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 떠나며 읽을 만한 책 한권

봄이면 찾아오는 오키나와 앓이


몇달 전 고현정의 여행, 여행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나는 사실 TV를 보지도 않고, 딱히 인터넷 연예란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현정이라는 사람은 어쩌다 한번 출연하는 영화속의 모습으로만 알고 있었다. 거기에 풍문으로 줏어들은, 평탄치만은 않았던 사생활의 파편이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 전부.

그런 그녀가 책을 냈다고? 

그것도 여행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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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차 타고 유부섬(유후섬) 들어가는 길


그것도 장소가 오키나와다.

내게 가장 여유롭게, 휴식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오키나와. 한번 이곳을 찾은 뒤, 매년 봄이 올 때 즈음이면, 나는 오키나와 앓이를 한다. 돌아 가고 싶다. 그때 함께하지 못했던 오이군과 함께. 



올해도 봄이 오면 오키나와를 갈까 말까를 놓고, 망설이고 있는데, 마침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내 수중에 이책이 뚝하고 떨어졌다. 이것은 신의 계시?

그러나 아쉽게도 올해는 아닌가보다. 생각치도 못했던 호주행을 하게 되어서 또다시 오키나와 여행은 무산되었다. 

뭐 그래도, 내겐 이 책이 남아 있으니까.

그렇게 올 봄, 나는 내가 잘 알지못하는 그녀와 함께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오키나와를 여행했다.



사진속의 그녀가 앉아 있는 호시노야 리조트의 돌담에는 작은 씨앗이 나무가 되고 싶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관련 포스팅 : 바람이 멈춰 가는 곳, 다케토미 호시노야 리조트



 차가 다니지 않는 다케토미 마을은 그녀가 앉아 환하게 웃음짓고 있는 물소차나 자전거 또는 도보로만 여행할 수 있다


사실 책을 처음 접했을 땐 서정적인 오키나와가 화려한 여배우의 이미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은은하지만, 단단하게 다져진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사실 오키나와와 참 잘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키나와는 제주도처럼 바람이 많고, 태풍이 잦다.

따라서 첫인상은 느림의 미학을 온몸으로 실현하며,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모든 것이 매우 강인하고, 단단하게 다져졌음을 느끼게 된다.

자연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관련 포스팅 : 다케토미 섬의 느림의 미학



내가 느낀 책속의 그녀도 그랬다.

외면은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세상의 비바람에 다져져 단단하고, 굳센 심성을 가지고 있구나. 어딘지 오키나와와 닮았네.



그녀가 서있는 콘도이 비치. 청순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해변


관련 포스팅 : 별위를 걷다. 별모래 해안



하고 싶은 말은 해야하는 성격이지만, 그렇다고 마구 내 뱉지는 않는다. 문체에서도 어딘지 조심스러움이 잔뜩 묻어나고, 마음속 깊은 곳까지 보여주진 않지만, 그래도 할말은 다한다. 군데 군데, 그녀의 약간은 드센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마음 아픈 이야기도 덤덤하게 풀어내는 성숙함이 있다. 

읽다보니 그녀에게 호감이 가네. 학창시절에 만났다면, 쉽게 친해지진 않겠지만, 한번 친해지면 영원히 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인 듯.



시니컬한 센스가 느껴지는 김선영 작가의 일러스트가 함께 했다. 책 디자인도 너무 예쁘고, 소재도 가벼워서 여행 중 가방에 쏙 넣어가기 좋다. 실제로 나와 이번 호주 여행을 함께 했다는 ^^ 호주에서 오키나와 여행을?





우리에게 오키나와 전통 악기를 가르쳐 주며 행복한 미소로 늘 화답했던 오키나와 주민


그녀의 이번 여행은 여행지를 찾기보다는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었다. 오키나와의 자연속에서 삶의 행복을 찾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녀도 내면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이야기.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사진속 그들의 미소를 따라 함께 엄마미소를 짓고 있게 되는...


이 책은 여행지 소개책이라기 보다는 그녀의 여행 에세이다. 중간 중간 가볍게 여행지도 소개하고 있지만, 사람과의 만남에 중점을 두고, 그간 그녀가 마음속에 담아뒀던 그녀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풀어 놓았다. 그런데, 여행지 소개에 중점을 두지 않았음에도 읽고나니 오히려 오키나와 앓이가 더 심해져 있었다.

오키나와의 푸른 바람과 배우가 아닌, 여자 고현정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가볍게 읽어 볼만 하다. 

올 봄, 나들이 가는 기차 안에서 그녀의 미소와 함께 오키나와의 푸른 향기에 동화되어 보는 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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