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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키타] 가쿠노다테, 무사들의 마을에서 먹거리 산책
2013. 12. 17. 17:54

오이군의 변화?! 금강산도 식후경
밥이 근육이다

 

아키타 여행의 첫 목적지는 가쿠노다테로 정했다. 렌트카 아저씨가 친절하게 가쿠노다테의 주차장을 목적지로 찍어 주셔서, 헤메지 않고 단번에 주차장으로 올 수가 있었다. 왼쪽으로 운전하는것이 살짝 긴장되었지만, 항상 앞쪽에 차가 있어 비교적 헤깔리지 않고, 잘 도착했다. 오는 도중 비가 오는 바람에 와이퍼를 켠다는게 깜빡이를 켰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아키타에는 오가반도나 우리가 묶을 뉴토 온천향의 조금 위쪽에 있는 다마가와 온천 등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나 많았지만, 이번 휴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여유로운 휴식이었다. 하루에 여러곳을 메뚜기 뛰듯 옮겨다니기 보다는 이동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한곳을 즐기더라도 여유롭게 감상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쿠노다테는 그를 위한 최적의 장소에 위치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우리의 숙소인 뉴토온천향으로 가는 길의 딱 중간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 ^^ 

 

게다가 17세기 무렵 형성된 이 마을엔 옛무사들의 저택의 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동북의 작은 교토라고 불린다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있나. 그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있는 교토와 비교된다고 하니 말이다.

 

 

공항에서 약 한시간이 걸려 마을에 도착했다. 1시 경에 일본에 도착했지만 렌트카를 픽업하고, GPS조작법으로 버벅이는 동안 이미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배꼽시계만큼은 정확한 내가 허기져 있었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러나 오늘은 놀랍게도 먼저 식사를 재촉하며, 신경을 곤두세운 것은 내가 아닌 오이군이었다. 보통 오이군은 소식을 하고, 채식을 해서 건강하게 장수하겠다며, 커다란 키에 맞지 않게 병아리 눈물만큼 밥을 먹는데, 요즘 헬스를 시작하며 식사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오이군의 마른 몸을 보신 헬스 강사님께서 근육을 만들 재료가 몸에 전혀 없다며, 닥치는대로 먹어주기를 권유했던 것이다. 내가 몇년간 그렇게 설득해도 듣지 않더니, 강사님의 그 한마디에 오이군이 날름 태도를 바꾸어 밥을 잘 먹기 시작했다. 덕분에 위가 좀 늘었는지, 요즘 밥때가 되면 나보다 먼저 이성을 잃고, 밥으로 달려드는 부작용을 보이지만, 마른 얼굴에 살짝 살이 오르니 보기가 좋다. 처음 만났을 때 생각도 좀 나고. ^^

 

 

 

 

 

 

마루가와 우동집
배고픈자는 어떻게든 먹고 살게 되어있다

 

그리하여 가쿠노다테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첫번째로 한 일은 밥을 먹는 것이었다. 나는 고즈넉한 마을 풍경에 셔터를 먼저 누르고 싶었지만, 오이군이 격하게 음식점으로 돌진하는 바람에 한두장만 대충 찍고, 오이군을 따라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오이군, 여기 뭐 파는데인줄은 알고 온거야?

 

 

마루가와라는 음식점의 조촐하고, 살짝 허름해보이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왔는데, 어딘가 살짝 중국집스럽기도 한 것이 오묘하다. 게다가 정말 어려웠던 것은 바로 음식을 주문하는 일. 관광지이니 사진이 있는 메뉴판이 있겠거니 했지만, 정갈하게 손으로 쓴 글씨체의 일본어 메뉴판이 달랑 하나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짧은 히라가나, 가타카나 실력으로 간신히 읽어보니 메뉴판에는 고히(커피), 콜라 등등의 음료수 까지 섞여 있는 것이 아닌가. 대체 뭐가 음식인줄 알아야 대충 찍어서라도 시키지 않겠느냐 말이다. -_-;

 

결국 종업원을 불러 영어를 시도해 봤지만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메뉴판을 가리키며 조심스레 다베모노가 나니 데스까? 하고, 물었다. 음식이 뭐냐는 소리였다. 다행히 종업원이 나의 어설픈 일본어를 알아듣고, 손가락으로 음식 이름을 짚어 주며, 이것들이 이나니와 우동이라고 했다. 앗, 아키타 지역의 명물이자 일본의 삼대 우동에 속한다는 바로 그것? 오~ 나쁘지 않은데? 

 

 

그러나 여기서 또 다시 난관에 봉착. 이나니와 우동은 면발을 말하는 것인지 그 종류가 여러가지 였다. 대충 손짓 발짓으로 종업원이 설명을 해 줘서, 어렵사리 고기류 하나와 야채류 하나를 주문했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문맹의 불편함. 뭐 덕분에 여행하는 맛이 더 나긴 했지만 말이다.

 

 

이나니와 우동은 우리가 흔히 아는 우동과 달리 면발이 가늘어 라멘과 더 가까운데, 쫄깃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수타면 같은 쫀득한 찰기가 입안에 퍼져 그 유명세에 공감이 가더라는.

 

 

고기가 들어간 것은 카모미나미라고 했다. 당시에는 뭐 쇠고기쯤 되나보다 하고 먹멌는데, 나중에 일본어를 하는 친구에게 물으니 카모가 오리란 뜻이니 아마 오리고기였던 것 같다고 한다. 이렇게 까지 못알아 들을수가...설사 쥐고기를 줬다해도 전혀 모르고 먹었겠구나. 

 

야채류는 토로로라고 하는 것을 갈아 넣었다며 종업원이 열심히 손동작으로 설명했는데, 토로로가 뭔지 대체 알길이 없었다. 역시 친구에게 물으니 산마종류라고 한다. 그런데, 그 감촉이 미끈 미끈한것이 계란 흰자 같기도 하고, 매우 독특했다.

 

전체적으로 라면맛은 훌륭했지만 나의 입맛에는 조금 짠듯 했다. 지난 일년동안 일본을 총 5번 올기회가 있었는데, 스시를 제외하고는 매번 짜다고 느끼는 것을 보면, 일본음식이 대체적으로 짠가보다.

 

 

요것은 지역 특산품인듯 하다. 이부리가코라는 단무지로 약간 훈제향이 나는 무짱아찌인데, 기념품가게에 갈때 마다 눈에 띄었다. 단무지 역시 우동처럼 쫄깃 쫄깃, 아키타 사람들은 쫄깃한 것을 좋아하나?

 

 

식사를 하는 동안 음식점 창문 넘어로 많은 사람들이 저 솥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주문해서 길에서 먹는 것을 보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음식을 다 맛보겠다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사는 감자, 오이 커플이 저것이 궁금하지 않을리가 있나.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우리도 이것을 하나 주문했다. 단돈 100엔의 짭짤한 요깃거리. 오뎅류인줄 알았는데, 바로 곤약이었다. 매우 짠 가쯔오부시 간장국물에 푹푹 끓인 곤약 꼬치. 칼로리가 거의 없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분류되는 곤약을 이렇게까지 짜게 끓여놓으면 의미가 없잖아...음. 우리에게는 그다지 이해되지 않는 맛이어서 중간에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나,

 

 

이게 꽤 인기기 있는 모양이다. 음식점 뿐만아니라 많은 기념품 가게에서도 이렇게 대량으로 넣어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비오는 날의 달콤한 유혹, 생모로코시
구매한 것보다 시식량이 많은 가게

 

 

여유롭게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뉘엿 뉘엿 해가 져 버렸다. 한국보다 조금 더 북쪽인데도, 해가 한시간 가량 짧은 것 같다. 위치도 모르는 숙소를 향해 밤길을 운전해야 할 생각에 마음이 급해져 주차장으로 종종거리며 돌아가는데, 저쪽에 따뜻한 조명을 밝힌 가게가 다정하게 손짓을 하는게 아닌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불나방처럼 홀려 가게안으로 발길을 들여 놓고 말았다.

 

 

그런데, 이곳이 바로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던 그 생모로코시 가게였던 모양이다. 단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딱히 방문계획이 없는 곳이었는데, 이런식으로 들어오게 될 줄이야. 운명이란 것이 이런거다. ^^;

 

 

팥을 이렇게 갈아 만들었다고, 설명해 주는 멧돌이 하나 놓여 있다.

 

 

아저씨는 호탕하게 모든 제품을 시식하게 해 주셨는데, 나는 단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시식만으로도 사실 숨이 턱턱 막혔다. 다행히 무료로 녹차를 제공해 주어서 나름 게운하게 입가심을 마쳤으나, 너무 많은 종류를 시식한 탓에 사지 않고, 나가기가 미안한 상황. 그래서, 오이군과 열심히 뭐가 제일 덜 달았는지에대해 토의를 하고 있는데, 아저씨 야심차게 낱개포장된 무언가를 꺼내셨다. 괜찮다고 손서래를 치는 순간 이미 포장은 뜯겨지고, 그 안에 있던 쿠키 하나가 나의 손에 떨어지고 말았다.

 

 

바로 요녀석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생겼다. 이게 향긋한 숏브레드와 살짝 비슷한데, 별로 달지 않고, 보들보들 너무나 맛있었던 것이다. 입안에서 스르르 부서져 내리는 식감과 고소한 맛이 제대로 조합되어, 꼭 시식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다음에 와서 또 사고 싶을만큼 맛있었다. 아저씨가 맨 마지막에 비장의 무기를 꺼내듯 꺼낸 이유가 있었다며, 두팩이나 사들고 가게를 나왔다. 서울가서 먹겠다며 샀으나, 결국 이튿날 오전을 못버티고, 사라졌다는 후문.

 

 

 

 

 

 

뽀너스. 벚꽃 쿠키
벚꽃 쿠키에는 벚꽃이 들었을까?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소개해 드릴 것은 바로 이 벚꽃 모양의 쿠키류이다. 벚꽃 모양이라 벚꽃으로 유명한 가쿠노다테의 특산물인줄 알았는데, 아키타 여행하는 내내 거의 모든 가게에서 발견되는 걸 보니, 아마 지역에서 유명한 모양이다. 맛은 쿠키라기보다는 모로코시와 비슷한데, 훠얼씬 더 달고, 딱딱하다. 그래서 맛있었냐고? 뭐, 우리에게는 가게에서 하나 시식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만, 그래도 동네 명물인 듯 하니 아키타에 온다면 한번쯤은 맛을 봐야 하지 않을까?

 

 

가쿠노다테

홈페이지   kakunodate-kanko.jp/languages/kr
문의처   0187-54-2700 / 0187-52-1170, 가쿠노다테마치 관광협회 센보쿠시 관광정보센터 「가쿠노다테 에키마에쿠라」
교통편   아키타 에어포트 라이너 이용, JR가쿠노다테역에서 도보로 10분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현 관광청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