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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ia | 태평양의 섬들/West Australia | 서호주
몽키마이어 근처 덴햄 숙소 : 베이 로지 백팩커스
2015. 11. 15. 00:32

서호주에서도 가장 서쪽에 있는 마을, 덴햄 Denham
대체 마을에 사람이 살기는 하는 거야?!

 

 

서호주로 온지 이틀째. 오늘은 지난 밤을 보냈던 호록스 Horrocks 라는 마을에서부터 총 522km를 달려 덴햄 Denham 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샤크 베이 Shark Bay 에 있는 덴햄은 호주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마을로 야생 돌고래들이 해변까지 놀러 나와 유명해진 몽키 마이어 Monkey Mia와 가장 가까운 마을이기도 하다. 우리도 내일 아침 몽키마이어에 가기 위해 이곳에서 하룻밤을 머물기로 했다. 우리가 머물 숙소는 베이 로지 백패커스 Bay Lodge Backpackers로 배낭여행자를 위한 저렴한 숙소다.

 

 

 

 

 

어제는 퍼스 Perth 에서부터 599km를, 오늘은 522km를 달렸으니 합치면 약 1,100km. 대략 서울과 부산을 편도로 세번 왔다갔다 하는 거리다. 운전사이자 가이드인 루크 Luke 에게 이렇게 장거리를 계속 뛰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호주에서 이정도는 기본이라며 껄껄 웃는다. 한국보다도 작은 나라, 스위스에서 온 오이군은 운전 시간이 3시간만 넘어가면 벌써 피곤하다고 모든 시스템이 느려지는데, 어떻게 저렇게 하루 온종일 운전을 하나. 보기만 해도 내 등이 다 뻐근하네.

뭐 사실 보기만 한건 아니다. 우리도 좌석에 앉아있기는 매한가지. 식사 시간 1시간과 관광 시간 4-5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 종일 차에 앉아 있는거라, 이틀 동안 지난 몇 년간 못잔 잠을 다 따라잡는 것 같다. 명색이 배낭여행인지라 40일동안 힘들게 구르고 나면, 살이 좀 빠질 줄 알았는데, 이거 밥먹고 버스에 앉아 잠만 자서 더 찌게 생겼다.

 

어쨌든 숙소에 도착했는데, 어이없게도 숙소가 텅 비어있는게 아닌가? 체크인해주는 사람도 없고, 문은 굳게 닫혀있다. 굳게라고 해 봐야 낮은 나무 펜스가 전부라 훌쩍 넘어 들어가면 그만이었지만.

 

 

우리는 이곳에 예약이 되어 있었으므로 15명 전원 월담이라도 하는건가 잠시 의아해 하고 있는데, 가이드 루크는 아무렇지 않게 뒷문으로 가서 담장 안쪽을 더듬어 열쇠를 찾아낸다. 마치 자기 집을 들어가듯 여유롭게 백팩커스의 문을 열고, 우리에게 왼쪽 끝부터 차례로 방을 쓰라며 유유자적하게 뒷뜰로 가버렸다. 숙소 앞에 차들은 좀 세워져 있는데, 왜 사람이 하나도 없는거지? 게다가 무인 시스템이라니. 이거 무슨 러브모텔도 아니고 참...

 

 

 

낭만 가득 호주의 일몰
바다로 지는 해를 보려면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야 한다고?

 

 

숙소에 도착하고 저녁 식사 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으니 루크가 일몰을 구경하고 오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일행 중 6명의 호주사람들이 매우 들떠하며 신나게 밖으로 달려 나가는게 아닌가. 바다로 지는 해가 예쁘긴 하지만 뭐 저렇게 까지 또 열광하나 싶었는데, 그들은 모두 호주 동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땅덩이가 워낙 크다보니 호주 동부에 살면, 섬으로 여행을 가지 않는 한 바다로 지는 해를 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비행기로 몇시간을 날거나 차로 며칠에 걸쳐 이동을 해서 서쪽이나 남쪽으로 가야 가능한 풍경이라며 모두 들떠서 산책길에 올랐다.

 

 

호주는 땅이 넓어 다양한 풍경을 가졌다고 부러워 했더니 한국에 사는 이점도 있구나. 몇 시간만 운전하면 낭만가득한 서해의 일몰과 웅장한 동해의 일출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소박한 해변에는 작은 고깃배인지 요트인지가 떠 있었지만 우리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째 마을이 텅~빈 분위기. 대체 이곳에 정말 사람들이 살긴 하는건가?

 

핑크 빛 하늘이 바다에도 반사되어 바다도 핑크색

 

나에게는 주황색 노을보다도 반대쪽에 핑크 빛으로 물드는 하늘이 더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하늘이 이렇게 예쁜 핑크 빛이 될까? 그 아래 옅은 하늘색 라인이 생기며 밤이 넘어오는 모습은 또 어찌나 신비로운지. 매 순간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서호주의 평범한 저녁이다.

 

오~ 해피 데이!

 

핑크빛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숙소로 향했다. 해변에는 호주의 나름 쌀쌀한 겨울 저녁 바람에 휘날리는 종려나무들이 드문 드문 서 있었다. 

 

한번 더 해가 지는 방향을 되돌아 보니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우리를 기다린다.

 

오는 길에 발견한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벽돌로 된 집에 은은한 불빛이 따뜻하게 새어 나오고 있어서, 내가 성냥팔이 소녀였다면 창가에 매달려 하염없이 바라볼 것 같았다. 만약 우리 둘이 여행 중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오늘의 저녁 식사 장소로 정하고 싶었지만, 우리에겐 일행이 있었고, 숙소에는 루크가 식사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베이 로지 백팩커스
단체 배낭여행의 낭만

 

 

여행자 숙소에는 커다란 공용 주방이 있다. 이곳에는 조리대와 가스불, 식수, 테이블 등이 준비되어 있다. 재밌는 건 주방이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한쪽 벽이 뻥 뚤린 야외 주방이라는 것. 한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질 일 없는 곳이니 가능한 일이다.

 

 

요리는 가이드가 다 해놓고 기다릴 줄 알았건만 루크는 우리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가 다같이 요리를 하자며 그제서야 재료를 꺼낸다. ^^; 뭐 또 단체여행에서 이렇게 다같이 요리하는 것도 낭만이 있지. 캥거루 섬 가이드는 요리를 너무 못해서 낭패였기 때문에 차라리 이게 나은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루크는 어제 보니 요리를 괜찮게 하던데...뭐 어쨌든 인원이 많다보니 준비는 척척, 엄청 빠르게 진행된다. 야채를 씻어오니 세명이 칼을 들고 덤벼 썰어, 순식간에 샐러드와 코울슬로가 준비됐다.

 

 

오늘의 메인은 호주 청정우 스테이크와 소세지. 요리는 독일 소녀 라리사가 맡았다. 

 

 

나도 일본에서 온 마리와 함께 남들이 다 만들어 놓은 샐러드를 뒤적이며 거드는 척. 여행 중에는 요리하면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빼 놓을 수 없지.

 

사실 우리는 맥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위스키 코크를 여행의 낭만으로 선택했다. 호주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를 콜라와 섞어 캔으로 판매한다. 한국에도 맥주 이외에 이런게 좀 다양하게 수입되면 좋겠는데. 그런데, 우리 오이군 표정이 왜 저러나. 한캔 마시고, 이미 안드로메다에?

 

 

우리 일행은 가이드까지 총 15명이었기 때문에 사실 다같이 요리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절반은 이렇게 노트북을 꺼내 축구 경기를 보며 흥분했다. 거기에는 가이드 루크도 포함. 뭐 원래 역할은 가이드 겸 요리사 라지만, 522km를 운전하고 왔으니 조금 농땡이 쳐도 봐 주자. 오이군과 나는 축구같은거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주방에서 요리하는 사람들과 수다 떨기를 오늘 저녁의 액티비티로 결정했다. ^^;

 

 

주방에는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고, 거기에는 다녀간 사람들의 낙서가 빼곡히 들어 차 있었다. 게중에는 꽤나 잘 그린 그림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앗! 그림이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고 보니 아래 적혀있는 메모가 한글이다. 2010년에 다녀간 모양인데, 아직도 비교적 선명하게 메모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돌고래를 못보고 갔댄다. 몽키 마이아에 돌고래 보러 갔다가 허탕 친 모양이다. 아...허탕 칠 수도 있구나. 내일 돌고래들이 꼭 놀러 나와야 하는데...

 

 

 

 

 

드디어 행복한 저녁 시간.

대량으로 구웠음에도 솜씨좋게 미디엄으로 잘 익힌 스테이크와 호주인들의 인생의 동반자 쯤 되는 소세지, 다같이 마술처럼 순식간에 썰어낸 샐러드를 먹으며 단체 배낭여행의 낭만을 온몸으로 흡입했다. 겨우 둘째날인데, 벌써 일주일은 알고 지낸 것 마냥 일행들과 많이 친해졌다. 

 

 

땅이 넓어서 그런지 백팩커스는 공간이 무지 넓직했는데, 작지만 수영장도 갖추고 있다. 객실은 평범한 방에 침대만 떡 들어 있어 횡 한편. 우리는 8인실을 이용했는데, 아쉽게도 침대 수에 비해 욕실이 적어서 샤워하기가 전쟁과 같았다. 그리고, 이빨을 닦으려고 물을 입에 가득 담았다가 깜짝 놀랐다. 수돗물이 짭짤한 것이 아닌가. 빗물이 귀한 이곳에서는 바닷물을 정화해서 수돗물로 쓰는데, 약간의 염분이 남아 짜다고 한다. 그렇다고 샤워하고 나서 끈적일만큼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길.

숙소가 뭐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저렴한 비용에 쓸만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부담없이 들르기 좋다.

 

 

 

       

배낭여행의 매력, 낯선 이들과의 수다

2013.06.29

 

 

베이 로지 백팩커스  Bay Lodge Backpackers

주소  113 Knight Terrace, Denha, Western Australia 6537
예약  www.baylodgesharkbay.com.au
요금  1박당
Beachfront Family Suites From $175
Beachfront Motel Style Units From $130
Poolside Family Suites From $165
Budget Motel Rooms From $100
Multi-share Dormitories $34 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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