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은 섬 라 디그 La Digue

라 디그에선 참새처럼 흔한게 거북이라네


 바다 거북이와 유영하는 야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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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디그 섬의 베스트 스노클링 포인트

앙스 세베르 Anse Severe, 진지한 해변?!


 사람이 별로 없어서 비디오 촬영을 하며 자전거를 타도 부딛힐 걱정이 없다. 혼자 해변으로 구르지만 않으면 ^^;


도맨 드 로랑주레 리조트에서 환상적인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앙스 세베르라는 해변으로 향했다. 근데, 여기 이름이 참 이상하네. 진지한 해변이라니. 라 디그섬 최고의 스노클링 포인트라고 했는데, 진지하다고 하니 뭔가 어두컴컴한 분위기 일 것 같다. 바위 해변인가?


지난 이야기 보기 : 낭만 가득 리조트 도맨 드 로랑주레



해변은 도맨 드 로랑주레 리조트보다 약간 북쪽에 위치하는데, 가는 길에 라 디그섬의 공동묘지옆을 지나게 되었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양지바르고, 환하고, 예쁜 곳에 묘지가 있을까. 세이셸 사람들은 천국에 살고, 천국에 묻히는구나. 

여기는 묘지라고 해서 저어~쪽 마을 뒤켠, 으슥한 곳에 있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옆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다 삶의 일부이거늘 꼭꼭 숨겨 놓을 필요있나. 어릴때는 묘지 같은 것이 참 무서웠는데, 나이 먹어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니, 그 묘지의 주인들이 무서운 귀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저어 멀리 산속에 홀로 묻혀 있는 것 보다 집 가까운데 있어서 왔다갔다하며 인사할 수 있는게 마음에 위로가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묘지라는 건 죽은이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산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세이셸 사람들의 밝은 성향이 묻어나는 묘지를 지나며 살짝 숙연해 졌는데, 일분도 안되서 초 흥분 상태로 나도 모르게 자전거를 내던지고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보시라. 이 엄청난 흰 모래와 눈부신 바다를!


이곳이 바로 앙스 세베르 Anse Severe, 진지한 해변이다. 대체 왜, 누가 이름을 이렇게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 풍경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장난 아니게 아름답다는 뜻이었을까? ^^



나는 거의 날아 가듯이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오이군은 이런 상황에도 흥분하지 않고, 준비운...스쿼트를 일단 해준다.



어쩌면 바닷물이 이렇게 수영장 물처럼 완벽하게 투명할 수 있을까. 바닥이 산호나 바위가 아니라 모래인데도 말이다. 보통 모래 바닥인 물속에서 허우적 거리면 모래가 떠 올라 사진이 투명하게 안보이는데, 여기는 내가 그렇게 난리를 쳤음에도 물이 크리스탈처럼 투명하다. 모래는 또 어찌나 보드라운지 자꾸 나도 모르게 발까락으로 한움큼 집어 물살에 빠져나가게 하는 놀이를 반복하고 있었다. 거의 자폐 수준으로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문득 정신이 들어서 셀카를 찍었는데...눈이 부셔서 대체 눈을 뜰 수가 있나. 나름 웃은건데, 다 화난 것 처럼 나왔어라. 이때 나는 절대 화나지 않았었다. 아주 행복했었다. ^^:



드디어 오이군이 내 팔길이 만한 오리발을 들고 조심스레 물로 들어왔다. 오이군은 발 사이즈가 300이라 오리발이 정말 내 팔만큼 길다. 여행가방에 오리발 하나 넣으면 꽉찬다는. ^^;



역시 이번에도 화난 표정.

이런 풍경에는 과감하게 비키니를 입고 찍어야 어울렸겠지만, 지난 번 보홀에서 오이군과 셋트로 홀딱 타버려, 본의 아니게 뱀 허물 벗듯 전신 필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엔 조심하기로 했다. 


이곳은 정말 신혼여행 브로우셔에서 보고 기대하는 풍경과 싱크로율 100% 다. 자연 환경은 물론 사람도 거의 없어서 굉장히 한적하고 단란한(신혼부부라면 달달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난 이때가 4월이라 비수기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펜션 주인에게 물어보니 여기는 딱히 성수기라는게 없다고 한다. 워낙 섬 여기 저기 널린게 이런 흰 모래의 해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각기 다른 해변으로 뿔뿔이 나뉜다는 것이다. 또 우기같은 것도 없어서 사계절 관광객이 골고루 분산된다고 한다. 이런 진정한 낙원을 봤나. 

이렇게 찍고 보니 워터파크의 야외 인공 파도풀 같아 보이는데, 여긴 자연산이다. ^^;



드디어 준비운...스쿼트 끝난 오이군의 쇼 타임.

바닥이 모래인 얕은 물에는 먹을게 별로 없어서 물고기가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맨 위의 비디오에서 보이듯이 모래색과 같은 새하얀 물고기들이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면 가까이에는 햇살에 무지개 색으로 빛나는 물고기들도 돌아다니고, 조금 더 안쪽에 바닥이 흰색에 검은 점이 있는 모래로 바뀌자, 또 그와 비슷한,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 있는 커다란 물고기들이 돌아다닌다. 어찌나 이쁜 것들이 많은지 산호초로 가기도 전에 이미 카메러 용량을 다 채울 것 같았다.



근데, 나는 왜 물속에서도 화가 나 보이나...

정말 화 안났음. ^^;



세이셸의 풍경이 독특한 이유는 바로 이 화강암 때문인데, 기이하게 생긴 바위들이 물속까지 이어진다. 바위에 나있는 홈이 마치 왕좌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길래 물속에서 잠시 휴식. ^^ 뜨거운 태양을 피해 물속에 앉아 있으니 에어콘도 필요 없고, 무거운 몸뚱이도 별로 느껴지지 않아서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다. 태아 때 엄마품의 기억...은 전혀 안나지만 뭐 이렇게 편안했겠지? ^^



앙스 세베르는 산호초가 해변에서 멀지 않아서 가이드 없이 개인적으로 스노클링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우리 말고도 4-5명 정도 주변에서 놀고 있으니 어느정도 안심이 되고. 그런데, 나는 열심히 수영하지 않고, 한자리에 멍하니 떠서 구경하는게 좋은데, 오이군은 자꾸 산호초를 따라 더 먼 바다로 나가고 싶어 한다. 때문에 자연스레 오이군과 조금 멀리 떨어져 혼자 놀고 있는데...아닛, 물속에 웬 가마솥이?!



모래위에 검은 가마솥같이 생긴게 있어서 다가가보니 커다란 거북이 한마리가 혼자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줏어 먹고 있는게 아닌가!

이렇게 해변에 가까운 곳까지 거북이가 놀러 나오리라 기대를 안했기 때문에 무척 놀라고, 신기해서 흥분한 나머지 물속에서 혼자 소리지르고, 허우적 거리고 난리를 쳤다. 누가 봤으면 조난 당한줄 알았을 듯. 어쨌든 나는 블로거 정신을 200% 발휘해서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이런...카메라를 오이군이 가지고 있네. 다급히 주변을 두리번 거렸는데, 오이군이 먼쪽의 산호초까지 나가 놀고 있는게 아닌가. 열심히 소리쳐 보았지만, 물속에 얼굴을 넣고 있는 오이군에게 들릴리 만무하다. 그래서 거북이가 가버릴까봐 감시하면서 정말 전투함같은 기세로 오이군에게 돌진했다. 내가 어찌나 다급하게 오이군 발을 잡아 당겼던지, 오이군은 타이거상어나 불상어라도 나온 줄 알았다고 한다. (스노클링하다 흔히 마주치는 수줍은 산호 상어와 달리 타이거상어(=뱀상어, 범상어)나 불상어(=황소상어)는 저돌적인 편이다. 이들은 열대 바다에 사는 어종으로 세이셸에도 가끔 출몰하고, 메우 드물기는 하지만 인명 사고 기록도 있다.) 



거북이와의 행복한 유영을 마치고, 북쪽의 앙스 빠따뜨 즉, 감자 해변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나의 동족들이 있는 해변이라니 가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나저나 나중에 들은 얘긴데, 라 디그에는 거북이 들이 많아서 가끔 해변위로 올라오기도 하고, 물놀이 중에 한마리도 보지 못하고 가는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한다.



여기가 감자 해변은 아니고,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포스팅 하기로 한다.

우리는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다시 거북이와 수영했던 앙스 세베르로 돌아왔다. 

음? 그런데, 분위기가 아까와는 완전 다르네? 눈부신 하얀 해변이 다 오데로 갔어라?

그렇다. 라 디그는 조수간만의 차가 꽤나 컷던 것이다. 넓고 아름답던 해변이 싹 사라지고, 길가에까지 물이 넘실거리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아직 해변이 조금 남아 있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옷이 다 말랐는데, 또 젖기 싫어서 나무가 있는 쪽에 바싹 붙어 앉으니 세이셸에 온 뒤로 한번도 보지 못했던 모기들이 키스로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나 유러피안 아니거등? 한국사람은 서로 건드리지 않고 인사한다. 뽀보하지 마라잉.



물놀이에 자전거를 열심히 탔더니 슬슬 배가 고파져서 가방에 있던 간식거리를 꺼냈다. 메뉴는 어제 마헤섬의 재래시장에서 산 아보카도와 나쵸. 고소하게 익은 아보카도가 보드랍게 입안에 퍼졌다. 

아, 행복하구만~

아보카도를 입에 물고, 오손 도손 모기기피제를 바르며 일몰을 기다렸다.



황금빛으로 해가 지기 시작하자, 오이군이 감동을 온몸으로 표현한다며 행위 예술에 들어 갔다.

감동의 스쿼트!

(이 당시엔 오이군도 나도 운동 참 열심히 했었는데, 요즘엔 왜 이모양인지...확실히 아침에 표가 난다. 요즘 어찌나 아침에 피곤하고, 몸이 무거운지 -_-; )



 사랑스러운 세이셸의 초승달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너무 얇아서 앙증맞은 초승달을 만났다. 이거 그믐달 아닌가 하시겠지만, 세이셸은 남반구에 있어서 우리와 달모양이 반대이다. 달도 좀 많이 드러 누워 있는 편이고, 왼쪽에서부터 뚱뚱해져서 오른쪽으로 살이 빠진다. 바다는 사리때가 막 지나서 조수간만의 차가 컷던 모양이다.



 세이셸의 노을. 낭만지수 200%


해가 다 지고 나서도 한참동안 서쪽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저녁식사를 하러 숙소가 있는 쪽으로 내려오다가 우리도 모르게 자꾸 멈춰서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 한걸음 한걸음이 감동인 라 디그의 첫날이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석양과 남자



거북아 우리 꼭 또 보자! 너는 내가 싫어도 나는 네가 좋거든 ^^;

여행날짜 | 201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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