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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 평범해서 소중한 일상
유난히도 벚꽃이 빨리 떠나버린, 잔인했던 4월
2014. 4. 30. 00:30

잔인한 4월
The Waste Land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휘젓는다. 

 

 


 

 

4월의 어느 날,

인도양 3국 여행을 마치고, 화사한 벚꽃이 우리를 맞이해 줄 한국으로 신나게 돌아왔다. 그러나 기대했던 벚꽃은 온데간데 없고, 공항 버스의 TV화면에서 흘러나오던 영상은 온나라를 뒤덮은 슬픔으로 우리를 재빠르게 안내했다.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끊임없이 마음을 심연으로 끌어내리던 이야기들로 4월의 절반이 그렇게 가버렸다.

 

 

T.S Eliot 의 황무지The Waste Land가 유난히도 떠올랐던 2014년 4월의 마지막 날, 우연히 작년 4월의 사진첩을 들춰보게 되었다. 작년에는 4월 22일에도 이렇게 화사한 벚꽃이 피어 있었구나. 그때는 그저 나른하기만 한, 평범한 봄날이었는데...

 

벚꽃이 너무나 청순하고, 예뻐서 더 서글퍼 진다.

아마도 올해는 벚꽃이 이런 큰 슬픔이 다가올 것을 감지하고, 일찍 피고 떠나버린 건 아닐까.

차마 볼 수가 없어서,

그 어떤 말로도 위로 할 수가 없어서...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잔인한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