 사는 굴이라 강굴이라고도 불리는 이 녀석은 그 크기가 보통 어른 손바닥만하기도 하고, 크게는 30cm까지도 자란다고 한다. 다른 강들의 하구에서는 물이 빠져나갈 때 채취할 수 있는데, 섬진강에서는 물속 5m 되는 지점이 서식지 이므로 잠수를 해서 채취한다고 한다. 잠수해 들어가 입을 벌리고 열심히 먹이를 먹는 하얀 굴들을 보면 강속의 또다른 벚꽃이 핀것같이 아름답다한다.

 

벗굴은 한접시에 5-7개가 올라가고 가격은 삼만원인데, 아쉽게도 감자는 이 녀석을 맛보지 못했다. 껍질을 제외한 굴 알맹이만도 남자 손바닥 크기를 훌쩍넘어서, 5마리로도 어른의 한끼 식사가 된다는 마당인데, 이미 밥을 먹은 상태에다 오이군이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그 자리에서 기본 주문량을 다 먹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 오니 이 대왕굴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떠나질 않는다.

 

'크기가 크지만 한입에 쏙 먹어야 맛있다는데. 입안에 가득 차서 안씹히면 어떻하지? 나는 그냥 베어 물어서 먹어야 할까? 그냥 눈 딱감고 꿀떡 삼킬까?'

 

있지도 않은 굴을 두고 먹는 방법에대해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결국은 인터넷 주문. ^^ 할머니 같은 소리만, 세상 참 좋아졌다. 

 

 

 

 

그대손 잡고, 꽃비 내리는 혼례길 걷기

The True Romance

 

 

자, 이제 배도 부르겠다 본격적으로 꽃놀이를 즐길 차례.

 

 

벚꽃 십리 길은 화개장터에서 화개천 다리를 건너면 쌍계사까지 약 5km정도 이어진다. 십리가 대략 4-4.5km라 하니 사실 십리가 조금 넘어가는 거리다. 원래는 쌍계사까지 가고 싶었지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 왕복 10km를 걸어야 하므로 중간에서 되돌아오는 코스로 잡았다. 오늘은 여유로운 꽃놀이가 목적이지 체력단련하러 온 것은 아니므로. ^^ 

 

 

다리를 지나며 본 화개천 끝자락, 섬진강과 이어지는 곳이다. 이곳 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은어가 살고 있다. 

 

드디어 아름다운 십리벚꽃길에 들어섰다. 비때문에 꽃잎이 많이 떨어져서 남아있는 꽃받침이 보이다보니 전체적으로 핑크빛. 조금 아쉬웠지만 어찌보면 혼례길이라는 이름과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이 벚꽃 십리 길 아래서 남녀가 손을 붙잡고 걸어가면 결혼을 하게된다 하여 혼례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이미 결혼한 커플에게는 무슨일이 일어날까? 오이군이 묻길래 결혼식을  다시하게 되나보다고 우스개 소리를 했더니 오이군, 화들짝 놀라며 잡았던 손을 놓았다. 결혼식 준비하는 것 너무 힘들었다며... ^^;

생각해 보니 그렇다. 결혼식은 하룬데, 준비는 몇달이 걸렸다. 더없이 즐거운 기억이었지만 두번은 하고 싶지 않다. '손 놓고 저어~리가세요, 오이군 ㅋ.'

 

 

걷다보니 벚나무 사이사이로 홍매화도 보이고, 화개천 건너편에는 개나리 또다시 벚꽃, 이곳은 온통 꽃천지이다. 사실 딱히 십히 벚꽃길이라 정해지지 않은 길도 가로수가 모두 벚나무인지라 대략 하동 어딘가에 내려 그냥 걸으면, 그곳이 우리만을 위한 꽃길이 되어줄 것 같다.

 

 

꽃 비.

나무를 살살 흔드니 꽃잎과 함께 잎 끝에 맺혀있던 빗방울이 우수수 떨어진다. 비오는 날만이 선사해 줄 수 있는 싱그러움.

 

 

길가의 유채꽃도 촉촉히 물기를 머금어서 더욱 더 짙은 빛깔로 지나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길건너 오이군은 경치구경 삼매경. 감자와 오이는 두번 결혼식 해야할 까 무서워서 견우와 직녀처럼 여전히 길 반대쪽에서 걷고 있다. ^^;

 

 

아~ 갑자기 연녹색 봄 논이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마시게 하는 기분좋은 풍경이다.

 

하동의 특산물 녹차밭 위의 벚꽃

 

사방이 꽃잎으로 가득하다. 더이상 어떤 나무가 벚나무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온세상이 벚꽃잎으로 뒤덮였다. 길가의 야외식당인데, 문을 열었다면 두말않고 앉아서 막걸리를 한병 시겼을것 같다. 아쉽게도 비때문에 자리가 모두 젖어서 오늘은 운영을 안하는 듯.

 

 

꽃 계곡. 조그만 계곡이 하나 있었는데, 이미 물은 보이지 않을만큼 분홍빛의 꽃잎으로 가득찼다. 야외 온천이었다면 자연 꽃잎 스파가 될 뻔했다. ^^

 

 

 

 

 

우리가 손을 놓고 멀리 떨어져 걸었다고 해서 로맨틱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꽃비 내리는 계곡 사진 찍으라며 열심히 나무 흔들어주고 있는 오이군. 결국 계곡에 이미 떨어진 꽃잎이 가득해서 어디가 꽃비고, 어디가 떨어진 꽃잎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 컨셉은 실패했지만, 사진많이 찍는다고 구박하면서도 뒤에서는 은근히 원조해주는 오이군, 곰마워~  ^^

 

 

그런데...열심히 나무 흔들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오이군. 

흐익...이게 뭐야?

풀숲 사이에서 비에 젖은 자라인지 거북이인지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아마 다리 위까지 엉금엉금 기어 왔다가 다시 못 내려가서 목마름에 세상을 등진 것 같은데...비에 젖은 벚꽃과 오묘한 느낌을 풍기더라. 웬지 쓸쓸한 당신. 다음 세상에선 조금 더 빠른 동물로 태어나세요.

 

 

벚꽃 뿐 아니라 길가에 한들 한들 핀 꽃까지, 꽃들의 향연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 새 길이 두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쌍계사 방향으로 가는 길, 다른 한쪽은 화개장터로 돌아오는 길로, 차량으로 가면 일방통행이 된다. 돌아오는 길이 위쪽에 나 있는데, 왕복걷기코스가 아니라면 윗쪽 길 걷기를 추천한다. 벚꽃나무가 발 아래로 보여, 벚꽃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우리는 돌아올 때 윗쪽으로 올라갔는데, 저어~멀리까지 굽이 굽이 화개천을 따라 벚꽃이 만발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주변에서 삐죽삐죽 자라나는 연두빛 새싹까지 합새해 그야말로 장관이다.

 

 

길가에는 이렇게 녹차밭도 있어 은은한 녹차향이 퍼진다.

비오는 날이라고, 또는 커플이 아니라고 꽃놀이를 못할 이유가 없다. 센스있게 꽃놀이에 딱 맞는 밝은 색의 우산을 쓰고, 친구끼리 도란 도란 담소를 나누며 걷는 벚꽃 길. 오랫동안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맞은편에 보이는 단아한 한옥집. 벚꽃과 참 잘어울린다. 한폭의 그림이 따로 없는 것이 수많은 달력의 한페이지를 장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풍경에 취해, 넋 놓고 걷다가 오이군 이마에 새끼오이 달 뻔 했다. 태클거는 나무, 좀 비켜줄래? 키큰 오이군은 이마가 성할 날이 없다.

 

 

거추장 스러워서 우산도 쓰지 않고, 봄비 내리는 꽃터널을 걸었던 날. 가랑비에 옷 젖었지만, 혼례길을 지났으니 우리는 더 단단한 커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화개장터
대한민국 경남 하동군 화개면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 이용하여 '화개정류소'에서 하차합니다. 편도 3:25 정도 소요됩니다.
055-883-2332

쌍계사
대한민국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208
055-883-1901

※ 여행일자 : 2013.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