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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키타] 드라마 아이리스 그 이상의 낭만, 타자와 호수
2014. 1. 19. 21:36

눈의 나라에서 맞이하는 아침
겨울의 미모 자랑

 

아키타의 아침, 화창한 햇살이 커튼아래로 스며들어 우리의 발끝을 간지렀다. 오늘은 드디어 아키타의 얼굴마담, 다자와 호수를 보고, 우리를 이곳으로 불러들인 뜨끈한 온천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설레이는 마음에 용수철처럼 튕겨 일어날 뻔 했지만, 암, 나도 자존심이 있지, 마치 발끝에서 알짱이는 햇살에 못이긴척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어젯밤에 눈이 왔지? 눈내린 뉴토온천향은 어떤 모습일까?

 

 

아직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자는 오이군을 위해 살짝 창밖을 바라보려 커튼을 젖혔는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나도 모르게 창문까지 활짝 열어 제쳤다. 눈내린 뉴토온천향의 굴욕없는 자태. 푸른 하늘과 어울어져 HD TV를 바라보는 듯, 현실감 없는 화사함으로 아침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오이군을 흔들어 깨워, 눈내린 풍경을 감상하며 아침식사를 마쳤다.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현지식과 양식(토스트 하나라도) 아침식사가 함께 제공되기 마련이거늘, 순수 100% 일식만을 고집하여 오이군에게 어려운 선택의 고민을 안겨 준 하이랜드 산소우 호텔 앞. 눈부신 설경덕에 알프스 소년은 행복에 겨워 사방으로 달린다.

 

 

이동네 건물 옆을 지날 때 주의 할 점이 하나 있다. 미니 눈사태가 바로 그것. 이곳의 건축양식은 눈이 어느정도 지붕위에 쌓여 무게가 올라가거나 햇살에 녹으면, 계속 쌓여있지 않고, 아래로 잘 떨어질 수 있도록 지붕 경사가 매우 크다. 그런데, 건물 아래에는 이렇다할 보호구조물이 없기때문에 건물 옆에 바짝 붙어 지나가다가 눈더미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건물밖으로 나오자 마자 이건물 저건물 할 것없이 눈이 우르르 떨어지는 소리로 정적을 깨고 있었다.

 

 

자동차 창문에 와이퍼가 얼어붙지 않도록 밤에 와이퍼를 세워놓는 것도 잊지말아야할 설국에서의 센스.

차위에 소복히 덮힌 눈을 털어내고, 앞좌석이 극장 커플석마냥 딱 붙은 일본차에 앉아 오늘의 설레이는 여정을 시작했다.

 

 

 

다자와코의 매력에 풍덩 빠지다
수영복을 가져왔어야 했어!

 

 

호텔에서 약 30분쯤 달렸을까? 아직은 가을과 겨울이 함께 머물러있는 다자와 호수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이병헌이 김태희와 함께 거닐며 호수의 수호신인 타츠코의 전설을 들먹인 덕분에 우리에게 친숙해진 다자와 호수. 화산활동으로 함몰된 지형에 물이 고인 호수로 그 깊이가 무려 423.4m, 일본에서 가장 깊고, 세계에서는 17번째이다. 따라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강한 산성의 온천수인 타마가와 강이 유입되어 독특한 물빛으로도 유명한데, 동틀 무렵엔 보랏빛, 낮에는 짙은 푸른빛, 해질녘엔 선명한 주황빛으로 빛난다고 한다.  

 

 

가슴이 탁트이는 깨끗한 풍경사이로 어제 방금 닦아 놓은 듯한 도로가 시원하게 뻗어있다. 아무도 없었던 도로를 신나게 질주해 보아도 좋았겠건만, 군데 군데 쌓여있는 흰 눈과 파란 물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홀려, 자꾸 우리도 모르는 사이 차를 멈추고, 넋을 놓게 되었다. 길가에는 아이리스 덕분에 한국 관광객이 많아져서인지, 한글 표지판도 있었는데, 알아보기 힘든 폰트와 어색한 해석이 숨막히는 풍경과 상반되어 실소를 자아냈다.

 

 

바닥까지 바라보이는 투명한 호수가 어찌나 예쁜지, 겨울이라도 개의치 않고 그대로 뛰어들어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아, 그런데, 아쉽게도 수영복이 없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그러나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다자와 호수는 사실 얼마전까지 생명체가 살지 않는 죽은 호수에 가까왔다. 이곳 역시 인간의 손길로 인한 수난을 비켜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40년대에 지역발전을 목적으로 유입시킨 강한 산성의 온천수때문에 호수 전체가 산성이 되었고, 결국은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살던 어종인 쿠니마스를 비롯해 어떤 것도 살 수 없는 죽은 호수가 되어버렸다. 다행히 1970년대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중성을 찾아가고 있다 한다. 지금은 다시 물고기가 빼곡히 살고 있는 깨끗한 물이 되었지만, 아직은 고유어종인 쿠니마스는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일본 정부에서 예전에 쿠니마스를 다른 하천에 방류한 적이 있었는데, 추후 다자와 호 정화 작업을 진행하며 고유어종을 돌려놓기 위해 쿠니마스에 현상금까지 걸어가며 찾아 헤맸다고 한다. 결국 근 70년만에 2010년에 야마나시현에서 그것으로 추정되는 물고기가 발견되어 전 일본이 들썩였다고.

 

여름에는 유람선을 운행하고, 자전거도 대여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호수를 돌아볼 수 있다. 호수 둘레는 20km쯤 되니 하루정도 여유롭게 하이킹을 하기에도 손색없는 코스. 몇몇 포인트에서는 수영도 허용된다.

 

 

 

타츠코 상의 전설
예뻐질려면 물을 많이 마셔야합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숨은 오이찾기 시간

 

이것이 바로 드라마 아이리스 속의 이병헌과 김태희가 슬픈 사랑을 예고했던 미녀 타츠코의 동상이다. 호수에 물이 차면 동상 바로 아래까지 수면이 올라오는 모양인데, 우리가 갔을 땐 호숫가를 걸어 동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수면이 낮았다.

그럼 타츠코가 뭘 어쨌기에 이렇게 동상까지 세워져 있는걸까?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타츠코의 전설

숨막히게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는 여인이었던 타츠코는 어느날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된다. 예쁜 애들이 예쁜 걸 알면 무섭다고, 그녀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의 미모를 영원히 유지하고 싶었던 타츠코는 신사로 가서 지성스럽게 기도를 드렸다. 그러자 관세음보살은 산속 호수에가서 물을 많이 마시라는 계시를 내려준다. 살빠지고, 예쁜 피부를 유지하려면, 물을 열심히 마시라고 늘 성화이신 우리 헬스클럽 강사님도 매우 동의할 계시. 그녀는 시키는대로 물을 마셨지만, 미모가 유지되는 건지는 모르겠고, 점점 갈증만 더 심해졌다. 원래 욕심은 끝없는 갈증을 불러오는 법이다. 결국 욕망에 미쳐가며, 계속해서 물을 마시던 그녀는 어느새 용의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욕심이 불러온 인과응보라는 것을 깨달은 타츠코는 너무 창피해서 물속에 몸을 숨기고, 이 호수의 수호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욕심많은 딸이라도 부모에게는 소중한 법이다. 자신의 딸이 산에 들어가 한참이 되어도 내려오지 않자, 걱정이 된 엄마가 호수로 그녀를 찾아나선다. 그때 이미 타츠코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고, 이를 보고 슬픔에 잠긴 엄마는 호수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그리고는 물고기의 모습이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이 호수에만 유일하게 살았던 어종인 쿠니마스의 시작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이야기다. 엄마가 딸래미 예쁘게 낳아준 것 말고는 무슨 죄가 있다고. 어찌됐건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는 교훈은 어느나라에서나 통하는 것 같다.

 

 

타츠코 상이 있는 곳에는 칸사구 우끼라는 신사가 하나있다. 신사의 내부에는 방문자들의 소원이 깃들어 있을 부적같은 것들이 귀엽게 매달려 있다. 그런데, 다들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미모를 영원히 유지하게 해달라고? 나도 멋진 용이 되게 해달라고? 건강하다 못해 불사의 존재가 되게 해달라고?

 

 

 

 

 

나는 무슨 소원을 빌고 싶은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신사 뒤로 돌아가 앉아, 푸른 호수와 저어 멀리 눈쌓인 산을 바라 보며,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삶에 감사드렸다. 단, 사진발 잘받으라고, 두툼한 외투는 벗어, 사진사 오이에게 넘겨 주고서. 이러다 감기걸리면 그것도 인과응보라지. :-P

 

 

 

키리탄포의 또다른 모습
용이 될 땐 되더라도 일단 먹고 보자

 

 

타츠코상 길 건너편에는 작은 기념품 상점 겸, 음식점이 하나 있다.

살짝 출출해진 우리는 입구에 진열되어 있는 음식 중 대충 모양만으로 판단해 하나 주문해 놓고, 상점안을 둘러보았다. 잡다한 물건들과 기념품, 특산품, 야채, 건어물 등 가게의 주제를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동글 동글 짭쪼름한 곤약꼬치

 

가게 창문앞에 쪼르르 세워 놓은 커다란 성냥개비같이 생긴 것이 재미있어,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시켰더니, 5분정도 기다리라고 한다. 설레이는 5분이 지나고,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바로 키리탄포 구이. 엇저녁 먹은 나베 속에 들어있던 그것이다. 키리탄포 구이라니 뭔가 있어보이지만, 한마디로 밥구이다. 찰지게 지은 밥을 막대기에 조물조물 붙여, 미소소스 같은것을 발라 불에 구운 것으로 짭짤하고, 달콤하다. 숯불냄새가 향긋하게 베어 꽤 입맛에 맞는 간식거리였다.

 

 

 

고자노이시 신사
타츠코가 마셨던 바로 그 물?

 

 

호수의 북쪽으로 계속 이동을 하면 호수의 수호신이 된 타츠코를 모시는 신사가 있다. 신사 앞은 바위 절벽으로 다자와 호수 푸른 물빛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신사 앞에 있는 신이 지나는 길, 토리이. 용이 된 수호신 타츠코가 이 문을 통해 호수에서 신사로 들어오고 나가나보다.

 

 

이곳에도 일본 신사에 들어가면, 입구에 어김없이 보이는 작은 샘물이 하나 있다. 신사 앞에 있는 샘물은 들어가기 전 손을 씻고, 입을 행구는 오조츠라는 의식을 위한 것으로 그곳에 놓여있는 작은 바가지에 절대 입을 대고 콸콸 들이켜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약수터와 비슷한 모양새에 한국인 관광객들은 자연스레 바가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조차도 처음 봤을 땐 산에서 나는 약수쯤으로 여겼으니까.

 

이 신사는 용이 된 미인 타츠코를 모신 곳이어서 그런지 샘물이 용의 입에서 나온다. 이 물을 마시면 미인이 된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은 것 같긴한데, 확실치 않아서 시도해보진 않았다. 타츠코처럼 계속해서 목이 마를까 싶기도 하고. ^^;

 

 

신사는 규모가 상당히 작았는데, 본당 건물이 어딘지 여성스럽고,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뜻일까? 본당의 내부를 조심스레 들여다 보니, 대부분 보살이나 그 신사에서 모시는 신상이 있어야할 자리에 거울이 하나 붙어 있다. 미에대한 집착에 사로잡혀 용이 되었다는 타츠코대신 말이다. 아마, 지금 어떤 욕심이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자신의 모습이 이자리에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는 아닐까? 내멋대로 추측해 본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이들의 염원이 끝도 없이 매달려 있는 것을 바라보며 신사를 나왔다. 욕망에 사로잡혀 용이 되었다는 타츠코. 그런 그녀를 수호신으로 모시는 신사. 또 그녀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 어딘지 아이러니한 구석이 가득하지만, 아마 그래서 이곳에 인간미가 넘치는 지도 모르겠다. 끝없는 욕망과 반성을 반복하는 불완전한 사람들의 모습이 이곳에 담겨있기 때문에.

 

 

다자와 호수 교통편

숙소는 대부분 뉴토온천향에 있으실테니, 다자와코 고원방향으로 가는 뉴토선 버스를 탑승하시어 다자와코 역에서 하차합니다. 이곳에서 다자와코 일주선으로 갈아타면, 버스로 호수주변을 일주할 수 있습니다. 이때 타츠코 상에서 15분, 고자노이시 신사에서 5분의 하차시간이 주어집니다. 다자와 호수를 하이킹하시거나 여유롭게 산책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뉴토선에서 다자와코 역에서 내리지 않고, 다자와 호수까지 한번에 갈 수 있습니다. 

아키타 현에서 제공하는 다자와코 버스 시간표


다자와 호수 주변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