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로렌 거리 Boulevard Saint-Laurent

논스톱 파티 + 예술 = 자유로운 영혼이 있는 거리

이번 이야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구든 몬트리올에 가시거든 꼭 몽 로와이얄Mont Royal산에 올라가 보시기를, 그것도 꼭 주말에 가셔서 잔느-망스Jeanne-Mance공원도 둘러보시기를 추천한다. 왜? 감자와 오이는 그곳이야 말로 몬트리올 사람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몬트리올(Montreal). 지역 언어인 불어로는 몽ㅎ에알(Mont Réal). 

불어의 R발음을 표기할 길이 없어 이렇게 적어보기는 했으나 아시다시피 비슷도 안하다. 목으로 숨을 내쉬며 목젖을 진동시켜 내는 소리이니 각자 알아서 비슷하게 읽으시길 바라며...오늘은 이 도시 이름의 기원인 몽ㅎ와이얄(Mont. Royal)산에 가보기로 했다.

지난주 퀘벡에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언급을 했던 산인데, 기억 하실런지? 이 지역을 첫번째 발견한 자끄 까르띠에라는 프랑스인이 이 산에다가 중세 불어로 Mont Réal, 즉 왕의 산이라는 이름을 주면서 이것이 확장되어 도시 이름이 된것이라고 한다. 현대 불어로 réal은 영어처럼 '진짜'라는 뜻으로 쓰이니까 왕의 산이라 하면 Mont Royal이 맞겠으나, 재밌는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산이름은 현대화 되어 Royal로 변경되었으나 , 도시 이름은 중세불어를 그대로 따라 Real로 굳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산은 몽 로와이얄, 도시는 몽 레일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둘다 왕의 산이란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에헴. 공부 좀 했냐고? No no. 방금 위키피디아에서 읽었음. ^^;

자 이제 여행 이야기.


왕의 산은 야채들의 사육장에서 그리 멀지 않아 걸어서 가기로 했다. 물론 산이니 당연히 여러 방향에서 올라 갈 수도 있지만 우리쪽에서 가장 가까운 길은 생튜뱅Rue Saint-Urbain 길을 따라 잔느-망스Jeanne-Mance공원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열심히 걷다보니 저어~쪽 한골목 지나서가 시끌 시끌 하다. 뭐지? 호기심 천국인 감자와 오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촐랑 촐랑 따라가 보았다. 그랬더니, 오오~ 이게 뭔가. 

사람이 버글 버글. 차도가 보행자 도로가 되어 있고, 이것 저것을 팔고 있는 작은 천막 상점들이 즐비한게 아닌가.

.


이것은 바로 쉘부르크Sherebrooke 길과 몽로이알Mont-Royal사이에 생 로렌Saint Laurent길을 쭈욱 따라 열린 프렌지 수공예 시장으로, 6월 셋째주 주말쯤 매년 열린다는데, 이런걸 우연히 보게 되다니 운이 좋았다.

여러 아기자기한 수공예 품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가격도 저렴한 듯? 귀걸이 종류가 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감자와 오이는 여행중에 짐무거운 것을 질겁하므로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았으나, 귀걸이 중독인 감자는 사실 탐나는 물건이 많아서 손이 근질 근질.~ 꿀꺽 참느라 매우 힘들었다.



잔느-망스 공원 Parc Jeanne-Mance

자유를 찾는자, 이곳으로 오라

지름신 강림을 힘겹게 억누르며 몽 로와이얄 근처에 다다랐다. 이리로 직진 하면 공원을 다 거치지 않고 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듯 하여 가려는데...으잉? 저 아저씨 옷차림이 어째 좀 시대 착오적이다? 100년동안 자다가 갓 깨어난 드랴큘라라고 우기기에는 벌건 대낮에 쫌 그렇지 않은가?

아 맞다! 캐나다에서 영화 촬영을 많이 한댔는데, 지금 영화 찍고 있는 건가? 어맛~! 어떻게해. 헐리웃 영화에 나 출연 하는건가? 걷는 거라도 찍히면...아이참, 머리라도 만지고 나올껄. 어디서 찍는 걸까? 

카메라를 찾아 두리번 거렸으나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몰래 카메라인가 생각하는데, 허걱...! 갈수록 태산이다. 이상하게 입은 아저씨 둘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갑자기 액션에 들어갔다. 정말 뭐지? 호기심 급증. 우리는 산으로 직진하려다 말고, 공원 진입구로 돌격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별세계가 펼쳐 졌다. 이상한 나라의 감자와 오이가 된 기분. 

아마도 롤플레잉 게임을 하고 있는 듯? 각종 갑옷과 방패, 칼등을 맘내키는 대로 착용한, 준수한 상의 탈의 청년들 사이에 칼부림이 났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보시면 다 큰놈들이 웬 전쟁놀이냐며 혀를 끌끌 차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선 컴퓨터 게임의 한 장르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롤플레잉 게임이 원래는 이런 것. 카드나 책에 컨셉과 캐릭터의 역할 등이 명시되어 있고 거기에 맞춰 각자 맡은 캐릭터를 몸소 뛰며 게임을 하는 것이다. 게임 마스터가 대략적인 롤(역할)을 정해주지만 자유도가 높고 각자의 노력에 따라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가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테이블에서 보드게임처럼 하기도 하지만 가끔 야외에 나와 몸소 뛴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제대로 차려 입고 하는 것을 보니 참...신기하다. ^^ 


옴마야, 이청년 누구여. 조니뎁인게벼 @_@

감자, 잠시 정신이 혼미해지고...


그런데, 가만히 보니 롤플레잉을 하기보다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전쟁놀이를 하는 것도 같다. 막 치고, 받고 하더니 죽은(?) 사람은 무릎 꿇고 앉아서 마지막 한명만 남을 때 까지 기다리더라. 근데, 여기는 그냥 평범한 동네 청년도 몸매가 미스터 코리아같네? 그냥 지나가는 여자 행인은 그냥 즐겁소. 눈이...


그냥 평상복에 칼과 방패만 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이 놀이 자주 해야지 갑옷 값 빠지겠는 사람도 있다. 새로 장만한 듯 햇살에 반짝여서, 눈 마주치기도 힘들었던 제대로 된 중세기사. 저 큰 방패들고 1등 못하면 쪼까 거시기 허것다.


신기한 무리를 한참동안 구경하다 공원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언제 그런 난장판이 있었냐는 듯, 온통 평화로움으로 포옥 감싸진 드넓은 잔디밭이 나타났다.

어쩜 이렇게 여유로울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며칠이고, 이자리에 머무르고 싶다. 이곳에서 시간도 보지 않고, 달력도 보지 않고, 저 사진속의 누군가가 되어 지내다 보면, 어린 시절 늘 평온하고,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었으며, 온통 설레임으로 가득 찼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힐링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이 공원을 리스트에 추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곳에선 정말 아무거나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오이하고 감자만 빼고 - 우리는 몰래 셔터를 눌러대느라 바빴다. 줄타기 하는 그룹. 여기 저기 나무에 줄을 매달고, 타고온 자전거는 던져버리고~


줄타기가 싫다면 이건 어떤가? 공중곡예.

근처 서커스단 지원자 동호회에서 단체 정모 나왔나?


가만히 보다보니 다들 그냥 데굴 데굴 쉬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대신 누군가 시켜서 하는것도 아니고 해야만 해서 하는것이 아닌 정말 좋아서 하는 것들, 그들의 얼굴엔 진지함과 행복함이 함께 묻어있다.


서커스가 관심 없는 그대에겐 그럼 콘트라베이스를~ 하여간 특이다하. 기타 하나 들고 나와서 딩가 딩가 하는게 보통인데, 여긴 저 커다란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와서 연주하고 있다. 주차장도 멀더만 어떻게 들고 왔노...


천사의 도시 - 여기 로스엔젤레스인가? ㅋ

천사의 수호를 받으며, 옹기 종기 모여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 저 천사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 그런데, 이건 무슨 소리지? 저쪽에서 무언가 난리가 났다. 쿵짝 쿵짝, 파티도 이런 파티가 없다. 제대로 난리가 난 소리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그것의 정체는 바로 드럼 잼 콘서트. 누가 주최를 한 콘서트도 아니고, 악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악기의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한사람 두사람 나와 두드리다보니 서로 흥이 맞아서 즉흥적으로 열린 드럼 잼drum jam. 두드리는 것도 다양하다. 큰북, 작은북, 봉고, 탬버린에서부터 페트병, 솥뚜껑, 방금 길에서 줏은 듯한 나무 막대기까지. 당연히 그 소리에 맞춰 춤추는 것도 당신의 자유~ 여기 저기 흥이나서 춤추는 사람들과 이것 저것 두드리는 사람들, 그들을 비잉 둘러싸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물론 그 중 맘에 드는 사람을 그리는 것도 당신의 자유~ 


사진만으로는 그 자유로움과 흥겨움을 느낄 수 없는 듯 하여 비디오 한컷.



자유로운 영혼으로 가득찬 도시 몬트리올. 바로 이 공원이 몬트리올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요약해 놓은 곳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고, 시끄러워서 정이 가지 않았는데, 하루 하루 지나며 우리도 점점 그들의 여유속에 동화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물론 난 아직도 신기해서 셔터를 마구 눌러대고 있지만.)

6월부터 10월까지 대형 무료 콘서트가 끊이 않는 도시, 주말이면 도시가 떠내려가라 음주가무에 심취하는 도시, 사방이 예술품으로 가득차 있는 도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들이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엔 모두가 동의 할 것이다.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남의 시선 따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도시여행을 꿈꾼다면, 몬트리올로 한번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여행 일자 : 2011년 6월 19일


 

프린지 수공예 시장 FRÉNÉSIE DE LA MAIN

일정 매년 6월. 정확한 날짜는 홈페이지 참고하세요. boulevardsaintlaurent.com
위치 생 로렌 거리 Boulevard Saint-Lau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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