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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i | 경기도
[안산 1박 2일] 야생화의 섬 풍도에서 보낸 특별한 여름휴가
2014. 8. 9. 03:44

경기도의 때묻지 않은 섬, 풍도 힐링 주말여행
서울에서 이렇게 가까운데, 성수기에도 한적한 섬이 있다고?

 

얼마전 경기도 안산시의 작은 섬, 풍도를 다녀 왔다. 대도시와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도 시골의 순박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청순한 섬, 풍도. 여름엔 어디를 가도 피서객에게 치이기 마련인데, 이 섬은 우리에게 완벽히 여유로운 주말을 선물해 주었다. 어떻게 서울 바로 아래에 이런 곳이 남아 있을까?

 

풍도는 안산시에 있다.

내게 안산은 공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알고보니 어릴적 부모님과 갯벌체험을 위해 자주 찾던 대부도도 바로 안산시의 섬이었다. 낚시꾼들이 사랑하는 시화 방조제로 연결되어 있어 섬이라고 잘 느껴지진 않지만 말이다. 그 대부도 앞에는 여러 작은 섬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 중 봄철 온갖 야생화가 가득 피어 유명해진 풍도를 찾았다. 

 

 

 

풍도 가는 길

 

풍도는 시화방조제와 대부도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는 방법도 있지만, 그 배도 어차피 방아머리 선착장을 들렀다 간다.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풍도행 배표는 항상 있는 편이지만, 혹시 몰라 미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뱃시간에 늦을까봐 전전긍긍하며 달려갔건만, 이게 웬걸. 오늘따라 짙게 낀 해무때문에 모든 배의 출발시간이 지연되었다는게 아닌가? 섬으로 갯바위 낚시를 떠나려던 사람들은 그새를 못참고, 항구에 낚싯대를 드리웠다.

 

 

 

 

 

우리는 나른하게 항구에 앉아 날아다니는 것들을 구경했다. 항구에 북적이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갈매기들, 프로펠러가 달린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 저들은 우릴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나저나 패러글라이딩은 바람을 타는 것인줄만 알았지, 프로펠러로 이리 저리 돌아다닐 수 있는 지는 몰랐네. 재미있어 보인다.

 

 

한참 스무고개에 열을 올리며 오이군 한국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는데, 드디어 배 한대가 출발한다. 항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사람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갔다. 모두 자월도나 대이작도 등 큰 섬으로 가는 모양이다. 배에 사람들이 오르자 새우깡에 맛들린 갈매기들이 열심히 먹이 사냥에 나섰다. 

그거 우리 나눠 주고 가세요. 혼자 한봉지 다 먹으면 살찐다고요.

 

드디어 우리가 타고 갈 서해누리호가 도착했다. 앞서 두척의 배가 떠나고, 선착장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서른명 남짓. 그나마 절반정도는 섬 주민들인 듯 했다. 원하던대로 조용한 주말을 보낼 수 있을것 같아 씨익 웃음이 났다.

 

섬에  차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풍도에는 차가 필요하지 않다. 섬 한바퀴를 도는데, 두어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실 차를 몰 도로도 없다. 섬의 숙소는 주민들이 제공하는 민박이 전부 인데, 대부분 선착장 가까이에 있고, 걸어서 십분거리인 바위펜션에서는 주인아저씨가 직접 데리러 오신다.

 

그렇게 작다면 이 섬에 즐길리가 있을까? 하루에 배가 1번밖에 없어서 1박 2일이 필수인데 말이다. 그러나 이틀이 지루한건 아닐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작아도 즐길거리가 가득한 야무진 풍도. 1박 2일이 정말 번개 같이 지나가 버린다.

 

 

 

풍도에서의 첫째날

 

01  /몽돌이 깔린 진장수리 해변의 상큼한 해수욕

 

섬에 도착했을 때는 햇살이 한창 좋은 오후였다. 이론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오늘은 해무가 잔뜩 껴서 해는 볼 수 없었지만, 일단 해수욕부터 하기로 했다.

풍도에는 서해 특유의 갯벌도 모래사장도 없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모두 쓸려나가 쌓이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돌 수집가들이 좋아하는 진달래석 섞여있는 몽돌이 깔린 해변이 있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당연히 쓰레기는 없다. 예쁜 소라껍질만 몽돌과 섞여 운치를 더할 뿐.

 

 

 

 

뻘이 없으니 물이 맑을 수 밖에. 서해라 믿기지 않을 만큼 물빛이 투명했다

 

해가 없다고, 어찌 이 예쁜 바다를 그냥 둘 수 있겠는가. 오이군과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한 민박집에서 급히 점심을 먹고, 첨벙 물에 뛰어들었다. 몽돌이라 물이 깨끗한 대신, 걸을 때 발이 아프니 아쿠아 슈즈는 필수. 음. 쿨하게 뛰어들었는데, 표정관리에는 실패했다. 물이 생각보다 차가왔던 것이다. 아니 서울은 숨쉬기도 힘들만큼 습하고, 더웠는데, 여긴 바로 아래인데도 같은 나라라 믿기 어려울만큼 날씨가 선선했다. 그래도 이 예쁜 해변을 한여름에 전세낼 수 있으니 이게 웬 호강이람.

 

 

02  /야생화를 찾아 떠나는 트래킹 

 

기분좋게 해변에 앉아쉬다 섬가운데 산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풍도가 몇해전부터 유명해진 이유가 바로 이 산때문이다. 봄이 오면 바람꽃과 복수초등 흔치 않은 야생화들이 산 이곳 저곳에 가득히 피어난다는 소문이 나자, 사진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게다가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꽃도 두종이나 있다. 풍도 바람꽃풍도 대극이 바로 그것. 이 작은 섬에 유일하게 피는 꽃이 두종이나 된다니, 호기심을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몽돌이 있는 해변에서 10분쯤 걸으면 항구에 도착한다. 그 항구에서 2-3분 계속 걸으면, 바로 그곳이 마을의 중심이다. 그렇다. 풍도는 정말 작은 섬인 것이다. 대략 그 즈음에서 아무 골목이나 선택해 오르기 시작하면, 자연스래 산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작은 섬이라고 산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이미 마을에서부터 엄청난 경사도를 자랑하며, 길이 나 있었다. 다행히도 집집마다 소박하게 가꾼 정원에 여러 꽃들이 우리를 반겼고, 산기슭에 도착하자 곳곳에 자귀나무의 분홍빛이 화사하게 빛나서,  힘든줄 모르고 길을 오를 수 있었다.

 

마을에서는 도라지를 많이 재배하고 있었는데, 마침 꽃이 필 계절이라 산위의 밭 군데 군데가 온통 보라빛이었다. 야생화는 아니지만, 풍도는 진정 꽃섬이 틀림 없다.

 

작은 섬이라 딱히 지도가 필요 없지만, 관광객 습관상 지도를 보며 길을 가늠해 보았다. 사실 어느 길로 가도 주요 포인트를 다 볼 수 밖에 없다.

 

어느정도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참 평화롭기 그지 없다. 이 예쁜 풍경에 푸른 하늘이 빠졌다고 아쉬워 했는데, 가만히 보다 보니 은근하게 물안개가 낀 바다도 나름 신비로운 매력이 있더라.

 

 

 

 

이것이 바로 500년이 됐다는 풍도의 상징 은행나무이다. 옛날에도 가을이되면 이 은행나무가 노오랗게 물들어 지나는 배들이 멀리서도 이 섬이 풍도임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암수 은행나무가 각 한그루씩 있는데, 이상하게도 더이상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그리고 이 나무 아래는 인근섬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는 약수가 흘러 나온다. 은행나무가 수맥을 끓어당겨 이뤄놓은 특이한 샘으로 예전에는 지역 주민들의 중요한 식수 공급원이었다. 그 옆을 지나는 오이군 키가 약 190cm정도이니 그 나무의 크기가 짐작이 가시는지. 

 

풍도를 지켜주는 은행나무 아래는 이렇게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정자도 하나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박한통 들고오는 건데. 이곳에 앉아 있으니 그야말로 힐링이 절로 되는 것 같다. 에어콘이나 선풍기 한대 필요 없는 진정한 피서. 최고 전망의 테라스에 어느 누구와도 자리 경쟁 하지 않고, 하염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이 복작 복작한 서울에서 멀지 않은 섬이라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마을 뿐만 아니라 이곳을 드나드는 유일한 수단인 배들도 한눈에 보인다. 이곳에 있으면, 마을에 누가 왔다 누가 가는지도 알 수 있겠구나. 은행나무는 이곳에서 성황목 답게 마을의 모든일을 한눈에 꿰차고 있었다.

 

풍도의 자랑거리 야생화 군락지는 바로 이 나무에서부터 시작된다. 산길을 따라 올라 가자마자 화려한 참나리가 지천에 피어 있었다. 봄이 아니라 야생화가 있을까 싶었는데, 웬걸. 걱정이 무색하게 사방이 꽃으로 뒤덮혀 있다.

 

 

자연속의 나리꽃을 보는 것도 신기한데, 산속에 빈틈을 찾기 어려울 만큼 꽃이 지천이다. 풍도에는 왜이렇게 꽃이 많은 걸까? 꽃의 여신의 축복이라도 내렸던 걸까?

 

탐방로를 벗어나 숲을 헤메이는 감자? 아니다. 나는 분명히 탐방로 안쪽에 있었다. 야생화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뜸한 여름에는 사람들이 이 산을 찾지 않는 모양이다. 탐방로 안쪽까지 풀이 무성하게 자라 정글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나 더운 여름날 성난 뱀이라도 건드릴까 양손에 막대기를 들고, 바닥을 저으면서 다녔다. 가끔 기분 좋으면 위로도 휘 젓고. ^^;

 

정글과 흡사한 탐방로를 헤치고, 올라가다보니 탐방객 안내소도 있었다. 야생화로 톡톡히 이곳이 이름을 날리긴 한 모양이다. 여름에는 휴무. 오직 야생화가 피는 이른 봄에만 운영된다. 그러나 사실 예로부터 풍도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가을이었다고 한다.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섬 이름을 자신들이 익숙한 풍요로울 풍으로 바꾸기 전까지는 단풍나무 풍자를 썼었으니 말이다. 이름처럼 섬에 단풍나무가 많기 때문에 가을에는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03  /갯바위 밤낚시

 

바닷가 해질녁의 낭만을 빼 놓을 수 없지. 아쉽게도 구름이 끼어서 일몰은 보지 못했지만, 점점 어두워져가는 바다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부드러운 바닷 바람을 맞으며 도란 도란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바로 앞 바위에 낚시꾼 아저씨가 척척 걸어와 낚싯대를 드리운다. 풍도는 갯바위 낚시로도 유명해서 낚시 여행을 오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엇, 그런데, 낚싯대를 드리운지 5분이 채 안돼서 무언가를 한마리 잡아올리는데?

줌을 당겨보니 광어 인듯? 크기도 꽤 크다. 갯바위 낚시가 유명하다더니 정말인가 보네. 맛있는 광어가 퍼덕이는 모습을 불쌍하게 바라보며, 한켠으로는 다음엔 나도 낚싯대를 들고 와야겠다고 생각한다. 단, 나는 산채로 고통 받게 두지 않고, 잡아서 바로 기절시키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04  /푸짐한 어촌마을 시골 밥상

 

드디어 해도 거의 지고, 배도 고파져서 우리의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이름은 펜션인데, 사실은 시골 민박집이다. 대부분의 민박집은 마을에 있는데, 이 민박만 뚝 떨어져 몽돌해변앞에 있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갯바위나 마을보다는 해변이 가까운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이 곳을 선택. 그리고, 그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해변이 민박집 마당앞으로 시원하게 펼쳐 졌으니 말이다.

 

시설은 매우 소박하다. 장롱과 오래된 20인치 티비가 덜렁있는 방이 오늘 우리가 묶을 곳이다. 거실은 엄청나게 넓어서, 투숙객이 모두 나와 앉아도 전혀 북적이지 않을 법하다. 욕실과 거실 등은 다른 투숙객이나 주인집과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여름이라고 보일러를 꺼 놨는지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다. 푹푹찌는 서울에서라면 오히려 큰 문제될 것이 없는데, 선선한 이곳에서는 찬물로 사실 목욕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더라. 에이. 하루쯤 건너 뛰지 뭐. ^^;

이집의 매력포인트는 뭐니 뭐니해도 아름다운 전망. 마당에 심긴 나리꽃 넘어로 핑그빛 몽돌이 깔린 해변이 널리 보인다.

이래뵈도 이 집은 TV프로그램 1박 2일촬영 때, 스탭과 배우들이 사용했던 곳이라고 한다.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해 주시는 주인 아주머니의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화단에서는 수박에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덩굴째 보는 수박이 얼마만인지. 가게도 없고, 음식점도 없는 이곳에서는 바로 이런 과일들이 별미겠지?

 

그리고 풍도에는 음식점이 없다. 전끼니를 민박집에서 사먹던지, 직접해 먹어야하는데, 민박집 메뉴는 가정식 백반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날 그날 재료에 따라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만들어 주는 것으로, 싱싱한 해산물이 주를 이룬다. 점심에는 구수한 홍어 매운탕이 나왔고, 저녁에는 우렁이 된장국과 주인 아주머니가 방금따 온 커다란 소라 초회가 식탁에 올랐다. 우와, 싱상한 소라는 이런 맛이 나는구나. 고소하면서도 달콤하다.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아오면 활어회도 떠주신다고 한다. 그럼 해산물과 친하지 않은 오이군은 2일동안 굶었으냐고?  

 

그렇지 않다. 육지에서 난것들도 밑반찬으로 나오니 걱정할 것 없다. 물론 고기빼고 전부 아주머니가 직접 기르신 것이라고 한다. 단, 섬마을 음식이라 전부 간이 짭짤하다는 것은 알아두시길.

 

둘째날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풍도행 배 스케줄 & 요금 (2020년 기준)



인천 연안부두
출발 시간 : 9시 30분 /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거쳐서 감
소요 시간 : 약 2시간 20분
편도 가격 : 성인 14,960원 / 자전거 및 이륜차 8,000원 / 경차 25,000원 / 승용차 및 승합차 35,000원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출발 시간 | 10시 20분
소요 시간 | 약 1시간 30분
편도 가격 | 성인 13,600원 / 자전거 및 이륜차 3,500원 / 경차 11,000원 / 승용차 및 승합차 15,400원

 하루에 배가 한번 밖에 없기 때문에 1박 2일코스로 추천합니다. 출발할 때 배가 기적을 울리지 않으므로 가끔 배를 놓치시는 분이 있다고 합니다. 미리 가셔서 대기하세요. ^^ 풍도에서 나오는 배는 12시에 있습니다. 물때에 따라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므로 민박집에서 정확한 시간을 확인합니다.

 

INFORMATION민박집 가격 & 연락처  



보통 1박에 4-5만원, 섬내에 음식점이 거의 없어 보통 식사는 민박에서 해결합니다. 1끼식사 인당 7천원 (아침, 점심, 저녁 동일) 가정식 백반 

바위펜션 | 010-9092-3997 / 032-834-1330 
기동이네 민박 | 032-833-1208 
민영이네 민박 | 032-831-7634 
하나네 민박 | 032-831-7634 
고씨 할머니 | 032-832-3715 
바다민박 | 032-832-3720 
풍도민박 | 032-831-7637 
풍어민박 | 032-831-3727 
풍도랜드 | 032-831-0596 

 

 

 

       

서해안의 숨은 진주를 만나다!

2014. 0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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