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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Seoul, Inchon | 서울, 인천
서울에도 꽃이 만발 여의도 공원 주말 풍경
2015. 3. 23. 21:59

서울 꽃놀이, 도심에도 봄이 내리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노라

 

 

드디어 서울에도 봄이 찾아 왔다.

벌써 몇주 전부터 살랑 살랑 봄바람이 불었건만, 풍경의 변화는 미미했는데, 드디어 지난 주말 여의도 공원에 찾아갔더니 꽃이 만발해 있었던 것이다.

에헤라디아~ 봄이로구나~

 

 

 

 

 

노오란 산수유사이로 보이는 정자에 하늘 하늘한 한복을 입은 누군가가 앉아 거문고를 켜 주면 딱 좋겠다. 그럼 나는 이쪽에 앉아 막걸리를 한잔...음. 꽃보면서 뭐 이렇게 영감탱이 같은 감상을 -_-;

 

 

분홍빛 홍매화와 노오란 산수유 그리고 바람에 하늘 하늘 흩날리는 수양버들의 연둣빛 새싹이 알록 달록 햇살에 빛나는 모습이 어찌나 이쁜지. 드디어 나도 진정한 여자가 되었나보다. 꽃보니 이렇게 좋다니...예전엔 꽃은 꽃, 나는 나였는데. 

이것도 나이 먹어서 그런건가?

 

 

지난 번에 왔을 때만 해도 꽝꽝 얼어있던 호수 위를 오리들이 뒤뚱 뒤뚱 걸어다녔는데, 어느새 녹아 따사로운 봄 분위기를 제대로 내고 있었다.

 

 

지고지순 조광지처 같이 수줍게 핀 흰 매화와 어딘지 여시같은 첩처럼 화사하게 미소 짓는 홍매화. 

매화는 아직 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대부분 봉우리를 머금고 있었다. 아마 이번주 주중부터 주말까지 절정을 이룰 듯.

 

 

산수유 꽃은 이미 화사하니 절정에 이르러 노오란 봄 향기를 가득히 흩날리고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조금 쌀쌀하게 느껴졌지만, 산수유 꽃의 노란 빛깔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 속부터 따뜻함이 몸으로 퍼져 나오는 듯 했다. 그래, 봄은 역시 노란 빛깔이지.

 

 

도심속의 봄.

회색빛 삭막한 도시의 건물들도 화사하게 꽃띠를 두르니 분위기가 한층 온화해 졌다. 겨울의 여의도는 어딜봐도 차가운 금융도시라고 느껴졌는데, 봄이 한들 한들 찾아오니 스트레스 가득한 도심속의 작은 휴양지 같은 느낌이 든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꽃 한송이의 위력이 이렇게 크다. 내친 김에 집에 가는 길에 꽃 한다발 사서 가야지. 집에도 봄을 불어 넣어 줘야 겠다. ^^

 

 

 

 

 

다른 나무에서도 열심히 질새라 새싹을 틔우느라 바쁘다. 곧 밝은 연두빛으로 공원이 가득 차겠지?

 

 

꽃이 피자 역시나 연인들이 가장 먼저 몰려 나왔다. 아직은 살짝 쌀쌀함이 느껴지는 날씨인데도, 그들은 사랑의 열기로 이정도 추위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꽃나무 아래마다 다정하게 어깨를 맞대고, 사랑을 속삭이기에 바쁘다.

쳇, 나도 집에 하나 있다, 뭐.

아직은 바람이 차가와서 꽃사진 찍는다고 한참 서 있었더니 몸이 으슬 으슬 떨린다. 이럴 때 뒤로 숨을 사람이 없으니 저들이 조금 부럽네. 얼른 게임기 앞에 딱 붙어 있을 오이군에게로 돌아가야지.

 

 

꽃 피고, 새 울고.

그렇다. 새가 아주 제대로 울고 있었다. 

날이 따뜻해지니 까치들도 혈기가 왕성해졌는지 패싸움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첨엔 두마리가 싸우는 듯 하더니 각각 지원군이 한마리씩 붙어 둘씩 편먹고, 네마리가 정말 살벌하게 싸우더라. 까치는 무리지어 산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싸울때도 패싸움을 하는지는 처음 알았네. 셀카봉들고 사진찍기에 심취해 있던 연인들이 전부 넋놓고 쳐다볼 만큼 엄청난 싸움이었다. 다행히도 까치대전은 공원에 산책 나온 개 한마리가 발랄하게 그 사이를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고 싶어 하는 바람에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그 개는 까치들이 흩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게 주인을 향해 순진하게 달려 간다.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전혀 모르는 듯.

 

 

참새들도 가지마다 가득 몰려 앉아 어찌나 신나게 떠드는지, 어떤 나무 옆을 지날때는 귀가 멍멍할 지경. 봄은 동물도 사람도 모두 들뜨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아직은 성질 급한 녀석들만 이지만 개나리도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다음 주면 조금 더 많은 개나리들이 봄 나들이를 나올 듯 하다.

 

 

 

 

 

집에 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아래도 봄이 찾아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앙증맞은 제비꽃이 살포시 작은 얼굴을 드러냈던 것.

바야흐로 서울에도 봄이 왔다. 나도 이제 슬슬 겨울 모드를 던져 버리고, 신나게 한해 유랑을 시작해야지. 겨울, 안녀엉~

 

 

 

       

보랏빛 고운빛 우리집 문패꽃

201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