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 Instagram Facebook NAVER 이웃 E-mail 구독

North America | 북미/East Canada | 캐나다 동부
몬트리올 day 12. 몽 로얄 정상 풍경과 카스토르 호수
2015. 4. 21. 21:01

왕의 산, 몽 로얄(Mont Royal)로 가는 길
몬트리올이 몬트리올이라 불리게 된 바로 그 이유!

 

 

신기한 중세 기사들의 전쟁놀이와 갑자기 벌어진 집단 난타 파티의 흥겨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우리의 갈길로 향했다. 그들의 여유에 취해 그냥 잔느 망스 공원에 머무를 뻔 했으나 오늘의 목적을 망각 하면 안되지.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몽 로얄 산 정상. 

 

지난 이야기, 잔느 망스 공원의 중세 기사들 보기

 

공원을 벗어나며 바라본 몬트리올의 하늘색은 한국과 비슷한데, 어쩐지 더 넓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 높은 건물이 없어서 저어 멀리 끝없이 구름이 이어진다. 산이 없어 평평한 도시인지라 더욱 광활한 몬트리올의 하늘.

 

 

그나저나 아까부터 사방에서 자꾸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사람들 팔뚝에 가득한 문신.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일회용 판박이가 아닌 진짜 문신이라는...^^; 남자뿐만아니라 여자들도 이렇게 문신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꽤 많이 눈에 띄었는데, 사실 그렇게 멋지거나 예뻐 보이진 않는다. 팔뚝 전체를 휘감아 버린, 그것도 5도인쇄, 칼라풀 문신이라서. 유행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거 유행지나도 안지워 질텐데, 내 취향엔 좀 디자인이 센스 없어서 벨로인 듯...^^;

 

 

열심히 산을 오르다 만난 친구.

팔 많은 것과 없는 것들에 기겁을 하는 편이라 처음엔 헉 하고 낮은 비명을 질렀는데, 가만히 보다보니 연두색의 반투명한 녀석이 징그럽기 보다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더라. 평화로운 분위기 탓인가? 열심히 어디론지 고물고물 가고 있는 모습이 기특하다는 생각마저...이 작은 녀석도 자신만의 산을 열심히 오르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얘들도 다 누군가의 아기들 아닌가. 엄마 아빠가 몬생기게 낳아 준 것은 얘들 잘못이 아니니 징그럽다고 구박하지 않는 걸로...^^;;

 

 

 

 

 

이름만 산이지 사실 동네 뒷산같은 높이 인지라 오르기는 수월한데, 나름 넓어서 여기 저기 길이 나 있다. 우리는 왼쪽 카스토르 호수 Lac aux Castors(비버의 호수)몽 로얄 산장 Chalet du Mont-Royal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근데, 비버의 호수라고? 정말 비버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왕의 산장에 왕이 없는데, 비버의 호수라고 비버가 있을까 싶다...

 

 

등산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공원 산책같은 레벨. 길도 흙바닥이긴 하나 고르고 평평해서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이끼낀 산 비탈에 물이 졸졸 흐르는 곳도 있고, 나름 산 분위기가 났다 

 

우린 느릿 느릿 걸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 뒤에 오는 사람들 처럼, 뛴다...신호등 불바뀌어도 절대 안뛰는 야채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동.

왜 이 순간에 예전에 배우 최민수씨가 본인은 슬로우 바이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를까?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모든 풍경들이 아까워서 오토바이를 느리게 탄다고 했던것 같다. 관객들은 박장대소했지만 난 그때부터 배우 최민수씨가 좋아졌다. 나도 그런 슬로우 바이커가 되고 싶다. ^^ 다행히 오이군과 그런 취향이 맞아 비행기보다는 자동차를,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자전거 보다는 걷기를 좋아한다.

 

 

근데, 오늘따라 작은 생명체들이 눈에 많이 띄네. 계단을 오를 때 잡으려던 난간에도 한마리가 붙어 열심히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궁지에 몰리면 꿈틀한다는 그 지렁이를 여기서 만난 것이다. 사진찍으려고 카메라를 조금 가까이 댔더니 뭔가 위협을 느꼈던 모양이다. 갑자기 이렇게 꼬리부분을 번쩍 치켜들고, 마구 흔들어대는 것이 아닌가. 어찌나 박력있게 열심히 흔드는지 방울뱀처럼 스스스하는 소리도 날것만 같았다. 요 작은 것도 살겠다고 이렇게 열심이네. 불편하게 했다면 미안하다. 갈길 열심히 가서 꼭 예쁜 나비로 태어나렴~ (제발 나방 말고...-_-; 나방 극혐...)

 

 

 

 

 

 

몽 로얄(왕의 산) 정상과 산장 Chalet du Mont-Royal
몬트리올 전경이 한눈에

 

 

드디어 산장 Chalet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이곳이 정상이기도 한데, 산이 아니라고 했더니, 마지막엔 약간의 계단과 오르막이 있긴 있어서 숨이 좀 차더라.

 

그런데, 이게 웬일? 벌건 대낮에 가로등과 조명이 또 켜져있는게 아닌가. 몬트리올에 온 뒤로 종종 발견되는 모습이다. 여기는 전기가 남아 돌아서 마구 사용해 주는게 미덕이기라도 한걸까. -_-; 안타깝다. 오는 내내 자유롭고, 자연을 사랑하는 듯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는데, 옥의 티 같이 한낮에 밝게 켜진 가로등이 너무 자주 보인다.

 

 

오~별로 올라온 것 같지도 않은데, 주변이 워낙 낮아서 전망이 확 트였네!

저쪽에 보이는 곳이 바로 몬트리올 중심가. 나는 저렇게 끝이 잉카제국의 피라미드 같이 생긴 건물을 보면, 스파이더맨이 떠오르더라. 건물 사이로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이 있지 않을까 잠시 눈여겨 봤으나 뉴욕에서 몬트리올까지 올라오긴 조금 무리였나보다. 없네...^^; 아니면 이곳은 범죄 없는 평화로운 도시여서 그럴까? 라고 하기엔 거리에 경찰이 너무 많고, 특히 밤만되면 사이렌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라 그건 아닌 듯. -_-; 게다가 몬트리올의 마지막날 경찰과 도망자의 헐리우드 액션을 보지 않았던가. 그런 존레논의 이매진에 나올 법한 도시는 아닌 모양이다.

 

유유히 흐르는 세인트 로렌스 강

 

멋진 풍경을 바라보니 갑자기 배가 출출해졌다. (왜?) 그래서 오손도손 벤치에 앉아 바나나를 먹었다. 시장에서 산 빨간 몽키 바나나. 일반 몽키 바나나와 맛이 다르냐고 물으신다면, 저언~혀 다르지 않다. ^^ 다만 시원한 풍경이 풍미가 되어 조금 더 달콤하게 느껴졌던 것 같기는 하다.

 

다람쥐가 많은 몬트리올의 특징을 콕 집어준 천정 장식

 

실컷 경치를 감상하고, 몽 로얄 산장 내부도 구경했는데, 뭔가 오래전 건물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던하지도 않은 중간느낌이라 결국 평범하게 느껴지는 장소였다.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카페로 운영되나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어딘지 전반적으로 휑한 느낌에 별로 볼 것이 없어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당당하게 육중한 건물 문을 활짝 열고 나왔는데, 으잉?

입구 앞에 어떤 여자가 저렇게 물구나무를 서서 가만히 있네... 서커스하는 버스커인가 싶어 주변에 돈통을 찾아봤는데, 그것도 아닌듯. 그냥 진짜 트레이닝을 하는 모양이다. 한 십분쯤 계단에 앉아 쳐다봤는데, 정말 미동도 하지 않아서 마네킨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놀라운 균형감각이었다. 언제 내려올가 싶어 얌전히 앉아 계속 구경했는데, 전혀 그만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리가 지루해져 먼저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곳은 공원 아랫쪽 부터 놀라움의 연속이다. 중세 기사 옷을 입고 칼싸움을 하며 노는 남정네들, 아무거나 두드리며 즉석 드럼 잼을 여는 사람들, 거기에 맞춰 마음대로 흔들며 춤추는 사람들, 그걸 지켜보며 그림으로 그리는 사람들 그리고 산 위에 올라왔더니 이렇게 사람많은 한가운데서 물구나무를 서 있는 여자가 있다. 정말이지 몽로얄 산 주변은 몬트리올의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두 모이는 곳 같다.

 

 

 

 

 

 

비버는 없는 비버의 호수(카스토르 호수) Lac aux Castors
자유로운 영혼들은 가득

 

 

우리도 한결 마음이 자유로와져 칠렐레 팔렐레 뛰어서 비버의 호수로 가는데...음. 이건 자유가 지나쳐 방종이었을까? 지도가 그냥 아주 박살이 나 있다. 누가 여기서 힘자랑 한겨...-_-; 뭐 지도가 없어도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긴 했지만 퀘벡주에 온 뒤로 대부분의 관광지에 관광지도는 부서져 있거나 지워져 있는 듯. 역시 이들은 보수공사와 그리 친하지 않는 걸로 결론.

 

 

온길 만큼 계속 전진하며 내려가면 커다란 인공 호수가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비버의 호수 공원.

와...아까 잔느 망스와는 또다른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곳이네. 사람들은 드넓은 잔디밭을 구르고, 호수 위에는 작은 페달 보트가 동동 떠 다닌다. 그런데, 역시 비버는 없는 모양 ^^;;

 

 

아이스크림 총각이 헐리웃 영화속에서나 나오는 귀여운 종소리 음악을 울리며 호수주변을 배회 한다. 음악소리가 너무 이뻐서 자꾸 쳐다 보게 된다. 그러다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겠다고 결심했는데, (광고효과!) 결국 우리도 이곳 사람들처럼 잔디 위에 누워 한참을 데굴거렸더니 더이상 귀찮아서 움직일 수가 없는 순간이 오더라. 결국 잔디밭에 엉덩이가 딱 붙어 아이스크림을 못먹었다는 슬픈 이야기(?)

 

 

물은 그다지 깊지 않은데, 워낙 부유물이 많아 딱히 맑은 느낌은 들지 않지만 뭐 더럽지는 않은 모양이다. 물비린내가 나지도 않고, 이렇게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니 말이다. 바닥엔 이곳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우렁이들이 느릿느릿 기어다닌다. 

 

 

여기는 갈매기도 느린 느낌.

하늘이 반영되는 호수를 멍하니 보고 있노라니 시간이 이곳만 특별히 느리게 흐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니 해가 진걸 보니 시간은 흘렀나본데, 사람들도 뭔가 느려보이고, 동물들도, 야채커플도 마찬가지.

 

 

몽로얄 산 주변의 공원들이야말로 몬트리올 사람들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장소인 것 같다. 몬트리올을 여행할 때 도심 뿐만아니라 꼭 이 산 주변을 하루정도 둘러 보며 그들의 여유만만 즐거운 주말에 동참해 보기를 추천한다. 마음속의 걱정 근심히 슬그머니 저편으로 날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 ^^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온화한 햇살이 한가득!
동네 상점들도 어찌나 감각있던지, 그냥 상점 앞 구경하는 것도 재밌는 도시

 

 

 

 

       

자유로운 영혼 여기 다 붙어!

여행날짜 | 2011.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