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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안동 숙소 : 고택 농암종택에서 진짜 양반이 되다
2013. 11. 29. 01:33

 

스위스가족의 한국 시골여행기

농암종택, 대한민국 양반놀이

 

──

 

 

이번 스위스 가족들의 여행지를 안동 근처로 잡은 이유는 전통마을들이 그 첫번째 였고, 두번째로는 멋진 한옥 민박집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었다. 한옥 민박에도 여러종류가 있는데, 평범한 가정집 부터 초가집, 민속마을 내의 민박, 커다란 고택까지 규모와 종류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11개의 명품고택으로 분류되는 한옥은, 150년 이상된 한옥 중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거나, 문화재로 지정된 것으로 종부가 직접 운영하여 숙박객이 선비들의 생활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익숙치 않은 서울의 복잡함 속에서 지친 스위스 가족들의 심신을 달래주고자 시골 여행의 첫날밤은 한적한 명품고택에서 묵기로 했다.

 

 

명품고택 11채는 모두 경북에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재들이 있는 경주를 비롯해 유명한 한옥마을들이 몰려있는 곳이니 새삼 놀라울 것도 없었다. 우리는 그중 청량사 기슭에 위치하고 있어 낙동강 위로 시원한 전망을 가지고 있는 농암종택을 선택했다. 국사 시간에 한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는 조선시대의 문인 농암 이현보 정계 은퇴후 여생을 보냈던 바로 그 집이다.

 

낙동강 옆길을 따라 고택으로 가는 길. 막 추수를 끝낸 낱알이 화창한 가을 햇살아래 마르고 있었다. 보기만해도 마음이 풍요롭다. 그런데, 그냥 내 마음만 그랬나보다. 스위스 가족들은 다시 질문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다.

지금도 추수한 모든 쌀을 이렇게 길에다 자연적으로 말려? 엄청나게 많은 저 벼를 어떻게 다 자연에 말려? 그런데 왜 곡식을 길에 말려? 해 질려고하는데, 왜 안걷어가? 밤새 이렇게 두면 이슬 맞지않아?

글쎄... 지금도 다 그러는지는 나도 모르겠고, 길에 말리는 것은 농부네 집에 마당이 없나보지. 그리고 왜 안걷어가는지는...나도 계속 같이 차에 있었는데, 어찌 알겠누. 뭔 질문이 그리 많은지. 그냥 감상만하세요~

가이드는 아무래도 내 적성에는 맞지 않는 것같다. -_-;

 

 

차 한대가 겨우 들어갈 법한 좁은 강가의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드디어 농암종택의 수려한 자태가 드러났다. 한옥이라는 단어보다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커다란 농암종택의 모습에 일행의 입이 떡 벌어지고. 서울에서 본 창경궁과 비슷하다는 과장까지 섞어 모두 기뻐하기 시작했다.

 

 

 

 

 

 

           

농암종택의 보석, 강각

스위스 가족을 감동시킨 바로 그 곳

 

 

사실 농암종택은 원래 도산서원 앞 분천마을에 있었는데, 76년 안동댐의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면서 유물들이 여러 곳으로 흩어졌었다고 한다. 그 후 2003년 부터 원래의 분천마을과 가장 흡사한 곳을 선택해 집을 복원하고, 유물들을 옮겨오기 시작했는데, 2007년 마지막 분강서원이 완성되며 분강촌이라 부르는 고택촌이 완성되었다. 그 분강촌의 중심이 바로 농암종택인 것이다. 따라서 입구에서 부터 첫번째 담장안쪽의 한옥들이 농암종택, 두번째가 분강서원 그리고 가장 안쪽의 별장같은 곳이 강각이다.

 

그중에서 오늘 우리가 머무를 곳은 강각.

분강촌의 가장 마지막 담장 안쪽에는 강각과 애일당, 단 두채의 한옥이 있어 마당을 포함해 온통 우리가 전세를 낸 듯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의 남다른 매력은 대청마루에 앉아 낙동강으로 저무는 해를 감상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종부가 살고 있는 농암종택에서 열쇠를 받아 강각으로 향했다. 종택에서 강각의 대문까지는 약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가는 길목에 강위로 날아가듯 탈 수 있는 그네도 있었다. 이곳에서 한 이틀밤 묵으면서 그네도 타고, 강가를 거닐면 그어떤 고급 리조트도 부럽지 않을 듯 하다.

 

 

나무가 울창한 길을 따라 대문에 다다르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왼쪽으로 시원하게 흐르는 낙동강이 보인다. 그리고 저어 담장 끝으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강각. 대청마루가 담장을 걸트려 올라와있으니 시야가 좋을 것은 말할 것도 없겠다.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니 고즈넉한 강각이 우아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대청마루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고무신. 스위스 가족들의 호기심을 샀으나 모두들 발이 커서 신는데는 실패했다. ^^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 다같이 대청으로 올랐다.

여제껏 별로 감정표현을 하지 않았던 오이군의 매형이 의자에 기대 앉아 드디어 입을 열었다. 

히야~ 최고의 깜짝 선물인걸. 여기 진짜 멋지다.

이런. 그 말을 듣는 순간 시댁식구 모시고 다니느라 받던 스트레스가 눈녹듯이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 사실 대단히 신경쓴 것도 없었는데, 나름 여행지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까봐 마음졸이며 다녔던 모양이다. 처음 보는 온돌방과 뻥뚫린 마루, 건물과 분리되어있는 화장실. 처음보는 사람에게는 이상하고, 불편할 수도 있는 것들인데, 모두들 만족해하니 여행계획을 짜느라 고생했던 마음이 보상을 받는 듯 했다. 

 

 

마루에 준비되어 있던 품위 넘치는 의자에 앉아 다함께 떨어지는 해를 감상했다. 

이쯤에서 스위스 가족들의 뒷모습을 넣어주고 싶었으나 초상권에 민감한 그들을 위해 토종 뒷통수로 대체. ^^;

 

 

 

 

청량산과 낙동강 그리고 그 위로 지는 해

 

농암 이현보는 퇴계를 비롯한 여러 명현들과 이곳에서 풍류를 읊었는데, 그중 탄생한 작품이 바로 유명한 어부가이다.

달과 강과 배와 술과 시가 있는 풍경. 

이곳에는 배를 띄우기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실제 강각이 있던 곳은 배를 띄울 수 있었다고하니 그 풍경이 더욱 아름다웠으리라. 

여름 밤이었더라면 우리도 대청에 앉아 다같이 시조를 낭송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날씨가 너무 쌀쌀했다. 

 

 

단청을 하지 않은 지붕이 인상적이다.

단청의 색도 매력있지만, 가을과 겨울에는 이런 따뜻한 나무 색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강각의 방은 이렇게 길어서 적당한 키의 성인 4명이 가로로 나란히 누우면 편안히 잘 수 있다.

물론 적당한 키의 범주에 들지 못하는 스위스 가족은 성인은 세로로 어린이는 가로로 자는 독특한 형태를 취했지만 말이다.

 

 

 

           

효의 상징, 애일당

70넘은 아들의 어깨춤

 

 

숨막히는 풍광을 자랑하는 강각은 스위스에서 한국을 방문한 가족들에게 양보하고, 현지인 오이군과 감자양은 저쪽에 보이는 애일당을 거처로 정했다. 애일당은 '날을 사랑한다' 즉, 부모님이 살아계신 날을 아낀다는 뜻으로 농암이 효를 실행하기 위해 지은 집이라고 한다. 농암은 이곳에서 부모님을 포함한 9명의 노인을 모시고, 어린아이처럼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는데, 그때 이미 농암의 나이가 70을 넘었다고 한다.

 

 

애일당은 이렇게 단청이 곱게 칠해져 있는 실내 마루를 중앙에 두고 두개의 방으로 나뉘어있다. 우리는 그 중 한칸만을 사용했

는데, 둘이 나란히 누우면 꽉차는 작은 방이다. 방의 난방도 혹시 나무를 떼는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는데, 현대식 보일러가 설치되어있어 다행히 방안에서 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

 

 

 

 

 

 

           

안동에서 먹는 안동찜닭

레알 안동 찜닭의 맛

 

 

농암종택에서는 식사는 제공하지 않는다. 종택과 강각의 사이에 있는 분강서원에 머무르는 단체 투숙객이라면 부엌을 이용할 수 있는 듯 했지만 강각에는 따로 부엌이 있지 않다. 따라서, 저녁식사는 근처 음식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는 오던길에 봐둔 안동찜닭을 저녁 메뉴로 정했다. 안동에서 먹는 진짜 안동찜닭. 종택에서 청량산쪽으로 왔던길을 1.5km쯤 되돌아 나가면 도산래프팅이라는 래프팅 업체가 있는데, 이곳에서 음식점을 겸하고 있고, 분위기도 좋아보였다.

 

 

매운것에 익숙치 않은 스위스 사람들을 위한 특별 주문. 

고추는 넣지 말아주세요~

닭 두마리를 시켰는데, 어른 넷, 아이 둘이서 먹다 지쳐 남겨야했을만큼 푸짐한 양이 나왔다. 사실 안동찜닭은 감자양이 이미 스위스에서 여러번 선보인바 있고, 외국인들에게 꽤나 잘팔리는 메뉴이다. 특히 모두들 당면에 열광한다는 사실. 다들 밥대신 당면만 먹겠다고 벼르는 바람에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푸짐한 시골 인심덕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서양문화권 사람들과 닭을 먹을 때 한가지 좋은 점은 그들은 모두 닭가슴살을 선호한다는데 있다. 따라서 닭다리와 닭날개는 모두 감자양의 차지. 정 먹다 모자른 경우가 아니라면, 딱히 닭다리를 건드리는 사람이 없다. ^^

 

 

여름에 마당의 평상위에서 낙동강물을 바라보며 먹는 찜닭맛은 또 다를 것 같다.

 

 

 

           

차한잔의 향기가 있는 애일당의 밤

살짝 난감했던 가을밤의 정취

 

 

각 방에는 이렇게 예쁜 다도 세트와 메밀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강각의 대청마루에 앉아 낙동강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찻잔에 비친 달과 함께 마시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쌀쌀한 날씨에 떠밀려 다함께 애일당의 실내 마루로 들어왔다. 낮에 사뒀던 떡을 나누며 오랜만에 스위스 가족들과 도란 도란 담소를 나누며, 그렇게 농암종택의 평화로운 밤이 저물어 갔다.

...

라고 쓰고 싶었으나, 사실 아이들 둘을 데리고 그런 우아한 시간을 갖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예쁜 찻주전자를 들고 휘둘러 보고 싶은 조카가 뜨거운 물을 사방으로 엎지르는 바람에 나무 바닥이 젖을까봐 정신없이 닦기 바빴기 때문이다. 떡을 눈으로 먹었는지, 차를 귀로 마셨는지 기억도 안나는 그런 저녁을 보내고 모두들 초췌한 모습으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청량산의 정기

강각에서 맞는 아침

 

오랜만에 뜨끈 뜨끈한 방에서 정말 푹 잔것 같다. 침대생활로 온돌의 이런 마사지 효과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온몸이 개운한 것이 이렇게 상쾌할 수가. 오이군이 워낙 뜨거운 바닥을 싫어해서 외국인들은 온돌을 좋아하지 않는가보다하고 생각했는데, 웬걸. 외국인 나름이다. 온돌의 매력에 푹 빠진 시누이 내외는 스위스로 돌아가서 보일러 공사를 다시 하고, 식탁 다리를 잘라 방바닥에 앉아 밥을 먹겠다며 아침부터 인테리어 구상에 들어갔다. ^^

 

 

기지개를 한껏 펴며 방에서 나왔는데, 방문 앞에 지난밤 생을 마감한 벌들이 비장하게 누워있었다. 한해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수고했다며 한데 모아 애일당 옆에 작은 무덤을 만들어 주고, 청량산의 아침 정기를 받으러 강각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저녁의 주황빛 낙동강이 아침이되니 시원한 녹색으로 보인다. 산위에 안개가 신비롭게 걸려있고, 힘차게 물 흐르는 소리가 상쾌하기 그지없다. 차가운 공기를 한가득 들이키니 어찌나 청량한지. 아, 그래서 청량산이구나.

 

 

강각의 대문앞에서 오이군에게 대감같은 자세를 요청했는데, TV가 없는 우리는 사극을 볼 기회가 별로 없어서인지, 애매한 대감 포즈가 됐다.

 

 

 

 

 

 

           

아침식사와 함께 종택 엿보기

농암종택 종부님의 따뜻한 환대

 

 

아침식사는 전날 미리 이야기를 하면 종택에서 먹을 수 있다. 종택에 들어서니 가지런한 항아리들이 제일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말도 아닌 월요일인데도, 20개가 넘는 방들이 거의 다 차 있을만큼 종택의 인기는 대단해서, 우리가 종택에 들어갔을 때 다른 투숙객들이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종택의 아침식사는 한식부페형이다. 예전에 머물렀던 한옥들은 개인 상을 차려줬었는데, 이곳은 방이 많고, 투숙객이 많은 관계로 적합한 방법을 찾아낸 듯 하다. 그러나, 아침식사로 빵과 뜨거운 차한잔에 익숙한 스위스인들에게 한식은 매우 부담되는 메뉴. 모두 맨밥만 깨작 째작 먹어 주인아주머니를 깜짝 놀라게 해드렸다. 아침 식사비를 미안해 어쩔줄 몰라하시며 받으시더니, 종택의 가족들만 마시는 최고급 차를 대안으로 제안하셨다. 차농장에서 직접 공수해 오셨다는 우롱차 종류였는데, 맛이 진하면서 쓰지 않고 향이 매우 깊었다. 물론 주인 아주머니께서 시간을 재며 제대로 우려주신 덕도 있으리라. 아이들에게는 직접 만드셨다는 타래과까지 주셨는데, 달콤한 맛에 반했던지 아침은 많이 못먹는다던 녀석들이 커다란 타래과를 다섯개씩 먹어치워버렸다.

 

자연에 포옥 감싸 안긴 자태뿐아니라 안주인의 따뜻한 인심이 한데 어우러져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아름다운 농암종택에서의 하룻밤이었다.

 

 

 

       

여행일자 : 2013.10.13

 

 

 

INFORMATION

농암종택
www.nongam.com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612 054-843-1202
※ 주말에는 세달 전에도 예약이 차는 모양입니다. 미리 미리 예약하세요. ^^

명품고택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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