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가을의 안동, 안녕!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안동에 도착한 둘째날, 집앞 풍경입니다


무식하고, 용감하게 전세집 빼고, 차한대 달랑 남겨둔 채, 블로그에 서울 안녕이라 적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안동과 이별할 시간이 왔어요. 3개월이면 충분히 안동을 본거지로 경북 구석 구석을 둘러보고도 남을 것 같았건만 아무래도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다니는 여행이 아니다 보니 생각만큼 주변을 다 돌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서울에 살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일상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동안 블로그에 안동 주변의 여행지 이야기들은 조금씩 들려드렸는데, 안동에서의 일상은 어땠는지 궁금하실 것 같아 사진 몇장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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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0월 안동 입성



빰빠라 밤~

안동의 첫인상은 어딘지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예전에 두번 정도 안동 근처로 여행을 온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관광지를 구경다니는 거였고, 이번에는 평범한 거주지역에 둥지를 트는 거라 그 느낌이 아주 다르더라고요. 물론 어디 머무느냐에 따라 그 인상도 다르겠지만 저희는 안동역 뒷쪽의 초미니 신도시, 정하동에 머물렀거든요. 새로 정비된 곳인만큼 도로와 건물 내부가 전부 큼직, 반듯해서 아주 깔끔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어요. 그러나 서울 주변의 신도시들과는 달리 건물들이 모두 5층이하로 낮게 지어졌더군요. 그래서 뭔가 아기자기한 느낌? 게다가 저희가 머문 집은 어린이집 건물안에 있었답니다. 더욱 아기자기 할 수 밖에 없었겠죠. ^^ 감자오이의 집 = 어린이 집, 뭔가 저희 정신연령대와 맞는다며 킥킥거리고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집 입구에는 이렇게 귀여운 장난감 병정이 밤새 보초를 선답니다. 늦은 시간에 귀가 해도 든든하죠. ㅎㅎ


너무 너무 아늑하고 편안해서 집밖에 나가기가 싫었던 안동 에어비앤비, 모던하우스에대한 소개는 따로 포스팅에서 자세히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때는 가을인지라 낙동강가의 가로수와 주변의 나즈막한 산들이 모두 알록달록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었어요. 집밖으로 나가 5분만 걸으면 이런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휘감을 수 있으니 어찌 이곳에 반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저보다 오이군이 이곳을 정말 마음에 들어 했는데요, 도시의 규모가 오이군이 나고 자란 스위스의 작은 도시 뉴샤텔과 비슷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도시 앞쪽으로는 물이(안동엔 낙동강이, 뉴샤텔엔 뉴샤텔 호수가)있고, 뒷쪽으로는 산이 두르고 있는 지형도 똑같다며 말이죠. 전형적인 배산임수, 명당자리를 좋아하는 오이군입니다 ^^;



집근처 가로수가 전부 벚나무라서 봄에도 볼만할 것 같습니다. 경북의 단풍이 아름답다해서 가을 여행지로 선택한 거였는데, 이거 또 봄풍경에도 욕심이 생기네요. 욕심은 끝이 없다 하는데, 여행 욕심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세상이 워낙 넓어야 말이죠. 같은 곳에 가더라도 계절에 따라 풍경이 달라 보이니, 손오공처럼 머리칼로 분신을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대머리가 되도록 머리칼을 뽑아봐야 보고 싶은 곳의 절반도 못보고 늙어 버릴 것 같습니다. ^^;



안동의 흔한 풍경


안동은 도시의 편리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화로운 곳이었는데요, 집 근처에는 필요한 모든 상점들이 다 있으면서도 3분만 걸어가면 논과 밭과 산과 강이 펼쳐졌고, 그 사이에 드문 드문 멋드러진 한옥들이 턱턱 자리하고 있었어요. 어딜 봐도 눈이 호강 하는 곳이었는데, 신기하게 길에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여행 성수기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주말에도 한적하고, 시내 중심도 복작 거리는 느낌이 날까 말까. 이런 점도 오이군의 고향 뉴샤텔과 닮았네요. 고향이 서울인 뇨자, 감자는 이러면 기분이 참 묘합니다. 왜 길에 사람이 없냐고요, 사람이...



  안동에서 제일 처음 한 일은?



뭘까요? ^^

저는 당연히 카메라를 치켜들고 셔터를 누르느라 바빴고, 오이군은 공원의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

어딜가든 신고식은 사진촬영과 쓰레기 줍기로! 모범시민 오이군을 위해 저는 이제 집을 나설 때 카메라와 함께 커다란 비닐 봉지를 하나 챙깁니다. 소탈한 남편이 쓰레기를 주워 그냥 자기 배낭에 넣기도 하기 때문에 (꺄울! 디러버) 편하게 담으라고 봉지를 준비하는거죠. ^^;



  너를 이곳에 남겨두고 싶지 않다!



안동을 떠나오며 놓고 오기 제일 아쉬웠던 곳은 다름 아닌 집앞의 편의점이었어요. ^^;



집에서 1분거리에 있는데, 그 앞에 잔디밭이 있고, 의자와 파라솔이 몇개 놓여있거든요. 이 앞으로 6차선 도로가 나있기는 한데, 현재는 그 끝이 산으로 턱 막혀 있어서 그 넓은 도로를 전부 동네사람들이 주차장으로 쓰고 있답니다. 덕분에 아주 조용하고, 매연냄새 대신 뒷산에서 불어오는 풀냄새를 마시며 음료수 한잔 하기 딱 좋아요. 고급 카페 부럽지 않은 곳이라 쓸데없이 지날 때마다 앉아서 음료수를 사 마셨더니 살은 더 찐 것 같습니다. 여행하면 빠질 줄 알았는데, 어림 없어요. ^^; 다음여행지는 굴러서 가도 될 정도네요 -_-;



  부엌데기 오이군



안동으로 내려 오고는 오이군의 본거지가 부엌이 되었어요. 예전집엔 방하나를 오이군 사무실로 썼었는데, 이 집에는 책상이 없습니다. 펜션처럼 렌트하는 집이라 풀 옵션이기는 한데,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책상을 필요로 하지는 않기 때문에 집에 책상은 없더라고요 ^^; 책상 비스므리 한 것이 식탁 뿐인지라 주중에 일을 해야하는 오이군은 하루를 부엌에서 보냅니다. 일을 하느라 식탁에, 점심, 저녁 시간엔 밥을 먹느라 식탁에, 저녁에는 유투브 보느라 식탁에...



덕분에 가끔은 일을하며 요리도 하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해요. 가스렌지 옆자리에 앉아 한손으로는 소스를 젓고, 다른 한손으로는 프로그램 코드를 짭니다. ^^;

오이군은 맨날 요리하는 저와 달리 어쩌다 한번씩 요리를 하니 재밌는 모양인지 한번 할때는 정말 풀코스로 정성들여 요리합니다. 사실 대충 한다 하더라도 밥해주는 남편은 사랑이죠. 남편이 제일 이뻐 보이는 순간이예요. ^^



  동네 놀이터는 우리가 접수한다!



안동에서의 첫달, 10월은 정말이지 날씨가 너무 너무 좋았어요. 늘 일하고 있을 때 눈 하나는 카멜레온처럼 바깥의 푸른 하늘을 쫓고 있었던 듯합니다. ^^;

그러다 점심시간이 2시간 즈음으로 늘어나기 일쑤였죠. 집근처 피자집에서 피자를 하나 사들고 동네 놀이터 정자로 갑니다. 이 놀이터에서는 단 한번도 아이들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어린이 집에 간건지 이동네 놀이터에는 나와 노는 아이들이 없네요. 아랫층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노래하고, 꽥꽥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애들이 없진 않은 것 같은데 말이예요. ^^; 



덕분에 이렇게 감자 아줌마, 오이 아저씨가 오붓하게 앉아 조용히 피자를 먹을 수 있어요. ^^ 

사진을 자주 찍지 않는 남편이 갑자기 사진기를 열성적으로 찾는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제가 먹고 있을 때입니다. 무슨 배달의 민족 광고도 아니고, 너는 먹을 때가 제일 이쁘다며 이렇게 테러샷을 찍어 놓고 좋아라 합니다. 그때 마다 투덜 투덜 하는데, 그래놓고 이걸 또 포스팅에 올려 놓고 있는 저는 또 뭡니까. -_-;



뒷산에서 내려다 본 안동 정하동 풍경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맛나게 점심을 먹고 그냥 집에 가면 소화가 안되니까 가볍게 뒷산 산책도 빼먹지 않아요. 아주 전형적인 시골 노인네 다운 삶입니다. 밥먹고, 동네 산책하고... 이 나이가 너무 빨리 온 건 아니냐고 두려워 하는데,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네요. 산책이 심지어는 재밌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나이 먹는 건가요. ㄷㄷ

저희가 안동으로 간댔더니 다들 한옥마을로 들어가는 줄 아시는데, 아닙니다. 저희가 머물렀던 정하동은 안동 시내와 가까운 모던한 동네입니다. 한옥마을에서 월세로 살려면 집값이 엄청날 거예요. 여행기간이 절반으로 줄겠죠. ^^;



 절대적인 설정 샷입니다 ^^


가끔은 허세 부리면서 점심을 카페에서 먹기도 해요. 낙동강을 따라 운치있는 카페들이 드문 드문 자리하고 있거든요. 어쩌다 일감이 들어오면 노트북을 들고가서 일을 하기도 하는데, 하루종일 뒹굴거려도 비수기라 그런지 손님이 거의 없더군요. 이렇게 터어어엉 비어있는데, 대체 어떻게 유지를 하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어쨌든 저희는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여유로운 카페분위기가 참 좋았네요. 아 참, 안동에 있는 카페들은 테이블간 거리도 무지하게 넓어요. 서울의 테이블이 다닥 다닥 붙어서 옆사람 이야기에 우리 일행 목소리가 묻히는 카페는 상상도 할 수 없답니다. 



  그중에 제일은 자전거 탄 풍경



이번 전국일주를 준비하며 경차를 한대 마련했지만 사실 저희는 오랜세월 뚜벅이 커플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나들이 갈 때는 아직도 자동차보다는 자전거가 더 익숙하답니다. 



안동은 동네가 대부분 평평해서 자전거 타고 다니기 참 좋더라고요. 신세동 벽화마을까지 가면 거기는 산동네라 좀 힘들지만 시내중심이나 낙동강변, 안동댐 그리고 저희가 살았던 정하동 부근은 전부 다리미로 다린 듯 평평해서 자전거타고 돌아다니기 딱 좋습니다.

골목 골목 다니다보면 뜬금없이 이런 멋진 한옥집이 턱 자리하고 있기도 하고요,



바닥에 누워피던 코스모스와 덩굴에 탐스럽게 열려있던 호박들도 볼 수 있었어요.



그냥 아무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샛노랏게 익어 타작을 기다리고 있는 계단식 논이 나타난답니다. 안동 부근에는 나즈막한 산이 많아서 계단식 논이 많아요. 가을에 자알 여문 논은 보고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더군요. 저 쌀이 다 제것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풍요로와지고 말이죠. ^^



시골엔 집집마다 개도 키우죠. 묶인 줄이 짧아서 늘 이런 애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지지만...어쩔 수 없죠. 시골개들의 입지가 저래요 ㅠ_ㅠ 나름 좋은 공기 마시고, 마음껏 짖으며 사니 좋은 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뭐니 뭐니 해도 자전거 타기 가장 좋은 곳은 낙동강변이예요.

봄철 벚꽃이 필 때나 저희가 갔던 단풍이 들 무렵이면 세계 어느나라 절경 부럽지 않아집니다.




10월 중순이었는데도 한켠에는 연꽃이 아직 남아 있네요. 여름철 꽃이 한창일 때 보면 그 또한 매력적일 것 같습니다.



낙동강이지만 구석에는 늪지대 같은 곳도 있는데, 뭔가 저 수초 사이에서 악어 한마리가 눈을 빼꼼히 내밀 것 같아요 ^^; 호주 북부 다윈에서 봤던 악어들이 살던 호수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강변에는 부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습니다. 제가 6살때 어머니가 이걸 화병에 꽃아 두시며 이름이 부들이라 가르쳐 주셨는데, 그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이름처럼 부들 부들 한 것이 감촉이 좋아 자꾸 만졌더니 털이 부스스 일어나 다 빠지더라고요 ^^;;; 어머니가 빨리 져버렸다고 아쉬워 하셨는데, 제가 만져서 그렇다고 불지는 않았습니다. 가끔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침묵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푸흡^^;;




영가대교 아랫쪽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곳도 있습니다. 안동에 여행가신다면 이곳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서 안동댐까지 슬슬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거리는 약 5km정도 됩니다. 걸어가긴 먼거리지만 자전거 타면 금방이예요 ^^

그리고 이곳에 오이군 앞에서 저를 으슥하게 만들어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무료로 사용가능한 태양광 자전거 공기주입기 입니다. 강변에는 간간히 무료 공기주입기가 설치되어 있어요. 벨브를 타이어에 끼우고 버튼만 누르면 공기가 나오는데, 펌프가 태양광으로 돌아갑니다. 오이군이 훌륭하다고 칭찬하자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으슥해 집니다. 같이 오래 살아도 어쩔 수 없네요. 오이군이 한국에 있는 무언가를 칭찬해주면 마냥 좋습니다. 저는 맨날 불평하는 우리나라지만 그의 앞에서는 무조건 좋은 나라이고 싶어집니다. ^^;



영가대교의 야경


그리고는 저녁때 이쁘게 불이 켜지는 영가대교를 건너 집으로 돌아옵니다.

여행을 떠나지 않는 주말은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며 보내곤 했어요.



  쇼킹! 안동의 슈퍼마켓



안동 라이프 중 저희를 놀라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슈퍼마켓이었어요. 두번 깜짝 놀랐는데요, 


첫번째는 서울에서는 로또당첨만큼 사기 어렵다는 허니버터칩이 편의점 진열대에 얌전히 올라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뭐 다른 것 보다 월등히 수량이 적긴 했지만 그래도 재고가 저렇게 늘 남아있는게 놀라왔습니다. 저희 입맛에 맞는 과자는 아니지만 귀하다는 것이 눈에 띄니 사야하나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참 머리잘 쓴 마케팅이죠. 먹고 싶지 않은데, 사고는 싶게 만드는. ㅎㅎ


그리고 두번째는 냉동고에 턱 자리잡고 있는 상어 때문이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안동에서는 상어고기를 수퍼마켓에서 파네요. 집근처 하나로마트에 갔더니 냉동생선코너에 상어고기가 뙇. 오이군도 놀랐지만 저도 놀랬네요. 경북에서는 제삿상에 돔배기가 오른다고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수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지는 몰랐어요. 한국인도 한국에서 컬쳐쇼크느끼게 되는 군요 ^^; 상어를 사랑하는 오이군은 이걸 보자 울상입니다. 



  안동의 먹거리, 먹자 먹자 젊어서 먹자



안동하면 다들 찜닭을 먼저 떠올리시겠지만 안동 한우도 이근처에선 꽤나 유명합니다. 시내에 가면 갈비골목이라는 곳도 있어요. 소갈비를 그냥 구워먹거나 은근한 맛의 소스와 다진 마늘을 드음~뿍 묻힌 양념갈비가 있는데요, 양념갈비를 한번 맛보시라고 추천드립니다. 소스맛은 거의 안나는데, 듬뿍 붙은 마늘이 독특함을 느끼게 하더라고요. 육질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츄릅...키보드에 침떨어질까봐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가격은 어느집을 가나 1인분에 2만 2천원으로 동일합니다.



특이한 것은 고깃집에서 밥을 주문하면 된장국대신 우거지국이 나오더라고요. 집집마다 다른건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가본 3 곳은 그랬습니다. ^^ 저희는 된장국보다 우거지국을 좋아해서 마음에 쏙들었더랬죠.



당연히 찜닭골목도 갔습니다. 시내에 조그마한 재래시장이 하나 있는데, 다른건 별로 없고, 찜닭만 주르륵 팔아요. 주말에 시장에서 밥이나 먹자고 나갔는데, 떡볶이집 하나 말고는 먹거리가 없는거 있죠. 시장 메뉴는 찜닭을 먹거나 말거나입니다. ^^;

찜닭은 배달도 됩니다. 저희는 둘이라서 제일 작은 소자를 시켜도 남기 때문에 보통 집으로 배달시켜 먹었어요. 남으면 다음 끼니에 밥볶아 먹을 수 있거든요 ^^

저희의 단골집은 사진 왼쪽에 보이는 위생찜닭이었습니다. 집주인인 하늘양이 추천해 준 곳인데, 맛있더라고요. ^^



집근처인 안동의 정하동엔 분위기 좋은 음식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식, 이태리식, 한식, 양식, 이쁜 카페들...

맨날 외식을 할 수도 없고, 10-11월엔 제가 역류성 식도염에 시달렸기 때문에 전부 가보지는 못했지만 집밖으로 나오면 바로 그럴듯한 음식점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좋더군요. 


고기를 구울 때, 풍미를 돋구워줄 술한잔을 빼 놓을 수 없겠죠. (그래서 식도염이.. -_-;) 이근처서 처음 맛본 것으로 경주법주쌀막걸리참소주가 있습니다. 경주법주쌀막걸리는 쌀을 20%나 도정해서 쌀의 속살로만 빚어진 술이라네요. 일반 막걸리보다 살짝 덜 달고, 좀 더 맑은 느낌? 마시고 배가 더부룩한 느낌이 덜합니다. 사람에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한데, 막걸리 특유의 걸죽함보다는 청주같이 맑은 느낌입니다.

참소주는 이 지역 소주인데, 소주의 특징이 기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이므로 (적어도 제 입맛엔 ㅎㅎ) 어떤날은 달고, 어떤날은 써서 뭐라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소주맛이네요. ^^



집근처 밥집에 갈 때도 자전거를 애용합니다. 주차장이 따로 필요없는 편리함과 기동력! 주차단속 걸릴 일도 없습니다. ^^;; 그래도 음주 라이딩은 자제합니다. 오래 오래 맛난거 먹고 살려면 말이죠. ^^



  젊음이 불타는 도시 안동!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하면 뭔가 매우 전통적이어서 모두 한복입고 다닐 것 같은데, (^^;)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통마을들은 시내에서 꽤나 떨어져 있고요, 시내는 재정비를 한지 얼마 안된 듯, 깔끔하며 모던하고 세련됐어요. 줄서서 먹는 빵집 맘모스 제과점 주변은 차가 들어갈 수 없는 도보 구역인데, 유명 의류 브랜드와 음식점, 패스트푸드, 카페 체인들이 대부분 들어와 있더군요. 아기자기한게 미니 홍대 앞 같은 느낌이예요. 로컬들이 더 많이 찾는 장소는 옥동이라고 하는데, 거긴 서울로 치면 종로 분위기라 저희들 취향으로는 시내의 문화의 거리 주변이 더 좋더라고요 ^^;



연말에는 조그마한 트리도 설치되고, 반짝 반짝 불도 달아서 나름 분위기가 살아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곳입니다.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제가 20대때 팔팔하던 시절에는 도시가 작아 답답하다 느꼈을 수 도 있겠네요. 그때는 행동 반경이 무지 넓었거든요. 서울 여기 저기를 엄청 쏘다녔는데, 지금은 여행갈때는 멀리가더라도 평상시에는 집 주변에서 멀리 벗어날 필요를 못느끼고 있어요. ^^; 오이군이야 뭐 원래 이런 규모의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늘 딱 좋다고 말합니다. 서울은 너무 크다고...저는 처음에 오이군이 살던 도시에서 처음 시내라는 개념을 인지했는데, (들어는 봤어도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게 참 답답하더라고요. 친구를 만나는 곳도, 일을 하는 곳도, 장을 보는 곳도 때 늘 같은 지역이라 실증나고 재미없더군요. 서울은 홍대, 신촌, 종로, 강남, 압구정, 건대 뭐 나열하자 치면 끝이 없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편리함만 잘 갖추고 있다면 이런 것도 좋아요. 멀리 가는게 오히려 귀찮습니다. ^^;

안동은 도시도 있고, 자연도 있고, 편리하고, 현재 취향으로는 딱 좋은 곳이었답니다. 이제 또 모르죠. 십년뒤엔 어떤 곳이 좋다고 할지 ^^



  안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 한사람



아, 안동을 마무리하며 우리 하늘양을 빼 놓을 수 없죠. 하늘양은 저희가 머물렀던 집의 주인이랍니다. ^^ 

안동에 도착하기 전부터 집을 구하느라 이메일을 몇번 주고 받았는데, 이야기 속에서 딱 감이 왔어요. 이 사람은 우리과구나 ^^ 아니나 다를까 안동에 도착해서 처음 만났는데도 원래 알던 사람처럼 친근해서 가끔만나 밥도 먹고, 술도 먹게 되었네요. 젊고, 능력있는데, 재미까지있는 매력만점 아가씨. 하늘양의 집이 편하고, 좋아서 플러스 점수가 있었던 것도 인정합니다. ㅎㅎ 외로울 뻔한 안동 라이프에 감초같았던 하늘양에게 고맙다는 인사 전하고 싶어요. 이렇게 얼굴, 이름 공개해도 되나 싶었지만 어차피 에어비엔비 싸이트 집 소개란에 가면 다 나와 있길래. ^^;;

링크 https://www.airbnb.co.kr/rooms/5474812



  마지막 날은 새로운 여행의 첫날



어떤가요?

집빼고 이사간다더니 별거 없네? 하고 실망하셨나요? ^^ 

저희가 하고 싶었던 여행은 물론 거리가 멀어서 못가본 여행지들을 둘러보는 것도 있었지만, 새로운 곳에 가서 그 지역의 사람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보는 거였어요. 그 동네를 한가하게 산책하고, 그 동네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그 동네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며(헉, 스토커? ^^;) 새로운 동네의 분위기를 천천히 느껴보는 거였죠. 3개월은 짧은 시간이라 완전히 로컬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여행만으로는 볼 수 없었던 안동의 소소한 매력들을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그새 정이 들어서 살짝 아쉬운 느낌도 들지만, 무언가의 마지막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잖아요.


저희는 지금 두번째 여행지, 원주에 와 있습니다. 

안동에 있으면서 또 짐을 조금 줄였고, 두번째 짐을 싸는 거라 가볍게 차안에 구겨 넣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방심했나봅니다. 차곡 차곡 쌓지를 않아서 그런지 짐싸고, 싣고, 푸느라 또 한바탕 했네요. ^^; 이제 정신이 좀 들어서 원주의 일상도 살살 공개해 보려고요. (아, 안동 주변 여행지 이야기는 반도 못풀어서 계속 경북의 여행지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ㅋㅋ)

앞으로 이어질 원주와 강원도 이야기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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