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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안동 봉정사 앞 분위기 좋은 음식점 별천궁
2015. 11. 16. 17:26

안동 여행 무얼 먹을까?
소고기 듬뿍 칼칼한 버섯 전골, 산채비빔밥, 안동 간고등어

 

가을이면 금국이 만발하는 안동의 봉정사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그리고 수덕사 대웅전.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목조 건물이라며 그 모습도 모르면서 이름만 딸딸 외우기만 하던 사찰들을 졸업을 하고도 한참 후에서야 찾아 보게 되었다. 교과서에 나왔던 사찰들을 실제로 보는 것도 신기했지만, 오래된 것들만이 가지는 그 잔잔한 아름다움에 반해서 구석 구석 열심히 돌아 보았다. 만약 그 이름들을 처음 배웠던 학창시절에 이곳을 찾았더라면, 공부의 연장이라며 입이 댓발은 튀어나와서 지루하게 대충 훑어 보다가 스윽 나가 버렸겠지. 수학여행으로 찾았던 경주와 작년에 다시 찾은 경주가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듯이 말이다. 

 

 

어쨌든 국화차밭에서 구르고, 봉정사를 샅샅이 훑어 보느라 에너지를 많이 쏟았는지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투쟁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 역류성 식도염에 위염까지 겹쳐 조금만 밥때가 지나도 속이 쿡쿡 쑤시고, 호흡까지 가빠지며 온몸이 밥으로만 촛점을 맞춰 반응한다. 쩝. 에펠탑을 씹어 먹어도 깔끔하게 소화하며 살 줄 알았는데, 내가 위장병 약을 달고 다니는 날이 올 줄이야...

어쨌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소식을 하며 평생의 숙적이었던 다이어트 모드에 자동 돌입하게 되었다. 더이상 들어가지 않던 청바지를 차려 입고, 미소짓는 날이 머지 않았다며, 나름 잘된(?) 일이라고 위로해 본다.

 

 

 

 

 

밥도 건강하게 먹겠다며 산채비빔밥이 맛있다는 봉정사 앞 음식점을 찾았다. 이름은 별천궁. 뭔가 언니들 나오는 술집 이름 같지만 안동 간고등어와 산채비빔밥을 주로 하는 분위기 좋은 한식당이다.

 

 

화단에 알록달록 국화류의 꽃들이 가득했는데, 역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짙은 붉은색. 홀린듯이 다가가 사진을 찍다보니 나비도 한마리 날아와 포즈를 취해준다. 그런데, 이녀석은 얼굴이 꼭 참새같이 생겼네. 참새얼굴을 한 나비를 따라 나도 같이 이리 뛰고 저리 뛰다 헐떡이며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화사하게 국화가 만발한 음식점 입구

 

음식점 내부는 어딘지 촌스러운 느낌의 가구들과 장식이 어우러져 뭔가 더 독특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집을 이렇게 꾸미고 싶지는 않지만, (^^:) 웬지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친구들과 나른하게 햇살이 드는 창가에 앉아 하루종일 수다를 떨고 싶어지는 곳이다.

 

아, 물론 평생 친구인 남편과 함께 와도 좋다 ^^;

 

오이군은 원래 비빔밥을 좋아하고, 나는 건강식을 먹으려고 산채비빔밥을 주문할랬는데, 메뉴에 버섯전골이 반짝 빛난다. 츄릅...

결국 둘다 버섯전골에 삘이 꽂혀서 오늘의 메뉴 급 변경. 담백하고 맑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참 좋겠다며 들떠서, 요리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잠시 후 나온 버섯전골은 평소 먹던 맑은 국이 아니라 웬 뻘건 국물에 쇠고기가 도톰하게 썰어져 들어있는게 아닌가. 으잉? 넌 구누냐 ㅠ_ㅠ

기대하던 모습이 아니라 조금 경계하며 숫가락을 들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나 감칠맛이 있다. 살짝 칼칼한 국물에 다양한 버섯과 푸욱 익힌 양지가 인심좋게 잔뜩 빠져있어 매운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감자, 오이 커플도 순식간에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약간 남은 국물과 밑반찬으로 나온 코다리 조림, 마 무침 등이 너무 맛있어서 밥 한그릇은 가볍게 더 먹을 수 있었지만, 다행히(?) 식도염을 생각하며 뱃속에 상주하는 돼지들을 잠재웠다. 덕분에 작아진 청바지가 한걸음 더 내게로 다가온 듯. ^^;

 

 

 

 

음식점 입구의 커다란 국화. 솥뚜껑만한 내 손보다도 꽃송이가 훨씬 크다

 

음식점은 넓은 마당을 가지고 있는데, 날이 좋다면 야외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갔을때는 동네 아저씨들이 잔뜩 모여 동동주에 파전을 놓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계셨다. 물레방아 옆자리는 식사보다 차를 한잔 마시면 좋을 것 같다. 음료 메뉴에 다양한 차와 커피도 있으니 차만 마시기 위해 들려도 무방할 듯.

 

독특하게 자갈이 깔린 마당 뿐만아니라 화단 위에도 테이블이 있다
말려서 차로 만들 작은 국화를 수확하고 계신 아주머니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노란 국화차 밭을 떠나는게 못내 아쉬워 다시한번 기웃 거려본다.

 

안동도 대구나 청송 못지 않게 사과가 유명하다. 저 쪽 차밭에서는 노오란 국화가 활짝 피어나고, 이쪽에서는 빠알간 사과가 탐스럽게 영글어 간다

 

이 집의 주력 메뉴는 간고등어 구이와 산채비빔밥이지만, 개운한 소고기 버섯전골도 메인으로 세워도 될 만큼 괜찮으니 여러명이서 여행한다면 메뉴를 다양하게 선택해 봐도 좋겠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겁고 안동 봉정사 여행

여행날짜 | 2015.10.28

 

 

 

별천궁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141
전화  054-857-41680

  최근 네이버 리뷰에 1~2인은 밑반찬이 제공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더라구요. 저희 갈때는 그런 것 없었는데, 한식집에서 있을 수 없는 황당한 내용이라 사실확인은 안해보았으나 미리 전화 확인하세요. 가셔서 어이없는 대접 받으시면 안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